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오세

550만년 전 신생대 팔레오세 말기, 지구 기온이 1만년 동안 5~9℃ 상승했다. 이시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000~1700ppm이었다. 온실가스가 기온을 높인 것은 분명한데 그 원인으로 과학자들은 메탄하이드레이트를 지목한다.

팔레오세 시기 장기간 지속된 온난화가 일정한 문턱을 넘자 표층 해수를 데웠고, 그 영향으로 해저의 수온도 상승했다. 이런 온난화는 해저 퇴적층에 전파되어 고체상태의 메탄을 녹이고 메탄가스 거품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3000Gt 가량의 탄소가 대기로 유입된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팔레오세 시기의 온난화는 1만년동안 서서히 진행되면서 생태지형을 바꾸어 놓았다.

9월초, 북극빙하

2025년 북극빙하가 완전히 녹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기후학자들의 예측보다 지난 여름 폭염은 기후재앙의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뜨거워지는 지구. 지금도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가 겪었던 지난 여름의 폭염을 겪기도 하고 유례없는 혹한에 공중에서 물이 얼기도 한다.

기후변화를 음모라고 믿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온난화가 대체 어디 있는 거냐?’고 조롱하며, 세계가 지구온도 2℃를 잡자고 어렵게 결정했던 ‘파리기후협약’에서 뛰쳐나간 정당성을 부여한다.

1979년부터 인공위성을 띄워 북극빙하 표면적과 부피를 측정하고 있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데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투정과 정반대이다. 북극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가장 심하게 받는 곳이다. 빙하의 면적도 부피도 줄어들고, 그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기후과학자들은 북극빙하가 적어도 금세기말까지는 남아 있으리라고 예측했다. 산업혁명이후 지구 평균기온은 1℃ 상승했는데 북극은 2.4℃ 상승했다. 이 와중에 한반도는 1.4℃나 상승했다. 과학자들은 북극빙하가 한 계절동안 사라지는 현상이 6년 후인 2025년경에 닥칠 것으로 예측한다. 머지않은 해 9월초, 우리는 북극해에서 빙하가 모두 사라지는 날을 보게 될 것이다.

티핑포인트

아주 미미하게 진행된 어떤 현상이 어느 순간 문턱을 넘어 균형이 깨지고 예기치 못한 일들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급변 지점인 티핑포인트가 머지않아 온다는 이야기다.

징후는 해수면 온도의 급격한 상승에서 볼 수 있다. 2011년 미항공우주국(NASA)은 추크치해 해수면 온도가 7℃라고 했다. 3년후 게임브리대학 아담스 교수팀은 해수면 온도가 17℃라고 관측했다. 3년 동안 10℃가 올랐다.

2005년 이후 추크치해, 동시베리아해, 랍테프해에서는 여름빙하가 완전히 사라졌다. 해수면 아래를 0℃이하로 잡고 있던 빙하가 사라지면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고 대륙붕 해저면에 매장되어 있던 메탄수화물이 메탄가스 형태로 풀려난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 보다 강력한 온실가스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20년 동안은 84배, 100년 동안은 23배의 온실효과를 갖는다. 기후과학자들은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시기를 수백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해왔으나 이대로라면 그 예측은 정확히 빗나간다.

1년 내내 온도가 영하인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는 토층을 칭하는 알래스카, 캐나다,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는 자그마치 1,400Gt의 탄소가 저장되어 있다. 1Gt은 10억t이다.

산업혁명 이전보다 1.5℃ 온도가 상승하면 북위 60도 이상의 영구동토층에서 상당한 규모의 해동이 진행된다고 한다. 영구동토층에 얼어있던 메탄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될 온도까지 불과 0.5℃ 남아있을 뿐이다.

게다가 우리는 열심히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태우고 있다. 매장되어 있는 화석연료에는 3,000Gt의 탄소가 저장되어 있다. 산업화시기 470Gt의 탄소가 1℃ 올렸는데 말이다.

지구역사상 최대 온난기였던 팔레오세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당시에는 메탄가스 유출만 있었으나 지금은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이산화탄소 방출이 추가된다며 위험의 속도는 훨씬 빨라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동시베리아 북극 대륙붕과 영구동토층에는 팔레오세 시기에 방출된 양 만큼의 탄소가 있고 아직 덜 캐낸 화석연료에도 같은 양의 탄소가 있다. 비극의 재앙이 시시각각 맹렬하게 다가오고 있다.

3.4개의 지구

지난 250년간 기후를 교란시켜온 인간의 활동은 크게 산업(21%) 삼림파괴(18%) 주거(15%) 농업(15%) 교통(14%), 에너지생산(14%), 폐기물(3%) 순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해왔다.

‘국제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는 2017년 기준으로 지금처럼 지구자원을 소비하고 산다면 지구 1.7개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현재 각 나라의 방식대로 살아갈 경우 호주가 5.2개, 미국 5개, 한국 3.4개의 지구가 필요하다.

미국, 호주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25이산화탄소톤으로 유럽의 2배, 중국의 6배, 인도보다는 12배 높은 수준이다. 북미지역 사람들의 생태발자국은 9.5ha에 이르고 남미 2ha, 아프리카 1ha이다.

대체로 잘사는 나라들이 못사는 나라보다 지구를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이 오염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미 세계의 부유층들은 뉴질랜드나 알래스카로 이주하거나 이주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텃밭을 가꾸자

기후변화라는 엄청난 비상사태 앞에서 심각한 우울과 불면증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기후심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영역도 생겨났다.

기후변화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물론 조금 더 늦게 파국을 맞이할 수 있지만 지구상 어느곳도 안전한 곳은 없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무관심 또는 외면으로 나타난다. 거대한 공포에 대한 직면이 두려운 것이다. 모르고, 외면해서 해결될 일이면 좋겠다. 기후변화가 음모론이라는 주장이 맞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매일 마주하는 지구의 모습은 그 반대이지 않은가?

작가 볼테르는 캉디드에서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갈아야 한다”고 말한다.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자”고 한다. 한가한 소리나 맥락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아스팔트라도 걷어내고 나무 한그루라도 꽂자. 상자텃밭에 상추씨를 뿌리자. 인간의 본성 저 끄트머리에 남아있는 생태감수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뭐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자연도 인간도, 우주도...

한낱 인간의 욕망이 지구를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꿈꾼다.
에코아나키스트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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