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 『수령국가』 저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3.1절 100주년 기념 남북 공동행사와 관련한 최초의 시발점은 지난해 9월 개최되었던 제3차 남북정상회담까지 거슬려 올라간다. 그 합의에 따라 정부는 3·1운동 100주년을 남북 공동으로 기념하기 위해 그해 12월부터 몇 차례에 걸쳐 장소와 규모 등이 담긴 계획안을 북측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그 주 내용으로는 기념음악회 및 축하공연 개최,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남북 주요 역사유적지 상호 방문, 남북 공동학술회의 및 특별전시회 등을 남북 공동행사로 치렀으면 하는 그런 내용이었고, 2주 정도 남은 지금의 이 상황에서는 이 가운데 일부만, 혹은 축소,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일정변경이나 공동행사의 불발까지 예상해야 되는 그런 의미의 공식발표가 지난 2월 14일에 있었다.

  "3·1절이 약 2주 남았지만, 우리 측의 제안에 대해 아직 북측의 구체적인 답이 온 게 없다"며 사실상 3·1절 100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를 규모 있게 치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공식 밝힌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중간 중간 브리핑을 통해서 "현재 정부 입장에서는 실현 가능하고 내실 있게 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하는 등 분위기 띄우기에 열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이는 거짓위장 브리핑이 되어버렸다.
 
  허나 통일부가 이렇게 공식발표를 하지 않았더라도 이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그런 일이었다. 그리고 그 결정적 요인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태도에 문제가 있다.

  왜 그렇게 바라봐야 하는가? 100주년은 정말 엄청난 의미를 갖는 그런 상징성의 문제이다. 그래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공동행사를 치를 데 대한 합의를 봤다고 봐진다. 그렇다면 우리정부로서는 그 의미와 합의에 걸맞게 100주년을 공동으로 치를 데 대한 필요충분조건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어야만 했다.

  그것도 우리정부의 일방적인 노력과 구상만이 아니라, 즉 우리정부의 독자적인 100주년 기념행사가 아니었기에 상대가 있는 그런 공동행사로 100주년을 치르려고 했다면 그 상대방인 북쪽의 3.1절에 대한 역사적 인식,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3.1절에 대한 북의 평가, 북의 항일역사 중에서 차지하는 3.1만세운동의 역사적 위상 등등을 면밀히 따져 남북역사학자와 충분히 협의하고, 상의하며 북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했어야만 했다.
 
  그런데도 그러한 노력은 없이(노력이 있었다면 미흡했다는 말이고), 즉 북과 합의된 남북공동 행사중심의 기획안은 전혀 보이지 않고, 우리정부의 일방적인 기획안과 그것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행사, 그것도 이벤트 중심의 행사로 북을 움직이려 했다면 이는 정말 북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했는지, 했다면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궁금증만 증폭되기에 충분하다.  

  즉, 3.1절 100주년이라는 그 역사적 사실과 당위의 중요성과 함께, 또 실제로도 남북정상회담이 합의한 만큼, 그런 공동행사로 치러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뭔지, 그것을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면 토론하고, 북과 남이 3.1절에 대한 이해가 달랐다면 서로 한발씩 양보하여 그 접점을 서로 찾아가면서 그 이해와 인식의 간격을 좁혀나갔어야만 했고, 그 과정과 정확히 비례하여 공동행사가 준비되어졌었어만 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결과가 2월 14일 통일부의 발표였고, 더 나아가 공동행사를 우리정부가 주도해서 준비해야지 하는 그런 생각이 너무 앞서서 일방적으로 이런, 저런 행사 하자 그렇게 접근했다면 절대로 남북공동행사는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보는 남북 공동행사의 필요충분조건은 분명하다.
 
  우선은, 남북 공동행사의 그 절실함보다는 3.1절에 대한 역사적 인식을 같이 할 데 대한 노력이 부족하지 않냐싶다. 

  이유는 생각만 해도 금방 알 수 있는 그런 문제이다. 남측은 임시정부 중심의 독립운동 항일해방운동사를, 북측은 김일성 중심의 항일무장투쟁세력의 항일해방운동사를 각각 그 역사적 사실로 인식·이해하고 있으니 3.1절에 대한 역사적, 민족적 위상이 전혀 다르게 위치지어 질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이 인식의 간격을 메우기 위한 작업이 선행되어졌어야만 했던 것이다. 

  둘째는, 첫 번째 인식의 연장선에서 나오는 문제의식으로 그러한 문제의식이 그 타당성을 갖고 있다면 이번 3.1절 공동행사는 북이 지난 2월에 발표한 ‘전체 조선민족에 보내는 호소문’에서 담겨진 그 4항 “전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마련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나가자!”였는데, 이에 대한 화답으로 3.1절 기념 공동행사를 남북해외가 함께할 수 있고, 그 합의문을 채택할 수 있는 “(가칭) 3.1절 100주년을 기념하여 전민족인 단합과 단결을 내올 데 대한 합의”와 같은 그런 전민족대회를 상상해낼 수 있어야만 했다. 
  또한 남북이 각각 3.1운동에 대한 역사적 위상을 달리 설정하고 있는 만큼, 그 역사적 인식의 통합과 통일을 위한 “(가칭)남북역사학자대회”와 같은 그런 것을 열어 통합된 3.1운동에 대한 역사적 위상확립을 해내었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 셋째는, 대단히 실무적인 것으로 과연 통일부를 비롯한 관련부처와 기관, 여당에서 3.1절 기념 남북 공동행사를 실제 이뤄내겠다는 의지가 제대로 있었냐 하는 그런 문제에 우린 좀 천착해야 한다. 이유는 3.1절 100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가 실무 차원의, 또는 부처 차원의 그런 합의사항 정도가 아니라 두 정상이 만나 합의한 최고위급 합의사항이다. 그렇다면 각급의 집행단위는 이를 실현시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던 것이다. 과연 대한민국 정부와 여당이 그러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고, 대답은 그렇지 않다 이다. 왜냐하면 (그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속속들이 알 수는 없으나) 결과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어서 그렇다.   

  해서 얻는 교훈 또한 명확하다. 3.1절 100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의 ‘사실상’ 무산은 남북의 두 최고지도자가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산되었다는 것이고, 이는 앞으로도 우리 민족이 함께하고, 하나 되고, 통일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상징하고 있다. 

  어떻게? 서로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서로 고집만 부린다면 정말 통합되고 통일된다는 그런 의미에서의 그런 과정이 정말 어려울 수밖에 없음을 각인시켜 주고, 단일민족이라는 그 준엄한 역사성 외에 지금은 체제, 역사이해, 삶의 형태, 사고방식, 생활방식 등등... 모든 분야에서 차이가 있고, 그래서 이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단 1m도 전진하기 쉽지 않음을 안내해주고 있지 않는가? 다시 말해 그러한 사실적 인식을 바탕 하지 않으면 하나 된다는 의미에서의 통일과 통합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이런 일은 비록 두 정상이 합의했더라도, 또 남북이 합의했더라도 열백 번 더 반복해서 일어날 수밖에 없음도 알 수 있어서 그렇다. 

  이렇듯 지나칠 수 없는 공동행사의 무산이고, 그런 만큼 여기서 얻어야 할 교훈은 너무나도 깊고 큰 것이어야 함이 분명하다. 비록 두 정상이 합의했더라도(역설적으로 두 정상이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켜질 수 없다는 것에서 정말 우리는 하나부터 열까지 북을 진정성 있게 이해하고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통 크게 하나 되는 연방연합 의식과 민족대단결 의식을 가지지 않는다면 정말 분단극복과 하나 된 남북통일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가야한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정말 진정 함께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깨닫고, 심각한 교훈을 그렇게 찾았으면 한다. 민간도 예외일 수는 없다.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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