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L858기 가족회’는 19일 오전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항공사 조양호 회장에게 보내는 유해 수색 협조 촉구문’을 발표, 전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찾아주십시오. 유해를 꼭 찾아주십시오. 유해를 찾지 않고는 저희들 눈을 감을 수가 없습니다. 내 집에서 가방 들고 나간 가족이 안 들어오는데 어떤 가족이 이 현실을 믿겠습니까. 찾아주십시오. 유해를, 유품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지난 17일 남대서양 심해(수심 3,461m)에서 2년전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체 일부와 항해기록저장장치(VDR)가 발견된 가운데 1987년 실종된 대한항공(KAL) 858편의 수색을 유족들이 요구하고 나섰다.

‘KAL858기 가족회’는 19일 오전 11시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항공사 조양호 회장에게 보내는 유해 수색 협조 촉구문’을 발표, 전달했다.

김호순 가족회 회장은 “저희들은 가족을 잃은 지 31년이 된다. 유해 하나, 기체 하나 아무 것도 찾은 것이 없다”며 “지금 스텔라데이지호가 블랙박스도 있고 선체도 있으니까, 우리 858기는 그보다 훨씬 수심이 얉은 30m 밖에 안 되는, 그런데 있는데도 심지어 미얀마 어부 그물에 걸려서 잔해 일부가 나왔는데 지금까지 주무부처(국토부), 대한항공 조양호 일가는 저희들한테 찾아줄 생각을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 김호순 가족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가족회 박은경 씨가 115명 희생자 한명 한명을 호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KAL858기는 1987년 11월 29일 중동근로자 등 승객과 승무원 115명을 태우고 바그다드에서 서울로 향하던 도중 미얀마 근해인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사라졌고,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는 북한 공작원 김승일.김현희가 공중 폭탄테러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JTBC는 미얀마 해안에서 KAL858기 잔해로 추정되는 비행기 잔해를 발견, 일부를 가져와 방영한 바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사회를 맡은 황건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운영위원이 낭독한 ‘대한항공사 조양호 회장에게 보내는 유해 수색 협조 촉구문’을 통해 “대한항공사는 항공보안의 허술함과 부실에 대하여 그동안 어떤 책을 졌으며, 법적으로 어떤 처벌을 받았느냐”고 따지고 “조양호는 사측의 관리 소홀과 항공보안의 책미 소재에 대하여 지금이라도 희생자 가족들 앞에서 정중히 사죄하고 지금이라도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이라도 대한항공사 조양호는 자사 항공기를 애용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피해를 입은 115명의 탑승자들의 유해를 찾는데 전적인 책임을 지고 적극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하고 “KAL858기 가족회는 2004년과 2005년, 2018년도에 대한항공사에 수차례 질의서를 보냈지만 단 한번도 회신을 보내오지 않고 우리를 무시하고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한항공사가 유해 발굴에 적극 협력하여 자사의 탑승자들을 위해 좋은 선례를 남긴다면 회사차원에서도 명예로운 일이 아니겠느냐”며 “KAL858기 가족회와 조양호는 불행한 과거의 앙금을 털어버리고,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길을 모색하여 사랑받는 대한항공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 김종대 신부가 성수를 뿌리는 예식을 거행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참가자들은 이 사건으로 형을 잃은 김영 교수가 낭독한 ‘KAL858기 115명 유해 수습을 축구하는 2,000인 선언식’ 선언문을 통해 “왜 정부는 대한항공 858기 탑승자 115명의 유해 수색과 발굴에 대하여 수수방관하고 있느냐”며 “KAL838기 가족들에게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평등하고 공정하게 예우를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족회는 우리들을 민족 반역자로 모독한 김현희에 대한 고소를 오늘부로 취하한다”며 “김현희에게 더 이상 집착하고 싶지 않아 고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우리들은 오직 유해 수색만을 원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은 정부의 입장과 판단을 존중하고 수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KAL858기 가족회 지원단 총괄팀장을 맡고 있는 신성국 신부는 “12월달에 김현희를 허위사실 유포와 업무방해죄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그러나 지금 서울지검에서 서초경찰서로 이 사건이 넘겨졌는데, 지금 서초경찰서에서는 고소인 조사만 해놓고 피고소인, 김현희 조사를 벌써 3달째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우리가 거기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들은 오직 유해수색에 모든 우리의 힘을 모으고자 오늘 날짜로 김현희 고소를 취하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고소인 대표로 나와 김호순 회장이 서명했기 때문에 고소취하장에 우리들이 이름을 쓰고 오늘 이 기자회견이 끝난 다음에 서울지검에 취하서를 제출하도록 하겠다”면서도 “이 취하서에 ‘피고소인과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져서 그의 처벌을 원하지 아니한다’라고 돼 있는데 우리들은 김현희와 원만한 합의를 하지 않는다. 유해발굴에 모든 노력을 다하기 위해서 김현희를 고소취하하는 것이지 김현희와 합의를 한 적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 김호순 가족회 회장이 김현희 고소 취하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김호순 가족회 회장이 대한항공 권혁삼 상무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호순 회장은 기자회견 말미에 ‘KAL858기 가족회’ 명의로 된 ‘대한항공사 조양호 회장에게 보내는 유해 수색 협조 촉구문’을 대한항공 권혁삼 상무에게 전달했고, 권 상무는 “회사를 대신해서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며 “여러 가지 말씀하신 바를 잘 전달하도록 할 거다”고 사과했다.

신성국 신부는 “우리들의 호소문을 대한항공사에서는 쓰레기처럼 취급하고 버렸다. 질의서를 보내면 답변서를 보내줘야 하는데, 답변서를 14년 동안 한번도 우리들에게 보내 준적이 없다”며 “우리 가족들 앞에서 묻겠다. 조양호 회장에게 말해서 국토부에게 KAL858기 유해발굴에 (나서라고) 대한항공이 직접 그 의지를 전달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권 상무는 ”말씀하신 내용을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족회 박은경 씨가 115명의 희생자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고, 신성국 신부가 기도를 봉헌하고, 김정대 신부가 “돌아가신 분들 고귀함을 기억하면서” 성수를 뿌리는 예식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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