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문제 등을 논의하는 한미워킹그룹이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을 보류했다. 미국 측이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이 개성공단 재가동과 연계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17일 오전 워킹그룹 화상회의를 열고 남북협력사업 제재 면제 등을 논의했지만,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은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이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문제를 거론했지만, 미 측은 화상회의는 중간 형태의 회의이므로 거론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태도를 보여,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이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 문제를 보류한 이유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연계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측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 측이 뚜렷하게 방북을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지난 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유동옥 개성공단 재개준비 테스크포스(TF)단장은 지난해 7월 미국 측의 요청으로 마크 램퍼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과의 비공개 면담한 자리에서, 미국 측은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고, (방북은) 한국 정부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기업인들 앞에서는 시설점검을 위한 방북은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이들의 방북에 뒷짐짐으로서 사실상 가로막고 있는 정황.

이번 한미워킹그룹 화상회의에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논의가 보류되면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7번째 방북 신청은 물거품이 됐다. 기업인 179명은 16일 방북할 계획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의 인플루엔자 치료를 위한 타미플루 대북지원은 승인됐다. 하지만 남북 간 협의가 마무리가 안 돼 지연됐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미국 측의 협조가 이제야 이뤄졌음이 확인된 셈이다.

정부는 20만 명분의 타미플루와 민간업체가 기부한 신속진단키트 5만 개를 다음 주 중에 북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산가족 화상상봉 문제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셧다운 상황이고 검토하는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통일부 당국자는 말했다.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는 이산가족들의 긴박한 상황과 대비되는 풍경이다.

이번 회의에서 양국은 경기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기 북측 제공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견 접근을 봤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늘 화상회의에서는 유해 발굴 관련한 지뢰 제거 투입 문제에 대해서 상당한 공감대 이뤄졌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안보리 제재위에 제재 면제 신청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 경의선.동해선 도로 공동조사과 관련해서도, “지난번 전문가들이 북측에 올라가서 상황을 점검했지만 보다 더 장비가 투입되는 조사에 대한 필요성도 있다고 들었다”며 “그에 대해서도 상당한 공감대가 한미간 형성돼 그에 대한 조치가 안보리 차원서도 이뤄진다”고 밝혔다.

(추가,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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