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인 방북 승인 신청 불허 처분에 관한 법적 검토

통일부가 25일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방북 승인을 유보한다고 통보했다. 이번까지 합해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은 7차례 불허 또는 유보되었다고 한다. 정부의 처분을 두고 옳고 그름은 논의되지만 합법인지 불법인지는 논쟁되고 있지 않다.

남북관계가 발전될수록 당국의 처분에도 일정한 법적 한계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에 의한 일방적 개성공단 중단과 같은 대참사가 반복될 것이다. 방북을 유보한 통일부의 처분에 대해 법원에서 판단 받을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법원에서의 판단은 어떻게 나올까하는 주제에 대해서 법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통일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통일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방북 승인 거부처분 소송대상 될 수 있어

우선 통일부가 방북 승인을 유보한 처분은 소송 대상이 된다는 점에는 이론이 있기 어렵다. 이번 방북 유보 행위를 보면, 행정청인 통일부장관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한 방북신청에 대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하 ‘남북교류협력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거부한 행위에 해당한다. 이로써 입주기업인들에게 방북을 제한당하는 법적 불이익(거주이전의 자유)이 발생하므로 명백히 행정소송 대상이 되는 처분이다.

사법심사 배제되는 통치행위 아냐

남북관계에 관한 국가의 행위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안 되는지. 남북관계가 특수한 영역으로서 통치행위 내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법원에서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긴 어렵다. 대법원은 대북송금 사건에서 대북송금 행위에 대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또 민변이 1998년경 통일부장관에게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북한 주민과의 접촉 승인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대법원은 사법심사를 진행했다. 이런 전례에 비추어 보면, 이번 방북 승인 거부 처분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통일부장관의 재량권 한계가 쟁점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방북 승인 거부가 위법인지가 문제된다. 통일부장관이 방북 신청을 승인할지 말지는 재량사항이다. 그런데 행정기관이 갖고 있는 재량이 무제한적일까? 그렇지는 않다. 재량에도 한계라는 것이 있다. 재량의 한계를 넘어서면 법원은 재량권한을 일탈 또는 남용했다고 보고 그러한 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한다. 이번 방북 불허 사건도 재량권을 넘어섰는지 살펴봐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민변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통일부장관이 재량권을 넘어섰는지를 살펴봤다.

시설점검 목적의 방북이 남북교류협력·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해칠 합리적 또는 상당한 우려 없다면 위법

남북교류협력법에는 방북 승인에 관한 기준이 없다. 하지만, 같은 법에서 북한 주민과 팩스 등으로 연락하거나 해외에서 만나는 경우(이하 ‘북한주민접촉’)에 통일부장관에게 미리 신고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경우 원칙적으로 신고를 수리하도록 하고, △남북교류협력·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이하 ‘남북교류협력등’)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수리를 거부할 수 있도록 정해 놨다.

그리고 방북승인의 경우에도 일단 방북을 승인하면 통일부장관이라고 하더라도 그 후에 승인을 취소할 수 있는 사유가 매우 제한된다. 취소사유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받은 경우, △방문승인시 부과된 조건을 위반한 경우, △남북교류협력등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된다.

북한주민접촉 보다 방북승인은 더 위험하거나 파장력이 있으므로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북한주민접촉 신고를 거부할 수 있는 예외사유 보다는 방북승인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는 그만큼 더 넓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승인한 방북승인을 취소할 때에는 그 당사자가 방북승인을 믿고 준비도 하고 비용도 들였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 사람의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 그래서 방북승인의 취소사유보다 방북승인 거부 사유는 그만큼 더 넓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논리와 법규정의 내용을 종합하면, 방북 승인에 관한 통일부장관의 권한은 자유재량이라고 할 수 없고, 단지 북한주민접촉 신고 거부 사유와 방북승인 취소사유 보다는 한 단계 넓은 재량권이다. 즉, 남북교류협력등을 해칠 ‘명백한’ 우려 보다 한 단계 낮은 남북교류협력등을 해칠 ‘합리적’ 우려 또는 ‘상당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 통일부장관은 방북을 불허할 수 있다. 그러한 우려조차도 없다면 방북을 불허하는 것은 재량을 일탈·남용한 것이고,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하게 되며, 법원은 원칙적으로 그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

이번 방북 신청을 승인하면 남북교류협력·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해칠 합리적 또는 상당한 우려가 있었을까?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시설 점검차 방북하려고 한 신청이므로 질서유지·공공복리와는 무관하고, 통일부도 그러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럼 남북교류협력·국가안전보장을 해칠 합리적 또는 상당한 우려가 있는 지로 좁혀진다.

통일부는 방북 불허 이유에 대해 “관계부처 간 협의, 국제사회의 이해 과정뿐만 아니라 북한과도 구체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며 “해당 여건들이 충족이 다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남북교류협력·국가안전보장을 해칠 합리적 또는 상당한 우려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반박 논리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개성공단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은 안보리 제재 위반 아냐, 정부가 안보리에 물어보거나 면제신청 한 적도 없어

개성공단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은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에 위반되지 않는다. 개성공단 재가동 자체는 금지된 물자가 북한으로 반입되고, 금지된 섬유류가 반출되며, 입주기업에 대한 금지된 금융지원을 재개해야 한다는 점에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은 재가동을 위한 준비행위가 아니고 장기간 방치로 인한 시설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점검이 목적이고, 금지된 물자를 반입하지도, 섬유류를 반출하지도, 금융지원이 필요하지도 않다.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에 전혀 위반되지 않는다. 그리고 유엔안보리에 위반 될 소지가 있다면, 정부는 유엔안보리 제재위원회에 개성공단 시설점검을 위한 방북이 제재에 위반되는지 유권해석을 요청하거나 위반된다고 확신했다면 제재면제를 신청했어야 한다.

정부는 7번에 걸쳐 방북을 불허 또는 유보하면서 충분한 시간 동안 그러한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없다. 한편, 시설점검 차원의 방북은 남북교류협력을 촉진하는 행위이지 이를 해치는 행위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가을 유럽순방에서 각국 정상들에게 대북제재 완화를 피력했다. 따라서 “국제사회 이해 과정”이 필요하다는 통일부 주장만으로 남북교류협력·국가안보를 해할 ‘합리적’ 또는 ‘상당한’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통일부가 들고 있는 “관계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정부 내 부처간 협의는 통일부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이지, 입주기업인들을 탓한 이유가 되지 않고, 방북 거부 처분이 적법한지와 관련이 없다.

나아가 “북한과도 구체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개성공단을 조속히 재개할 것을 천명하였다. 따라서 북한 당국은 적어도 시설점검 차원의 방북에 관한 구체적 협의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통일부가 북한 당국과 방북에 관해 구체적 협의를 시도했다는 소식도 알려지지 않았다.

입주기업은 국가를 믿었던 죄밖에 없어, 따라서 통일부 재량은 축소돼야 해

오히려 통일부의 재량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볼 때 더 축소되어야 한다. 정부가 개성공단을 조성해서 입주기업인들을 모집하고, 각종 지원을 해왔다. 입주기업인들은 공단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믿고 상당한 자금과 노력, 시간을 투자했다. 개성공단은 정부가 2016년 일방적으로 전격적으로 폐쇄했다. 공단 폐쇄 과정에서 기업인들의 잘못은 전혀 없었다. 입주기업인들은 폐쇄 후 현재 3년 가까이 공단 시설에 대해 점검을 하지 못해 방치할 경우 상당한 재상 피해를 피할 수 없다.

미국의 승인이 없어서 불허했다는 주장은 치욕스러워서 할 수 없어

통일부가 말한 “국제사회의 이해 과정”은 미국의 이해 또는 (트럼프가 말했던)승인이 없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의 통일부가 재판과정에서 명시적으로 미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긴 어려울 것이다. 통일부가 부끄러움을 모르고 그렇게 주장하더라도 주권국의 사법부가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미국의 이해과정을 구하는 노력을 충분히 해왔으므로 동맹국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막연한 우려를 국가안보를 해칠 ‘합리적’ 또는 ‘상당한’ 우려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상과 같이 방북 거부 처분이 소송으로 비화될 것을 가정하여, 법리논쟁의 시나리오를 살펴봤다. 그런데, 방북 거부처분이 위법하다는 논거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이를 반박하는 통일부의 예상 논거는 빈약하거나 치욕적이다. 통일정책의 사법화가 실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37기)로 수료한 후 법무법인 도담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4대강 공사 취소 행정소송(한강담당)과 천안함 민간조사위원 신상철씨 형사사건 1심을 공동으로 변론했다.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법정에 참여하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통일위원회와 미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민단체들과 함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활동을 벌였고, 서촌 궁중족발 사건을 변호하였다.

저서로는 「골목사장 생존법」, 「변호사가 풀어주는 공정거래법 Ⅰ, 하도급편」(개정판)을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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