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통신원 (연세대학교 통일학협동과정)

 

▲ 민화협과 국회의원 연구단체 '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는 14~18일 국회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통일의 봄은 오리라'를 주제로 북한 미술전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세원 통신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대표상임의장 김홍걸, 이하 민화협)는 14일부터 18일까지 “통일의 봄은 오리라”를 주제로 북한 미술전을 국회에서 개최한다.

이번 미술전은 민화협과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와 공동주최로 국회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진행된다. 개막식은 지난 14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렸다.

이 날 전시된 그림들은 지난 2002년 북한이 민화협에 선물한 총 100여점의 미술작품 중 약 50여점의 작품들이었다. 이 그림들은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그 동안 창고에만 갇혀 있었다. 장장 17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빛을 보게 된 것이다.

14일 개막식에서 ‘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 공동대표인 노웅래 의원은 개막사에 나서 “전쟁의 위기에서 공포에 떨고 있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앞장서서 한반도 평화번영의 문을 열었다”며, “2019년이 정말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전시된 그림을 북에서 민화협에 전달한 지 15년이 넘었는데, 그 동안 기회가 없어서 좋은 그림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창고에 숨어 있었다”며 “그림이 창고에 있었던 것처럼 남북관계도 답답하게 갇혀 있었는데, 남북관계가 풀리면서 그림도 빛을 보고 숨을 쉬게 됐다”고 했다.

북한의 미술과 조선화

▲ 북한의 조선화는 동양화의 맥을 이으면서도 채색과 서양화의 기법을 혼합한 것으로써 북한 미술을 대표하는 장르이다. 북녘의 가을은 ‘가을의 구룡폭포’로, 계관인, 인민예술가이자 만수대창작사 조선화창작단 창작가인 김승희의 작품이다. [자료사진 - 민화협]
▲ 북녘의 겨울은 ‘백두산 장군봉과 비루봉’으로, 공훈예술가이자 만수대창작사 창작가인 최창호의 그림이다. [자료사진 - 민화협]

2018년 4월 27일 개최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월 12일 개최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9월 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에 평화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이와 함께 예술과 체육 분야 역시 교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의 정치, 경제, 군사와 같은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 비정치적인 부분에서는 가끔 스포츠와 예술단의 공연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미술 분야에 있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미술은 시각예술로써 그림을 통해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소위 정치 일변도의 북한 알기로 인해 그 중요도에 비해 주목되지 못하였다. 또한 우리가 기억하는 북한 미술의 모습은 단순히 프로파간다 포스터, 우상화를 위한 미술, 선전선동을 위한 억압된 예술이 대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되려 필자와 같은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에 다소 난해한 현대미술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사실적이기도 하였다. 전시회에 들어서자, 생각보다 더 사실적이고 거침없는 묘사력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된 그림들은 ‘조선화’들이다. 조선화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조선화는 동양화의 맥을 이으면서도 채색과 서양화의 기법을 혼합한 것으로써 북한 미술을 대표하는 장르이다. 이는 독자적 양상으로 발전하여 오늘날 중국, 한국, 일본의 동양화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북한 고유의 표현’으로 특화를 보이고 있다고 알려진다. 조선화는 산수화, 동물화, 문인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강한 명암과 날카로운 선묘를 특징으로 한다.

전시회 구성: 산수화, 동물화, 문인화

▲ 북녘의 봄은 공훈예술가 최영식의 2002년 8월 작품으로, 전시회의 이름인 ‘통일의 봄은 오리라’가 그 이름이다. [자료사진 - 민화협]
▲ 북녘의 여름은 ‘금강산 석가봉’으로, 인민예술가이자 조선미술가동맹 중앙위원회 위원 선우영의 그림이다. [자료사진 - 민화협]

산수화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풍경화로, 대부분이 산수화였지만 특히 북녘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전시해 놓은 것이 인상 깊었다.

북녘의 봄은 공훈예술가 최영식의 2002년 8월 작품으로, 전시회의 이름인 ‘통일의 봄은 오리라’가 그 이름이다. 나무에 분홍색 꽃이 핀 임진강 강변을 배경으로, 좌측 상단에는 박세영이 작사한 북한의 대중 가요 ‘림진강’ 가사가 적혀 있다.

북녘의 여름은 ‘금강산 석가봉’으로, 인민예술가이자 조선미술가동맹 중앙위원회 위원 선우영의 그림이다. 북녘의 가을은 ‘가을의 구룡폭포’로, 계관인, 인민예술가이자 만수대창작사 조선화창작단 창작가인 김승희의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북녘의 겨울은 ‘백두산 장군봉과 비루봉’으로, 공훈예술가이자 만수대창작사 창작가인 최창호의 그림이다.

▲ 박명철 작가의 '호랑이'는 일반 회화 기법과는 달리 돌, 가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세원 통신원]

동물화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박명철 작가의 ‘호랑이’라는 그림이었다. 당장이라도 그림에서 튀어나올 듯한 매서운 눈빛을 잘 살려낸 그림이었다. 자세히 다가가서 살펴보니 이는 흔히 보던 회화의 느낌이 아니었다. 반짝이는 다양한 색의 돌, 가루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매서운 호랑이의 눈동자를 보석으로 박아 넣어 입체적 느낌을 한층 살렸다. 그 외에도 김영호 등의 작가가 그린 ‘풍산개’라는 작품이 있다.

문인화 중에서는 공훈예술가 신봉화의 ‘처녀시절 꽃시절’이라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 또한 ‘호랑이’와 같이 흔한 회화가 아니라 캔버스 위에 모래를 뿌리고 색채를 입힌 듯한 질감을 가졌다. 북한 여성의 독특하면서도 담대한 표정이 입체적으로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여러 편견을 깨게 해준 값진 전시회

▲ 여러 편견을 깨게 해준 값진 전시회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세원 통신원]

북한의 미술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할 것이다. 북한의 미술은 체제 선전선동의 일환일 뿐 아니냐고 보는 사람도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을 제대로 알고 그들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사회상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미술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단순히 우리의 시각에서 그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이런 그림을 그리는지 진정으로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단순히 체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예술에 대해 편견을 갖는 것이 오히려 예술을 대하는 자세가 아니다.

여러 편견을 깨게 해준 값진 전시회였다. 더욱 많은 북한의 미술을 남한에서 보는 것을 넘어 북에 직접 가서 예술들을 보고 느끼고 그들과 더욱 열린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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