서보혁(bhsuh@tongilnews.com)


오는 9일 김정일 특사 자격으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방미에 대해 일본언론들이 깊은 관심을 표명하였다. 일본언론들은 조명록의 방미로 양국간 관계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향후 양국간 관계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사히신문>은 "북한 조명록 부위원장의 방미는 평화협정체결을 향한 본격적인 제1보를 내딛는 것" 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 신문은 인민군 총정치국장이기도 한 조명록 부위원장의 방미가 양국간 적대관계의 상징인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계기로 보고 있는 것이다. 북한군 최고 수뇌부의 일원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그가 적성국인 미국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심장한 일임에 분명하다.

조명록을 초청한 미 국무부는 올브라이트-조명록 회담, 클린튼-조명록 면담 등을 통해 현재 교착상태에 있는 양국간 입장을 상호교환하고 협상 채널을 통해 논의되고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조명록의 방미를 전후하여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도 예상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아사히신문>은 1일자 기사에서 "(조명록의) 이번 방미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가 어떤 형태로든 미국정상에게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하였다. 양국 정상간 메시지가 조명록과 올브라이트를 통해 전달되면 양국간 협상 수준은 높아지거나 사안별로 추진되고 있는 협상이 국교정상화를 목표로 하나로 통합되어 진행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도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의 말을 인용, 조명록의 방미를 통한 북-미 고위급회담은 양국 관계 개선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에서 마사오 교수는 "클린턴-조명록 회담의 최대의제로 북한미사일 조건부 포기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 문제에 대해 "북한측의 조건부 포기안이 결코 농담이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의 본심인만큼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미관계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마사오 교수의 이같은 분석은 김계관-카트먼 회담으로 양국간의 최대 현안인 핵-미사일-테러 문제에 대한 포괄협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미사일문제는 북한이 개발 포기 댓가로 경제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저지를 목표로 하는 워싱턴 당국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 7월 하순 김정일-푸틴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미사일 개발 포기 의향을 시사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검토가능성을 내비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김계관-카트먼 회담에서 소기의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마사오 교수는 또한 "이(북-미관계 개선)에 따라 북-일접촉도 종래의 실무자급이 아닌 정상급으로의 격상이 요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명록의 방미는 남북관계의 진전과 함께 북-미, 북-일 관계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는 계기로 보이며, 동시에 앞으로 이들 3자 관계의 상호작용이 매우 긴밀하게 이루어질 것을 말해주고 있다. 북한의 파상적인 외교행보가 돋보이는 가운데 순조로운 남북관계의 유지가 계속해서 한반도의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 환경 조성에 능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의 외교역량과 국내 정치적 지지 기반의 확충이 더욱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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