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제33차 정기총회가 18일 오후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예홀에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더 열심히 보듬어 안고 사랑하며 투쟁하는 유가협이 되겠습니다. 더 낮은 곳으로 임하며 더 상처받은 이들의 따뜻한 손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며 한국 사회의 발전을 만들어 낸 열사들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제33차 정기총회가 열린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예홀. 

여느 회원과 마찬가지로 그 자신 장현구 열사의 아버지라는 이름이 늘 따라다니는 장남수 유가협 회장은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강제철거 과정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 박준경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인간적인 노동에 시달리다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 김용균님을 비롯하여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고통받고 상처입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며 신발끈을 다시 고쳐 매겠다고 인사말을 했다.

1986년 8월 12일 창립총회를 열고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를 발족한 이래 자식을 앞세운 어버이들이 서로 의지하면서 경찰서를 밥먹듯이 드나들며 지낸 33년을 위로하듯이 이날 정기총회가 열린 조예홀에는 유가협 회원과 후원회원을 비롯해 200여명의 참석자가 자리를 가득 메웠다.  

장두영 사무국장의 사회로 지난해 제32기 감사보고 및 승인, 회칙 개정, 2019년 사업계획과 예산계획 승인 등 총회 안건이 일사천리로 처리되었다.

유가협은 2019년에 지회와 후원회, 청년회를 강화하고 본부 또는 지회 주최로 회원 교육사업을 분기별로 개최하며, 소식지인 '한울삶'을 분기별로 발행하고 각종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유가협 홍보자료를 배포하기로 하는 등 홍보활동에 더 힘을 쓰기로 했다.

또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해 국회를 통한 입법 뿐만 아니라 관련 기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열사들의 사료를 체계적으로 정리, 전시하고 유가협 역사를 알릴 수 있도록 가칭 '유가협 역사관'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 유가협 후원회장인 청화 스님은 "오늘 날 우리 사회가 이만큼 민주화되고 근로환경이 개선, 발전된 것도 유가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간의 노고를 위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유가협 후원회장인 청화 스님은 미국 시인 에머슨의 시를 인용해 "유가협이야말로 하늘을 둥글게, 장미꽃을 붉게 하는 절대성을 가진 존재라고 할 수 있다"며, "오늘 날 우리 사회가 이만큼 민주화되고 근로환경이 개선, 발전된 것도 유가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화 1987을 통해서 이한열 열사와 배은심 어머니, 그리고 유가협을 알게 되었다는 배우 김태리씨는 후원회원 자격으로 보낸 영상 축사를 통해 "민주주의를 위해서 힘차게 애써주신 수많은 열사님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가족을 잃은 아픔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평생동안 투쟁해 오신 어머님, 아버님들 정말 너무너무 감사드린다. 오래오래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인사를 전했다.

한국진보연대 총회의장인 오종렬 5.18민족통일학교 이사장은 축전을 보내 "자식을 앞세운 아버지의 기막힌 처지를 일컬어 상명(喪明)이라고 했다지요. 불의한 권력과 탐욕의 무리에게 자식을 빼앗긴 그 슬픔과 분노를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라고 아픔을 달래고는 "누구보다 어버이들이 앞장서 횃불이 되고 살인탱크의 무한궤도를 깨부셔 나갈 때 우리 열사들은 살아온다. 슬프지만 절망을 딛고 전진하는 유가협과 후원회 성원들 늘 건강합시다"라고 격려했다.

▲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중 숨진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유가협 어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숨진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이날 유가협 총회에서 "저보다 먼저 자식을 보내고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하니까 마음이 아프다. 그렇지만 여러분께서 이렇게 나서주시고 이런 길로 가라고 인도해 주셔서 힘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시라"고 말해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참가자들은 아들을 잃은 슬픔을 뒤로한 채 제2의 김용균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싸움에 나서려는 결의를 밝힌 김미숙씨에게 동변상련의 아픔과 응원,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이날 유가협은 투병 중인 강영철(강민호 열사 아버지) 회원에게 드리는 감사장을 김혜수 어머니에게 전달했다.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범민련 남측본부 이규재 의장·노수희 부의장,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 통일원로 임방규·김영옥 선생, 이상규 민중당 대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정진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부이사장, 장영달 우석대총장, 박계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가했다.

▲ 유가협 회원들이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을 합창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왼쪽부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혜수 어머니,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성동구청년회와 대학생겨레하나의 율동공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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