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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기차는 달리고 싶다”<칼럼>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김동엽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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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23  1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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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간 멈춰 있던 비핵화 기차가 다시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8일 뉴욕에서 열릴 것 같았던 김영철 북한 통전부장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간 북미 고위급회담이 해를 넘겨 바로 워싱턴 D.C.에서 성사되었다. 김영철 통전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2월말 경 제3국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 스톡홀름에서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만남도 있었다. 이제 1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기차를 정지시킨 것은 기관사가 아니다

비핵화 기차는 북한의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과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라는 선제적인 조치로 기대감에서 출발했다. 기차가 ‘유예’의 역을 지나 제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거칠 때만 해도 비핵화 진전 가능성에 긍정의 에너지가 가득 차 있었다. 어렵지 않게 다음 역인 ‘동결’의 역에 다다를 것이란 희망과 달리 멈춰서 버렸다. 많은 사람들은 기관사가 기차를 멈춰 세웠다고들 한다. 기차를 세운 것은 기관사이겠지만 아무런 이유도 없이 기차를 세웠을지 궁금하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행동과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북미 간 후속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내에서 철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만들어졌다. 북한은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로 이미 실질적인 비핵화 행동을 보여주었으니 종전선언 등 이에 상응한 조치를 미국이 할 차례라는 입장이었다. 반면 미국은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의 경우 언론에만 공개하고 실제 전문가 검증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실질적인 조치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종전선언을 위해서는 신고와 같은 추가적인 비핵화 행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종전선언을 해주겠다고 이야기한 것이 사실이라면 기차가 멈춘 것은 ‘신고 대 종전선언’이라는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생긴 탓이다. 반협상파 진영에서 만든 악의적 프레임을 그대로 실어 나른 언론과 전문가들도 비핵화 기차를 멈추게 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 11월 김영철 통전부장의 방미가 취소되고 미국의 접촉을 북한이 지속적으로 거부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심과 함께 북한 때문에 비핵화가 정체되고 있다고들 한다. 카드게임에서 한쪽이 패를 열어 보이고 판돈을 걸었다면 다른 한쪽도 패를 뒤집고 그에 상응하는 판돈을 걸어야 게임이 진행될 수 있다. 북미간 게임에서 과연 누가 패를 보이고 판돈을 걸었고 누가 그렇지 못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지금 상황이 누구 때문인지 평가는 달라진다.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비핵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북한의 행동만으로 보는 외눈박이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된다. 비핵화의 진행방향이 북한의 의지에 따라 결정된다면 진행속도는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결정된다. 여러 가지 이유로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이 보인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준비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책임을 어느 한쪽에 전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굳이 따지고 들자면 비핵화 기차가 다시 출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의 상응조치라는 연료 준비부족 때문이다.

‘트럼프 일병 구하기’와 ‘김정은 일병 구하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조치가 의회를 비롯한 내부 정치적 반대에 직면해 북한의 추가 행동 없이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북한 내에서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통 큰 결단과 양보가 필요하다고들 한다. 미국 내부적으로 고립무원 정치적 위기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나 반협상파 쪽으로 다리를 뻗을 수 있도록 김정은 위원장이 도와주어야 결국 북한이 상응조치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한마디로 ‘트럼프 일병 구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북한의 변화와 전략적 선택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4월 20일 병진노선 대신 경제우선 전략을 내세우고 중국 비행기까지 얻어 타고 싱가포르까지 날아간 것은 제재나 군사적 압박에 굴복한 것이 아니다. 핵무력 완성을 바탕으로 미국으로부터 체제를 보장받고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발전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다. 인민들을 힘들게 하며 만든 핵을 내려놓는 이유도 김정은의 말대로 “인민의 웃음소리가 가득”하고 “유복하고 문명스러운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라는 나름 분명한 비핵화의 명분과 정당성을 만들어 놓았다.

지난해 북한 정권수립 기념 70주년 9.9절 이전에 종전선언을 받아내 비핵화의 명분 및 통치 권력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간절함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500만대의 핸드폰을 손에 들고 500여개의 장마당을 뛰어다니는 인민들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미국에게 받는 것 없이 무작정 양보만 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정작 필요한 것은 ‘김정은 일병 구하기’일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 대내적인 명분과 정당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양보와 굴복의 유혹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북한의 선제적 행동을 요구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먼저 움직일 리는 만무하다. 김정은도 구하고 트럼프도 함께 구해야 한다. 반발씩 양보하는 자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우리의 뛰어난 중재자이자 촉진자의 역할이 더 빛을 발해야 할 때이다.

생각보다 좁은 입구와 명확한 출구

미국에서의 고위급 회담으로 최선희-비건의 상견례 정도로 예상했던 스톡홀름 회동이 예기치 않게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으로 상향되었다. 이로써 북미는 2월말 경으로 예정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제 어떠한 합의를 이끌어 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일정 수준의 합의도출로 비핵화 프로세스가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 합의가 큰 틀에서 비핵화 프로세스의 전체적인 형태만 제시했다면 제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는 이를 보다 구체화한 합의를 이끌어 내야만 한다. 모든 단계의 이행 로드맵을 구체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신 비핵화와 이에 따른 상응조치 이행의 구체적인 입구와 명확한 출구를 담을 가능성이 있다.

입구로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는 평양선언 5조 1항에 명시한 바대로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의 전문가 공개 폐기 시 풍계리까지 확인하고 또 영변 지역으로 한정된 동결과 사찰을 수용하는 것이다. 신고는 진실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입구로는 적절하지 않다. 단 과거 냉각탑 폭파와 같이 단순히 영변 핵시설의 폐쇄 봉인에 그치지 않고 핵심 시설에 대한 상징적 폐기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따른 상응조치의 입구는 평양선언 5조 2항에 언급한대로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북미간 상시 연락채널 확보 차원에서 연락사무소 개설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초기조치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평화체제 구축의 시작은 종전선언이 될 수도 있으나 지난해 중국의 참여문제 등으로 한차례 진통을 겪었다는 점에서 바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다자간 논의의 시작으로 바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인도적인 사안이나 민간차원에서 제재 예외나 유예 또는 테러지원국 해제 등 행정조치와 관련된 사안을 추가적으로 포함될 수 있다.

일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개성공단, 금강산 문제가 포함될 수 있다고도 보지만 개인적로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ICBM은 북한의 핵무력 완성을 보장하는 과거핵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결코 ‘스몰딜’이라고 할 수 없다. ICBM이 없으면 북한은 실질적인 핵무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에서 엄청난 상응조치를 요구하는 마지막 ‘빅딜’일 수밖에 없다. 또 개성공단과 금강산 문제가 북미정상회담에서 간접적으로 논의될 수는 있으나 이것이 공식 의제화되고 또 합의문에 포함될 경우 우리는 정말 우스운 모양이 되지 않을까 한다.

생각보다 입구가 좁다. 그러나 비핵화 조치의 입구를 넓게 하고 싶어도 상응조치의 입구를 넓힐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행하지 못할 약속보다 오히려 작지만 확실한 약속으로 입구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 대신 명확한 출구를 명시해 부족함을 채워나갈 수 있다. 출구는 트럼프 대통령의 1기인 2020년까지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을 명시하는 것이다.

수많은 장애물, 누가 치워줄 수 있을까

출구를 명확히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시기에 대해서는 이미 김정은 스스로 언급한 적도 있고, 하루빨리 비핵화하고 경제발전에 매진하고 싶다고도 했다. 여기에 미국이 이야기하는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 가능한 비핵화)와 결합해 2020년까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 가능한 비핵화을 하겠다고 명시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2020년까지 FFVD는 불가능하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과정이 진행되어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을 때 제재해제 문제가 검토될 것”이며 “비핵화 과정이 20% 정도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가 언급한 20%의 비핵화는 이미 만들어 놓은 핵무기가 아니라 더 이상 핵물질(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지 못하게 재처리 및 농축시설을 폐기하는 핵사이클의 20%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미 보유한 핵물질이나 핵무기의 20% 선폐기가 아니다. 핵물질는 100% 완전히 반출 폐기해야 완전한 비핵화이다. 트럼프가 이야기하는 비핵화란 기술적인 비핵화가 아닌 자신이 인정할 수 있는 정치적 비핵화를 말하는 것이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이 합의해 입구와 출구가 마련되었다고 해도 문제는 그 사이의 단계이다. 단계별로 북한의 비핵화 행동과 미국의 상응 조치의 조합이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쉽지 않은 고차원 방정식이다. 방정식을 푼다고 해도 본격적인 이행과정에서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교착상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지난 해 미 중간선거 이후 북한의 미사일 기지 보도 등 반대파의 공격 수위가 노골화되고 있다. 예상 밖의 수많은 장애물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정치적 공세를 이겨낼 것인지가 관건이다.

비핵화의 기차가 멈추지 않고 달리기위해서는 누군가 장애물을 치워주워야 할 텐데 과연 누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해군사관학교 경영과학 학사(OR)

국방대학교 국제관계 석사(안전보장학)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박사(군사안보전공)

현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및 정외과 조교수(박사주임교수), 북한연구학회 이사,

한반도평화포럼 안보센터장, 국방부/통일부/연합사 자문위원,

예) 해군중령 (2011년 8월 19일 전역 / 군 근무20년)
- 국방부 북핵WMD담당, 대북정책기획담당, 대북협력정책담당
- 남북군사회담 10여회 참가(2007~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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