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근식 / 남북교역전문 ㈜한신고려 대표이사, 원불교 한울안신문 논설위원

 

남측 대통령이 15만 명의 평양시민들에게 한 연설과 백두산에서 남북정상이 굳게 손을 맞잡고 드높이며 온 겨레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던 일은 분단 이래로 최고의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함으로써 국회연설도 하고 한라산에 올라 남북정상이 부둥켜안고 ‘백두에서 한라까지’ 통일의 노래를 함께 부르기를 온 민족이 염원하고 있다. 남북정상이 서울‧평양과 백두‧한라를 오고가는 꿈이 실현된다고 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새해 벽두부터 시작하여 2018년은 남북관계에서 역사적 진전을 크게 이루어 냈다. 평창올림픽에서 단일팀 구성과 한반도기를 든 공동입장, 북측 대표단과 특사의 방남, ‘봄이 온다’ 주제의 예술단 교환공연, 세 차례의 정상회담과 4.27판문점 및 9.19평양선언, 6.12북미회담 등이 진행됐다.

군사적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를 공고히 하며 평화와 번영을 위한 다각적인 교류협력에 합의도 하였다. 판문점 및 군사분계선의 비무장화, 철원지대의 유골발굴과 도로건설, 역사문화유적공동사업 재개, 문화예술체육교류, 올림픽공동유치, 경의선‧동해선 철도사업추진 등 하나씩 이행해나가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제재정책에 발목이 잡혀 남북경협 등의 사업추진이 답보상태다. 이럴 때 오히려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이 금년의 평화여정을 마무리하며 복잡하게 꼬인 난제들을 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은 남북은 물론 전 세계에 천명했기 때문에 당연히 추진될 것이며 평양선언의 약속이행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북쪽에서 예우를 받은 것처럼 우리도 상호존중의 자세로 외국 국가원수 방문에 맞는 의전 및 경호를 하면 된다.

남북정상의 상호방문을 관례화 시키고 적대와 대결의 분단체제를 완전히 종식시키는 계기도 될 것이다. 전쟁과 긴장의 분단선을 허물고 자유롭게 왕래하며 함께 살아가자는 약속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하나’라는 믿음과 운명공동체임을 확인하는 민족의 대축제가 또 펼쳐질 것이다.

한편으론 남측에서 미군의 지위와 군사동맹 등 한미관계의 대전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반공과 친미로 분단체제를 유지해온 주도이념과 사회구조의 큰 변화도 예상된다. 특히 국가보안법으로 묶어두고 생각과 행동의 자유, 주거와 거주이전, 사상과 철학, 가족형제와 통신회합, 언론‧출판‧집회‧결사 등의 자유를 유린해오던 가장 반인륜적인 억압도구들에 대한 성찰이 확산될 것이다.

보수집단은 또 반공‧반북을 내세워 격렬하게 반대하겠지만 더 이상 국민들을 설득시키지 못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도 너무 의존하지 말고 서울답방을 조속히 추진하여 민족공조를 앞세울 필요가 있다. 이제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차기 대선도 고려하며 남북미 간 공동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평화협정을 맺도록 대미전략을 체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며 미국무기 수입 1위국이자 중요 무역국 및 투자국인데다 동맹국이다. 독일인들은 한국이 경제력과 역사적 전통을 갖추고, 애국적 인재들이 많은데도 대등한 사회가 아닌 대미종속에 빠진 문화가 이상하게 보인다고 한다.

통일코리아는 동북아 및 세계의 중심에 서서 인류의 평화번영에 기여할 것이다. 미‧중 양국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강한 통일국가가 될 터인데 한국이 통일과정에서부터 좀 더 자주적으로 민족문제 협상에 나서길 기대한다.

서울답방과 남북관계의 발전에 의한 국제관계의 긍정적 변화는 전 세계의 지지가 따를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전략보다 한 걸음 정도는 앞서서 남북문제의 자주적 결정권을 쥐고 통일의 불씨를 살려가야 한다.

분단체제를 극복하여 건강한 사회구조와 복지수준 및 행복감이 높은 나라를 만들어 후세대들이 세계의 주역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자. 북측 국가원수의 남쪽 방문을 계기로 우리사회가 통일의 역사에 또 하나의 큰 걸음을 내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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