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석 (군사평론가, ‘반갑다 군대야’ 지은이)
 
 

2001년 9월 11일 미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의 국방부청사(펜타곤)가 항공기 돌진 테러(?)공격을 당한 지 28일 만인 10월 8일 미국과 영국이 기다렸다는 듯이 아프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반테러전쟁 명분만들기에 이용된 ‘자작극’ 9.11은 3000여명을 희생시켰다.

이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1년 12월 31일 아프가니스탄 특사에 아프간 미국인인 잘메이 칼릴자드를 임명했다. 그는 아프간의 이완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의 몸속에는 아프간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는 동족이 미 군산복합체의 전투기에 의해 폭격, 학살당하는 데 침묵하고, 미국을 위해 충성을 다했다. 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0만 명이 넘는다(2016년 말 기준).

미국을 반대한 탈레반은 주요 공격대상이 되고, 세계 3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카스피해 인근에서 인도양에 정착해 있는 미 천연가스 수송선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곳곳에 미군기지가 들어섰다. 카스피해 인근의 천연가스와 석유 채굴회사 유노칼(현 셰브론)의 주요 주주가 딕 체니 전 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 보좌관이었다. 전쟁과 전쟁을 통해 누가 ‘돈벌이’를 하는 지 명확하다.

분단을 유지하기 위해 제주 4.3과 여수순천, 부산 등에서 민간인 학살에 앞장선 ‘백두산 호랑이’ 김종원의 뒤에는 이승만이 있었고, 분단을 이용해, 통일운동가를 학살한 박정희가 있었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뒤에서 정권을 관리 통제한 미 자문관 제임스 하우스만 대위와 그의 상관 홀리 풀러 대령이 학살의 행동대장들이다.

또 그들 뒤에는 조선주둔 미군사령관 하지 중장과 맥아더 미 육군사령관이 있었다. 동족을 배신하고, 학살에 앞장선 매국노 뒤에는 정확하게 그를 지휘하는 파란 눈의 미국인들이 있었다. 아프간 미국인이지만 미국인보다 더 미국인이었던 잘메이 칼릴자드처럼.

2018년. 70년 만의 북미정상회담과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펼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 아프간의 잘메이 칼릴자드 류의 한국계 미국인, 아니 미국인보다 더 미국인은 과연 없을까?

1945년 해방공간 때 미 정보기관은 조선의 골목골목에 뿌려진 선전물과 유인물을 일일이 수거해 시위대의 투쟁방향과 동향분석에 여념이 없었다. 식민지를 관리 통제하기 위해서다.

2016년 촛불정국에서 전국의 골목길 곳곳에서 촛불 선전물과 유인물을 미국이 분석하지 않았을 리 없다. 2018년 통일투쟁 정국에서 전국의 골목길 곳곳에서 미국 규탄, 대북 적대정책 철폐 선전물과 유인물을 미국이 분석하지 않을 리 없다.

미국의 못된 버릇은 2018년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패권이 북의 핵무력 완성으로 허물어진 가운데 뒤이은 북미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모든 촉각을 동원하는 모양새다.

해방공간에서 시위대의 주장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처럼. 미국은 70년 이상 분단정권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운 채로 총만 들지 않았을 뿐이지 총보다 더 매서운 채찍질을 휘두르고 있다.

미국은 9월 19일 남북정상회담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이 나온 뒤, 촉각은 물론 모든 감각기능을 다 동원해 본격적으로 남북 경협에 간섭하며 훼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해, 한국민을 일찌감치 자극했다.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미 재무부가 국내 시중은행 7곳에 전화해 "북한과의 금융 협력 재개는 미국의 정책과 불일치한다"며 대북 제재 준수를 강력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13일부터 7박 9일간 파리를 비롯 유럽을 방문하며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한 뒤부터는 미국의 대한 압박은 전방위적으로 더욱 거세졌다. 10월 하순에는 주한미국대사관이 9월에 방북한 바 있는 국내 대기업들에게 "(미) 재무부의 의뢰로 곧 대북 사업 계획에 대해 콘퍼런스 콜(전화회의)을 진행할 예정이니 관련 자료 준비 등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는 취지의 전화를 하는 등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더군다나 미 재무부는 KB금융지주 내 KB금융경영연구소 산하에 지난 5월 설치한 북한 연구센터의 설립 목적을 캐물었고, 신한은행 내 통일 연구 동호회인 '북한을 연구하는 CoP(Community of Practice)'에 대해 캐물었고, 농협은행에 영업 중단 상태인 금강산 지점의 현황과 영업 재개 추진 여부에 대해 캐물으면서, 대북 제재 준수를 강요했다.

결국 미 국무부는 10월 30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비핵화 노력과 제재이행, 유엔제재를 준수하는 남북 간 협력사업에서 긴밀한 조율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새로운 실무그룹을 설치하기로 발표했다. 그 첫 회의가 11월 20일 워싱턴 미 국무부에서 열린다. 미국의 간섭 결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한(10월28∼31일)하면서 애초 10월 안에 추진하려던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평양예술단의 서울 공연 등이 줄줄이 연기됐다.  
 
이 한미실무그룹에 대해 북은 “남조선을 <한미동맹>의 틀에 더욱 철저히 얽어매놓는 한편 북남협력사업들에 직접 현지에서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구까지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외세의 간섭”이라고 혹평했다.

앞으로 사사건건 남북 관계에 발목을 걸 것이 뻔한 한미실무그룹의 미국 진영이 총만 들지 않았을 뿐이지, 1948년 해방공간을 지배한 맥아더-하지-풀러-하우스만으로 이어지는 관리통제자가 아닌지 우려스럽다.

해방공간 미국의 맥아더-하지-풀러-하우스만 라인에 놀아난 이승만과 서북청년단, 간도특설대가 있었듯이, 2018년 태극기부대와 검은 머리 미국인, 미국 공작원들이 그들이지 않을까?

흑금성 박채서 씨는 지난 8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한국 각계각층 저명인사 380명이 미국 공작원으로 일하고 있다, 미국이 시민권으로 포섭했다’며 “(한) 협조관 말이 자신의 경험상 최소한 이보다 3~4배는 더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을 위해 일하는) 일본공작원’은 “더 심한 것 같다”고도 했다. 가수를 비롯한 연예인, 일본어 강사 등등

아프간의 잘메이 칼릴자드 류의 한국 내 ‘공작원’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수천 명의 검은머리 미국인으로, 일본인으로 밤낮으로 남북의 평화통일 분위기보다는, 미국 일본의 국익을 위해 ‘공작’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골목 골목마다 유인물을 모아 분석하듯, SNS마다 그들만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일까?

영화 ‘공작’과 현실 ‘공작원’이 밤낮으로 교차하는 기막히고, 희한한 분단현실이다. 공작의 대상은 ‘통일’이고 ‘남북협력’이고, 결국 ‘분단유지’를 이루려는 것이다.

70년 전 부터 평화통일을 바라는 국민들과 통일운동가들은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렸다. 남쪽의 인적 물적 피해는 이루 셀 수가 없다. 자료 등으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 더더욱 셈하기 힘들다. 북쪽은 2012년 10월 24일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된, ‘미국이 공화국 북반부에 끼친 피해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6.25전쟁 정전 이후 2012년까지 60년 동안 미국이 조선에게 입힌 인적, 물적 피해는 총 64조 9,598억 5,400만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북미정상회담과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 곧 이어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등 개벽천지하는 2018년, 영화 속의 ‘공작’과 현실 속의 ‘공작원’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긴장이 필요하다.

모두 자기 밥그릇만 챙길 때가 아니다. 유치원 적폐청산,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여순특별법 제정, 일제 강제징용 진상규명, 이석기 석방, 여 종업원 북녘 송환, 국정원법 전면 개혁, 탄력 근로제 철폐, 노동기본권 보장, 성평등 세상, 정치제도 개혁, 검찰 개혁, 쌀값 보장, 진보정당 명예회복, 대학입시제도 철폐...

언제까지 자기 주장만 할 것인가? 언제까지 자기 밥그릇만 챙길 것인가? 언제까지 따로 따로 놀 것인가. 지난 11월 3일 미국반대 집회에서도 통일진영은 보란 듯이 둘로 나뉘어져 있었다.

이제 모두 민족 전체의 밥그릇을 지킬 “국가보안법 철폐! 대북 적대정책 철폐! 미군 철수! 4.27 판문점선언 이행!,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외칠 때가 아닌가? 지금 아니면 언제 외칠 것인가.

12월 1일이 국가보안법 제정 70주년이다. 제주 4.3항쟁 희생자들과 여순항쟁 희생자들 앞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사사건건 남북의 발목을 잡는 검은머리 ‘공작원’들의 활약상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미국이 짖어도 통일 투쟁으로 가는 것이, 민족 전체의 밥그릇을 챙기는 것이다. 외세의 간섭에 단호히 맞서, 민족 최대의 과제를 가지고 한 목소리를 광범위하게 내는 것이 민족 전체의 밥그릇을 챙기는 것이다. 미국의 분할 통치 하에 말이다.

미국이 잘메이 칼릴자드 류의 한국 내 ‘공작원’을 우리 사회 곳곳에 풀어놓고 활용할 때는 그만큼 미국의 밥그릇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70년 전 제주 4.3도민들 10분의 1이 미 군경의 총에 맞서 민족 전체의 밥그릇을 외친 3.1 대회를 뛰어 넘을 때가 되지 않았는가?

“미국이 짖어도, 조국통일로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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