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2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진행된 '2019 북 신년사 분석과 정세전망' 토론회에서 북한과 미국이 각각 영변핵시설 불능화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철도도로연결 사업을 서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현재의 교착을 풀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북한과 미국이 각각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대북제재 해제를 위한 특구'를 맞교환한다면 현재의 교착을 풀 수 있는 타결 가능한 방안일 수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공동주최하는 '2019 북 신년사 분석과 정세 전망' 신년 토론회가 열린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

신년사의 국제관계 분야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발표한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는 6.12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단계적 상응조치'를 강조하는 북한과 '선 비핵화 후 보상' 입장을 고수하는 미국이 전면적으로 대북 제재를 해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절충한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북한 핵 사이트 7~8곳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북한 핵능력의 80%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 조치를 언급한 것에 대해 미국이 개성공단·금강산·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 등 남북이 관심을 갖는 사업을 대북제재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을 상응조치로 교환하여 협상 재개의 계기를 만들자는 것.

김 교수는 먼저 김 위원장이 이번 신년사에서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입니다"라고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밝힌 점에 주목했다.

구체적 조치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는 일부의 평가절하에 대해서는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국내 국정기조에서 (북한 주민들이 학습자료로 삼는 신년사에서 육성으로) 비핵화를 이야기했다는 것은 평가할 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습니다"라는 언급에 대해 일부에서 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전제로 핵군축회담으로 가기 위해 제시한 논리라고 폄훼하는데 대해서도 "핵 군축이 비핵화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라면 왜 피해야 하는가. 비가역적 군축이라는 단계를 거쳐 비핵화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미국내 여론도 적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번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의 제재와 압박이 계속될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데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말한 '새로운 길'은 국내 경제부문에서 제시한 '자력갱생'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북한이 협상판을 깨지는 않고 자력갱생의 새길을 걷겠다고 하는 한 미국이 군사옵션을 쓰는 것은 어렵고 현재의 제재에서 더 나아간 제재를 가할 수도 없으며, 국경지대에서 부분적으로 제재가 완화되는 것을 막을 길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자력갱생을 '새로운 길'로 준비한 북한에 대해 새로운 교환수단을 제시하지 않으면 미국으로서도 더 이상 국면의 전환을 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미 양측의 의지가 있는만큼 올 1, 2월 중 북미정상회담은 가능하겠지만 미국이 구체적 협상카드없이 원칙과 목표만 제시한다면 미국내에서도 우려하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타협만 가능할 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강자의 DNA를 갖고 있어서 쉽지 않겠지만 중간 단계에서 미국이 먼저 로드맵을 제시해야 비가역적인 대타협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 이날 토론회에는 300여 좌석이 꽉 찰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새로운 길' 등 최악의 상황에 대한 모호한 위협을 담고 있으나 초점은 대화에 두고 있다며 북미 관계의 개선을 기대할만 하다고 말했다.

신년사의 경제부문을 정리한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에 대한 언급은 많은데 내용상 특별한 경제전략을 제시한 것도 아니고 산업부문에서 국가 프로젝트가 제시된 것이 없다"고 하면서 "안정적으로 경제를 운용하면서 버텨가겠다는 기조"라고 평가했다.

경제관리 부분에서 창의성과 효율성 등 개방적 키워드가 혼재되어 제시되지만 '국가에 의한 통일적 지도, 사회주의 경제법칙' 등이 좀 더 강조되었다며, "제재조건에서 내부자원을 총동원하는 관료제 방식으로 좀더 효율화하겠다는 것인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정철 숭실대학교 교수, 조영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윤보영 동국대학교 강사,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지난해 극단적인 전쟁위기에서 평화 분위기로 급반전을 이루다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 타개가 간절한 시점에서인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를 분석하는 토론회는 300여 좌석이 부족할만큼 성황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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