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분수령이 될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오랜 진통 끝에 이달 27-28일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다.  역사적인 새로운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  6.12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후속 협상이 8개월 동안 담보상태에 빠져 있다가 금년 1월 김영철 부 위원장의 워싱턴 방문(1.17-19)을 계기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핵심쟁점에 대한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지게 되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의제와 장소를 북한과 조율하기 위해 스티브 비건(Biegun) 미국무부 대북 정책특별대표가 지난 2월6~8일 평양을 방문해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2박 3일 구체적 실무협상을 했다.  비건 대표는 이번 방북협의가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원하는 회담장소를 하노이로 양보한 것은 미국의 배려였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북미간 상호 양보를 통해 전체적으로 정상회담 실무 준비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비건 대표는 아직도 "북한과 해결해야 할 난제가 있다"고 실토하고 "양측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혁철 대표와 최종점검을 위해 정상회담 전에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핵심 쟁점인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해 간극을 좁히는 생산적인 협상을 기대한다. 

그러면 현재까지 북미간 합의한 내용이 공개된 자료 이외는 없어 아래와 같이 북미간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요약한다.  한 가지 주요한 사실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구축을 위해 미국의 비핵화 해법이 “일괄타결식” 방안을 고집해오다가 “단계적” 접근으로 전환한 것은 향후 비핵화/평화체제 프로세스의 촉진제가 될 것이다. 그 동안 북한이 일관성 있게 주장해온 “단계적, 동시행동” 접근을 미국이 일부분 수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첫 단계에서 지난 8개월 동안 주장해왔전체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포괄적 신고’를 받는 것을 뒤로 미루고 먼저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핵·미사일 폐기 약속을 한 특정 시설에 대해서만 우선 신고를 받은 뒤 ‘검증·폐기’하겠다는 입장으로 바꿨다. 미국의 이 같은 비핵화 접근 방식의 획기적인 입장 변화를 비건 특별대표가 이번 방북을 통해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입장변화는 대단한 미국의 양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이런 “단계적” 접근을 채택한 이유는 북한의 전체 핵미사일 시설의 포괄적 신고에 대한 거부감을 고려하여 포괄적 신고를 뒤로 미루고 북한이 특정 시설의 폐기를 약속하면 먼저 이 시설에 대해 신고를 받은 후 검증· 폐기해 나가는 방식으로 쉬운 것부터 먼저하는 “단계적 접근”으로 전환한 것이다.  미국이 포괄적 신고에 유연성을 갖고 북한이 약속한 특정시설의 폐기부터 시작한다는 단계적 접근을 채택한 것이다.  이런 비핵화 접근 방식의 변화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관련하여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수단 일 것이다.

향후 만약 영변 핵시설 폐기에 합의할 경우 이에 대한 신고를 받은 뒤 검증·폐기하고, 이후 미사일 관련 시설 폐기에 추가로 합의하면 이 시설에 대해 또다시 신고를 받고 검증-폐기하는 방식이다. 비핵화 해법은 미국의 “일괄타결식” 접근에서 벗어나 단계적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단계적 방식을 채택한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가교” 역할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제3차 평양 남북정상 회담(2018. 9.18-20)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미간에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물질과 핵무기, 운반수단 리스트 등을 신고하라는 것은 공격목표리스트를 제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전했다고 알려졌다. 이 메시지를 작년 연말에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 제출한 비핵화 로드맵 속에 포함되어 트럼프 행정부에 잘 전달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비건 대표는 지난 1월 31일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북미실무협상에서 다뤄질 내용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며 종전선언을 논의할 뜻을 내비쳤다. 북한을 실질적인 비핵화 로드맵에 이끌어내기 위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할 합의문에 종전선언 관련 문구가 포함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강연에서 비건 대표는 ‘이행 가능한 구체적 목표 달성, 앞으로 이뤄질 협상과 신고에 대한 로드맵, 북미 공동노력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에 대한 인식 공유’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평양 북미 실무협상에서 영변 핵물질과 시설을 신고, 검증, 폐기하는 방안, 영변 이외 지역의 핵시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중거리 미사일 및 관련 시설을 신고, 검증, 폐기를 위한 계획,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프로세스의 최종 목표 등 입구론과 출구론이 명확하게 명시된 비핵화-평화체제구축 로드맵에 구체적인 협상을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원하는 평양의 미국 연락사무소 개설과 미중남북 4자간 종전선언 약속에 대한 북미 합의 등 그리고 북한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대북 경제제재 완화를 미국이 어느 수준에까지 제재 면제를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비건 특별대표도 동 강연에서도 비핵화 로드맵에 관해 단계론을 언급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약속한 핵물질(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제조시설 신고, 검증, 폐기->핵.미사일 발사대 신고, 검증, 폐기->비축 핵무기 폐기 순서로 단계적 방식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상응조치는 종전선언, 경제지원,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재개 제재 면제, 국제금융 관련 등 제재 완화 등을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실타래처럼 꼬여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구축 문제는 일괄타결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미국이 인식하게 되었다. 이제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을 북한과 협의 중이기 때문에 문제가 서서히 풀려 나가길 기대한다. 북미간 협상이 지연되었고 비핵화 진전이 없었던 것은 상호신뢰와 비핵화 로드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이런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어 상호 양보와 타협을 통해 상호 신뢰가 구축되고 비핵화 로드맵이 도출되어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2021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이 지켜지길 기대한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미국 Eastern Kentucky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등, 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