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례 없는 제재’에 인권 공세 추가

12월 10일 미 국무부, 재무부는 최룡해 당 부위원장 등 북 고위급 인사 3명, 기관 3곳 등에 독자 제재를 추가했다. ‘인권 유린 책임자’라는 이유를 사용해서다. 12월 11일 품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등 10개국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한다.

그리고 12월 17일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채택됐다. 표결 없이 ‘켄센서스(동의)’로 처리됐는데 그 ‘켄센서스(동의)’에 중국, 러시아, 이란 등 15개국이 불참했으니 사실 전원합의는 아니다. 그럼에도 미국은 14년 연속 같은 결의안을 관철, 북을 대하는 자세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을 과시했다.

또한, 12월 18일 백악관은 탈북자 지성호 씨를 크리스마스 연회에 초청했다. 취임 후 첫 번째 국정연설(1.30)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잔인한 독재국가”라고 북을 공격할 때 그 상징으로 등장시켰고, 평창동계올림픽의 평화 분위기를 박살내려 좌충우돌하던 펜스 부통령이 탈북자와의 만남(2.9)에서 재등장시켰던 그 지성호 씨다.

미 국무부 관영 <미국의소리(VOA)>는 오늘의 북미 관계를 이렇게 진단한다.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반 년 사이에 미국이 이처럼 많은 대북 제재 조치를 단행한 건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12.14).” 대화, 협상 국면 이전보다도 많은 대북 제재, 그리고 인권 공세 추가, 믿기 어려운 일이다.

2. 북의 품페이오 집중 공격

12월 12일 북 <노동신문>은 '자력갱생, 간고분투'라는 제목의 ‘정론’에서 적대세력의 제재, 압박을 이겨내고 “더 큰 힘을 키우는 길에서 준엄한 시련과 난관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설 이상의 권위를 갖는 것으로 알려진 정론(통일뉴스.12.12)”을 통해 ‘시련과 난관의 각오’까지 언급, 배수진을 친 다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12월 13일 북 <조선중앙통신>은 개인 필명 논평을 통해 “지금 북미 관계는 교착 상태에 있다”면서 “출로는 미국의 상응 조치”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인내성 있게 기다리는 중”이라고도 한다. 여기까지는 새롭지 않다. 그 다음 논평은, 협상에서는 온화하던 미국의 고위 인사가 돌아가서는 약속을 불이행하고 “다음번에 또 와서 천연스럽게 히죽거리며 손을 내미는 것을 보면 낯가죽이 두터워도 여간 두텁지 않다”고 한다. 품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정조준한 것, 이것이 새롭다.

12월 16일 <조선중앙통신>은 개인 이름 담화에서 6.12 북미정상회담이 “평화와 안전보장을 위한 의미 있는 자리”였으며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미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면서, “바로 이러한 때에 미 국무성이 대통령의 말과는 다르게 조미 관계를 불과 불이 오가던 지난해의 원점 상태에로 되돌려 세워보려고 기를 쓰고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에로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히는 것과 같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까지 말한다. 품페이오처럼 하면 북미 대화, 협상이 영영 끊길 수 있다는 확실한 경고다.

트럼프 대통령이 품페이오를 국무장관에 발탁한 이유는 단연 북미 협상이었다.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그에 상당하는 북한 고위 당국자가 이끄는 후속 회담을 빨리 열기로 약속한다”고 새겨 넣을 정도였다. 그런 품페이오를 북이 단호한 어조로 수차례 공개 거부했다. 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현실적 수요가 현저히 고갈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두면 품페이오 국무장관의 정치적 입지는 흔들릴 수 있다.

3. 품페이오의 셀프 세탁

12월 19일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며 입을 열었다. “비건 대표는 평소 방한 시 공개 발언을 삼갔지만, 이날은 취재진 앞에서 미리 정리한 문건을 읽었다(조선일보.12.20).” 그는 “다음 주에 미국으로 돌아가면 미국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책을 재검토하라는 품페이오 장관의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언론들은 미국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 허용과 이를 위한 여행 금지 완화 등을 예고한 것이라며, 대북 유화 메시지라 해석했다.

그것이 대북 친화적 신호라면, 비건이 콕 찍어 강조한 것처럼 그걸 던진 건 품페이오 국무장관이다. 북의 공개 거부에 대한 미 국무장관 나름의 대응, 셀프 세탁 시도다. 12월 21일 비건 대표의 언행은 그런 흐름의 연장이었다. 그는 먼저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의 만남을 언론플레이에 활용했다. 그는 회담에 앞선 발언에서 “지난달 30일 남측의 기차가 북한 쪽으로 출발하는 것을 보면서 저희도 대단히 흥분됐다”고 한다. 남북 차단의 핵심 당사자가 마치 남북 협력의 선구자인 듯, 비현실적 언어를 소화한 것이다.

다음 일정은 한미워킹그룹 회의다. 회의가 끝난 후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기자들에게 결과를 설명했다. 첫째, 남북 철도 착공식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 둘째, 남북 간 유해 발굴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됐다. 셋째, 타미플루 제공도 해결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착공식은 실제 공사로 연결되지 못하는 상징적 행사이며, 유해 발굴 사업은 미국도 적극적인 사안이라 긍정적 변화라 할 것이 없고, 타미플루 제공은 12월 12일 남북 보건의료 실무회의에서 논의된 사안을 이제야 실행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산가족 화상 상봉을 위한 관련 공사 문제는 “다음에 또 논의하기로” 했다는 것을 볼 때 사실상 거부됐으며, 벌써 작년 가을에 정부가 조성한 대북 인도적 지원 800만 달러 집행도 여전히 묶였다.

비건이 ‘품페이오 세탁 작업’으로 돌아온 것은 한미워킹그룹 회의 내용이 아니라, 그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을 통해서다. 그는 “북한의 협상 파트너들과 다음 단계의 협의로 넘어가기를 열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다가오는 2차 정상회담에 대해 얘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열망’이란 단어도 모자라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흔들었다. 북과의 대화상대로 다시 복귀하고 싶은 품페이오 국무장관의 열망이 흠뻑 느껴지는 대목이다.

12월 24일 미국 <ABC 방송>이 “펜스 부통령이 지난주 북한 인권을 비난하는 연설을 취소했다”면서 “대화를 궤도에서 이탈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이유라고 보도했다. 지성호 씨를 백악관에 초대한 지 6일 만에 미국은 또 작은 변화를 보인 것이다.

4. 제재도 대화도 계속 하고 싶어

12월 16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윗을 전수조사한 결과, 중국은 모두 105건, 북은 95건이었다. 트럼프가 트윗 작업을 하는 것은 엄밀한 정치행위, 즉 미국인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것이다. 그가 중국을 트윗에 올리는 이유는 중국과의 관계를 통해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득표활동이다. 그럼, 그와 거의 같은 비중으로 북을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안전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정치활동이다.

12월 20일 품페이오 국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북미 관계 현황에 대한 질문에 “북미 정상이 새해 첫날로부터 너무 머지않은 시간에 함께 만나서 미국에 가해지는 이 위협을 해소하는 문제에 대한 추가 진전을 만들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그가 국민에게 강조하는 것은 ”미국에 가해지는 위협을 추가로 해소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의 핵, 미사일 실험이 더는 없다는 것을 성과로 자랑한다. 이것이 그들이 북과의 대화를 계속하고 싶어 하는 이유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북에 대한 제재도 계속하고 싶다. 12월 21일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열망”한다고 하면서도 비건 대표가 빼 먹지 않은 것은 “대북 제재 완화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제재 완화 또는 해제 이외,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다른 여러 문제들에 대해 살펴볼 준비는 되어 있다”고 했다. “달리고 싶다”면서 자기 발을 끈으로 칭칭 묶고 있다. 쓰러지지 않을 수 있을까?
 

* <장대현의 한반도 정세동향> 연재를 이것으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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