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일본 사회가 두 쪽으로 찢어지는 중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3일 진단했다.

일본이 전후 자국 안보 현실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1991년 1~2월 걸프전이다. 2차 대전 패전 이후 미국의 안보 우산에 안주하던 일본은 걸프전에서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안보 기여’를 요구받았다.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자위대 파견, 집단자위의 틀에서 미.일 공동훈련 등이 개시됐다.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은 일본 사회에 전례 없는 동요와 “새로운 현실”에의 적응이라는 과제를 던졌다. 냉전 이후에도 동아시아에서 유지되던 미국의 군사적 패권과 결의가 도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시대에 변한 것은 미국의 결의”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는 미국의 대북 유화책에 대한 실망과 난감함이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합의 때 돈을 내야 할 나라 중 하나로 일본을 거론할 때 특히 그렇다. 일본에서는 북한으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낼 공격 능력이 없는 현실에 불평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일본은 오직 미국을 통해서만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북미대화는 동맹에 대한 인식의 ‘갭(gap)’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봤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이 자국 안보에 충분히 기여하지 않는 “무임승차자”라고 본다. 반면, 일본은 동맹의 덫에 걸려 전쟁에 끌려들어가는 사태를 더 두려워한다. 

일본이 미국을 경계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한국도 일본을 경계한다. 최근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 등 과거 역사에서 비롯된 문제로 한.일 관계는 얼어붙은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일본 사회 내에는 댜오위댜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분쟁에서 미국의 지지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 일본 진보세력은 더 ‘고립주의자’가 되어가지만 독자적인 군사력 구축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냉전 시기에 비해서는 중국을 덜 우호적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일본의 집권 ‘보수세력’은 점점 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 호주, 인도 등과의 군사적 관계를 강화하고 미국의 첨단무기 도입 등을 위해 향후 5년 간 방위비를 대폭 늘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신문은 아베 신조가 이끄는 ‘현실주의’ 세력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회 내에) 기본적인 평화주의 철학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남은 임기 중에 일본 사회가 고립주의와 현실주의로 더 찢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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