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헌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기획실장. [사진-조천현]

"지금 남북교류는 제재와의 전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대북제재는 미국을 비롯한 유엔안보리가 부과하고 있고 남북교류를 해야 하는 우리 정부와 민간단체는 한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우리 정부가 진정성있게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한반도 대전환 북미·남북관계 진전과 대북제재 중단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국회·시민사회 긴급토론회가  열린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남북교류협력사업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토론자로 나선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 김기헌 기획실장은 "대북제재와 관련해서 현장에서 느끼는 심각함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보다는 미국의 독자제재"라고 전제하면서 대북제재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과 의지가 부족하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김기헌 실장은 먼저 미국의 금융제재가 도를 넘어 주권침해로까지 비화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데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통일부가 의결을 거쳐 민간단체에 남북교류협력기금에 대한 지출 승인을 했는데도 그 집행을 대행하는 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지급을 하지 않는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면서 "미국 재무부의 허가 공문을 받아와야 돈을 주겠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미국 재무부에 허가공문을 요청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은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미국 재무부가 국내 시중은행을 상대로 컨퍼런스 콜을 요청하면서부터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데, 주권침해 성격이 강한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는 물론 시민사회, 언론이 제대로 된 문제제기 한번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사례로, 정부가 유엔제재위원회로부터 제재대상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여 인도지원 품목의 반출을 승인한 건에 대해 중국에서 해당 품목을 구매하는 단계에서 은행계좌를 통한 송금이 불가능하게 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과의 무역 및 금융거래를 지원한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한 공포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북으로 반출된다는 내용이 들어가면 송금은 물론 환전도 안된다는 것이다.

"결국 1인당 1만 달러 씩 현금을 들고 중국에 들어가서 전달하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애로를 해결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하소연했다.

또 대북 무역제재와 금융제재의 세부 내용을 담은 미국 정부의 제재규정은 미 재무부 홈페이지에도 공개되어 있는데, 한국어로 번역할 경우 200~300페이지 정도 되는 그 규정집을 비공식 번역이라도 해서 공개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으나 정부에서는 일언반구 반응이 없다는 것도 불만사항 중 하나이다.

이어 김 실장은 "정보교류사업을 위해 통일부를 방문할 경우 가장 먼저 '제재 때문에 안된다'는 답변부터 듣게 되고, '제재 예외 조항'이라는 확인을 한 후 거듭 승인을 요청하면,  그때 가서는 '북에 현금을 보낼 수 없다'는 '5.24조치' 규정을 들어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무성의를 넘어 관성적인 업무 태도를 비판했다.

북측과의 저작권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경문협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유엔제재에서도 'Information &Information material'(도서, CD, 영화) 등은 수출과 재수출이 가능하고 심지어 지적재산권, 즉 상표나 특허 등은 미국법에서도 명시적으로 제재 예외로 못박아 두고 있다는 것.

▲ 6.15남측위원회, 국회 한반도경제전략연구회 등이 공동주최한 '국회·시민사회 긴급토론회-한반도 대전환 북미·남북관계 진전과 대북제재 중단 필요성'이 열렸다. [사진-조천현]

이명박 정부 시절 법적 근거도 없이 취해진 5.24조치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훼손된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의결하는 등 진일보한 입장을 보이고는 있으나 '여러 가지 사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국가안보,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통일부장관이 교류협력사업을 불허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남북관계 제도화', '통일행정의 투명화'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민간단체들이 자신들이 보내려는 대북 반출품목이 제재 대상인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포괄적 규정으로 되어 있는 유엔제재 규정상의 HS코드와 더불어 한국의 전략물자수출입통제시스템을 통해 확인을 해 가면, 통일부에서 다시 미국의 전략물자 수출금지품목에 해당하는지를 추가로 확인해 오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또  민간 교류협력사업 연락업무도 담당하도록 되어 있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에 대한  연락이 쉽지 않은 틈을 타 통일부가 단순 연락업무가 아니라 사실상 사업에 대한 심사 여부를 먼저 결정하는 등 남북교류사업 자체에 전반적 통제를 가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날 토론회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국회 한반도경제전략연구회, 이인영·설훈·우상호·최경환·김종대·김종훈의원실이 공동주최해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가 '한반도 대전환, 북미·남북관계 진전과 대북제재 중단 필요성'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김남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 서정란 통일농기계 품앗이운동본부, 노정선 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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