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렸다. 남북은 지난달 30일부터 18일간에 걸쳐 철도 북측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즉 남북은 11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경의선 개성-신의주 400㎞ 구간을 조사한 데 이어 8-17일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800㎞ 구간을 조사했다. 그에 기초해 이날 착공식이 열린 것이다. 어쨌든 연내 착공식을 갖게 돼 다행이다. 만시지탄이지만 감개무량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 북측 김윤혁 철도성 부상은 이날 착공사에서 “민족사에 특이할 역사적 사명으로 되며, 세계 앞에 민족의 힘과 통일 의지를 과시하는 뜻깊은 계기”라고 착공식의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남측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제 철도는 시공만이 아니라 남과 북의 마음의 거리까지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남과 북을 이어준 동맥은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되어 우리의 경제 지평을 대륙으로 넓혀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모두가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 남북이 갈라져 있지 않다면 한반도는 문자 그대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한 면은 육지에 연결된 전형적인 반도(半島)일 터다. 일제 강점기가 배경인 영화 ‘암살’에서 친일파를 제거하기 위해 암살단이 상해에서 경성으로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 있다. 이렇듯 분단 이전에는 한반도가 온전히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데 분단 이후 분단선에는 거대한 장벽이 처졌다. 북측은 위로는 대륙으로 갈 수 있지만 좌우로는 바다, 아래로는 장벽에 맞서며, 남측은 삼면이 바다인데 그나마 한 면마저 절벽에 마주서 있다. 남과 북이 각각 섬보다 못하게 철저히 고립돼 있는 셈이다.

◆ 남과 북이 분단돼 있지만 그 분단에 파열구를 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철도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역대 민족화해 정부는 남북 철도 연결을 꾀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 철도를 ‘철의 실크로드’라 의미를 부여했으며, 노무현 정부는 2007년 12월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에서 북측 개성 판문역까지 경의선 철도 남북 간 27㎞ 구간을 완공했다. 이번 착공식은 바로 그때 완공된 철길을 따라 판문역에서 열린 것이다. 

◆ 그런데 이번 행사는 엄밀한 의미에서 ‘착공식’이 아니라 ‘착수식’이다. 즉 본격적으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공사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언젠가 시작을 하겠다고 말로 선포한 격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때문이다. 그나마 착수식마저 불명했는데 지난 19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통해 ‘제재 면제’를 승인했기에 가능했다. 민족의 동맥마저 외세의 간섭에서 헐떡여야 하니 딱한 신세다. 외세가 짖어도 철길은 뚫려야 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