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28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과 미국 간 ‘세기의 담판’이 벌어질 예정이다. 지난 해 6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우여곡절 끝에 8개월만에 개최되는 북미 정상 간 대화는 많은 해석과 전망을 낳고 있다. 비관론부터 낙관론까지 이념적,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각이한 주장이 난무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무엇 하나 명확한 것이 없는 상태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최소한 제1차 정상회담 때보다는 진전된 무엇이 나올 것이라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모두가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잘 될 것이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전제조건’이다. 미국은 ‘비핵화의 구체적 실천’을, 북측은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북미 간에는 ‘비핵화의 개념’을 두고 ‘밀당’을 계속해 왔다.

현재까지 나온 보도를 종합해 보면 미국은 ‘모든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신고·검증·폐기’를, 북측은 ‘핵의 생산, 실험, 사용, 전파 중지(4不)’를 ‘비핵화’라고 보는 것 같다. 물론 정확한 내용은 아직 알 길이 없다.

비핵화에 대한 개념 및 범위가 모호하지만 최소한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영변핵시설 영구 폐기’와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구적 폐기 확인’, ‘풍계리 핵실험장 해체 확인’ 등은 비핵화의 범위에 들어간 것이 확실하다. 이것은 사실상 ‘핵동결’이다. 최소한 현재핵과 미래핵을 제거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이것만 제대로 달성된다 해도 북미 핵협상 역사상 가장 큰 ‘위대한 업적’이 될 것이다. 보수주의자들이 ‘영변 핵시설 동결’을 너무 폄훼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영변핵시설은 북의 핵무력 생산의 중추지역이다. 영변에는 5메가와트 원자로, 30메가와트 원자로, 우라늄 농축 공장, 핵연료봉 제작 플랜트, 폐연료봉 임시저장소, 폐연료봉 재처리 공장. 플루토늄 생산 시설 등 390개의 시설이 있다. 북이 지금까지 확보한 핵물질은 플루토늄이 40~50㎏가량, 고농축우라늄은 600~700㎏ 이상으로 추정된다. 영변 핵시설 하나하나에 어마어마한 가치와 중요성이 깃들어 있다.

물론 미국은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북은 지속적으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동창리 미사일시험장 파기, 유해송환 등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에도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 그 대가를 지불해야 제2차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날 것 같다. 만일 2차 정상회담이 성과없이 끝난다면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악화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큰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이다.

북은 이러한 양측의 약점(?)을 잘 간파하고 있고 협상에서 이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북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서 전략적 가치가 엄청나게 상승했고 미국은 당연히 전략적 접근을 하고 있다. 북은 역사적 시간은 자신의 편이라는 인식하에 미국을 몰아붙이고 있고 미국으로부터 ‘선 비핵화, 후 보상’ 대신에 ‘단계적 동시적 해법’을, ‘핵폐기’ 대신에 ‘핵동결’을 얻어냈다. 아울러 북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체제안전 보장’ 발언을 얻어냈고 남측으로부터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비롯한 경제협력’을 얻어 냈다.

미국이 북측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줄 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연락사무소 설치, 북미 평화(종전)선언, 경제제재 환경 개선 등이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북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입구에 불과하다.

이후 엄청난 ‘고난의 행군’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 길은 지루하고 험난할 것이며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의 인내가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한 시점이다.

 

 

1953년생으로서 전남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북한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통일연구원에서 22년간 재직한 북한전문가이다.

2006년 북한연구학회장 재직 시 북한연구의 총결산서인 ‘북한학총서’ 10권을 발간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 동안 통일부 자문위원, NSC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민화협,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하였다.
현재는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는 「김정일 리더쉽 연구」, 「김정일 정권의 통치엘리트」, 「북한 체제의 내구력 평가」, 『북한이해의 길잡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