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박희인 통신원(6.15남측위원회 대전본부 집행위원장)

 

▲ 올해 들어 첫 남북해외 민간공동행사인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금강산을 찾았다. 이틀째인 13일 아침 해금강에서 해맞이를 하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 - 통일뉴스 박희인 통신원]

올해 들어 첫 남북해외 민간공동행사가 12일~13일 금강산에서 열렸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남북정상회담과 올해 북측 신년사에서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남북 당국간 청신호가 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6.15남측위를 비롯한 종단, 민화협, 진보연대, 시민단체 등이 추진위를 구성하여 ‘새해맞이 연대모임’을 진행한 것이다.

250명이 넘는 대규모 금강산 방문으로 참가자들의 표정은 다소 설레임이 감돌기도 했지만, 동해선 남북출입국사무소 앞에서 가로막힌 통일부의 방송장비를 비롯한 노트북 등의 반입 불허는 대북제재에 따른 남북간 현주소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아무리 대북제재라 해도 언론취재를 위한 방송장비 불허는 납득될 수 없는 상황에서 참가자들은 씁쓸함을 넘어 도를 넘는 미국의 대북제재에 대해 분노감이 일기도 했다. 민간차원의 공동행사까지 미국의 허락을 받으며, 일희일비해야 하는 건지, 통일부에 대한 불만들이 곳곳에서 새어 나왔다.

하지만 예정된 행사까지 막을 수는 없는 일. 참가자들은 민족의 명산 금강산을 향하여 이동하였으며 드디어 ‘금강산 국제관광특구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붉은색 문구가 참가자들을 맞이하였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어느새 11년, 지난 시절 활기 넘치던 건물들은 색이 바래고 ‘새해맞이 연대모임’이 진행된 문화회관은 굳게 닫혔던 묵은 냄새가 채 가시지 않았지만 사면팔방 하얗게 눈덮인 금강산은 한폭의 그림처럼 그 빼어남을 감출 수 없어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아! 얼마나 많은 남녘 동포들이 오고 싶어 하는 금강산이랴!

▲ 13일 오전, 하얀 눈이 덮인 금강산을 배경으로 신계사에서 6.15지역본부 대표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박희인 통신원]

오후 4시부터는 남북해외 대표자 500여명이 모여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을 시작하였다. 남북해외 대표가 연설을 통해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각계의 결의를 모았으며, 남북사이의 교류와 협력을 전면적으로 활성화하여 민족 공동번영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을 것을 결의하였다. 그리고 4.27부터 9.19까지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활동기간’으로 정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나가기로 하였다.

이번 행사가 폭넓은 각계의 참가로 다양한 의견이 이어지면서 행사시간이 다소 지연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지난 10년 세월이 간단치 않았듯, 새롭게 연대하는 과정도, 소통의 인내과정이 필요함을 느꼈다.

‘8천만 겨레에 드리는 호소문’에는 새로운 통일이정표인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만이 남북관계를 전면 개선하고 평화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공통된 결의가 고스란히 담겼다.

13일 해금강에서 진행된 해맞이 행사는 추운 겨울임에도 포근한 날씨 속에 진행되었으며, 참가자들은 북녘땅에서 보는 새해 첫 일출에 환희와 감동 속에 새해 소망을 다짐하였다.

▲ 12일 오후, 6.15북측위원회, 북측 민화협 대표단과 6.15지역본부 대표단이 지역 상봉모임 후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며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박희인 통신원]

12일 오후에 진행된 부문별 상봉인 여성과 노동, 시민, 민화협, 종교, 청년학생의 상봉에 이어 13일 오전에는 지역과 농민, 교육자 상봉이 이루어졌다.

지역상봉 모임에 앞서 별도의 지자체 관계자 상봉이 오전 9시 20분부터 40여분간 진행되었다. 북측 민화협 양철식 부회장과 진행된 지자체 간담회는 대전광역시, 부산광역시, 강원도, 창원시, 완주군 등에서 관계자들이 참가했으며, 향후 지자체 교류를 위한 다양한 사업제안과 대담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를 상대할 북측 담당부서에 대해 당분간은 북측 민화협이 담당할 것임을 북측이 확인하였으며, 각 지자체들은 구체적인 사업제안을 북측에 전달해 놓은 상황이다.

연이어 1시간여 진행된 15개 광역시도 지역본부 대표자와 집행책임자들과의 상봉모임에서도 지역별 다양한 교류협력 사업이 제안되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중국 선양(심양)에서 진행된 6.15남측위 실무협의를 통해 제안되었던 평양토론회와 백두산기행, 평양국제마라톤대회 참가, 북측예술단 권역별 순회공연등에 대해서 북측 양철식 민화협 부회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대북제재를 뛰어넘지 못하면 전면적인 남북교류협력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지역 상봉모임에서는 판문점선언 이행의 걸림돌들을 제거하기 위해 지역본부의 역할과 활동을 높여나가기 위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분명 평화, 새로운 시대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체감온도가 높아가고 있지 않은 것은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부등켜안은 남북 두 정상의 팔과 가슴’의 뜨거운 온도를 강제로 조절하려는 미국의 대북제재와 간섭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새해맞이 연대모임은 남북 두 정상이 두 손을 마주잡고 약속한 평화번영과 통일시대를 열어내기 위한 또 하나의 새해 다짐이자 교두보 마련의 과정이다.

▲ 13일 아침, 해금강에서 해맞이 행사를 마친 후 떠오른 태양을 뒤로 하고 6.15지역본부 일꾼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박희인 통신원]

웃지 못할 헤프닝은 참가자중 한 사람이 호기심에 ‘평양으로 시작되는 북측 차량번호 사진’을 찍자, 북측 군관계자가 이를 압수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참가자가 무척 당황하였으며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야 차량번호 사진이 삭제된 다른 사진들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금강산 온정지구가 군사구역임을 간과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핸드폰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 낡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참가한 남측 참가자들은 서툰 카메라를 들고 들뜬 마음에 이곳저곳을 사진에 담으려 했으나 11년간 금강산관광이 멈춰있듯 한반도는 여전히 냉전이 종식되지 못한 상황임을 실감케 했다.

아마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이후 북미 간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약속이 지켜질 때 금강산에서의 긴장감도 봄눈 녹듯 녹아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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