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줄 오른쪽 2번째 정세현 전 장관, 3번째 심재권 위원장. [사진제공-심재권 의원실]

“북한이 핵 리스트를 신고하고 사찰-검증을 받으면 그 후에 보상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에 정립된 미국의 북핵 정책이라면, 트럼프 정부가 부시 정부의 북핵문제 해결방식이었던 ‘리비아 방식’으로 복귀하려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위’(위원장 심재권) 창립회의 기조강연에서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미관계 동향과 관련하여 이같이 진단했다. 

“2003년 리비아가 영국 중재로 미국의 선의를 믿고 ‘선 비핵화’를 한 후 경제지원 받고 미국과 수교(2006)도 했으나, 카다피가 결국 2011년 비참한 최후를 맞은 후 북한은 ‘선 비핵화’를 극력 반대”해 왔다.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북미관계-평화체제-완전한 비핵화 ‘3위1체’ 추진 또는 동시이행 방식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북미정상 간 핵합의 이행 문제가 미국 실무관료들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북한의 선 행동’을 요구하던 지난 25년 동안의 인습으로 복귀”하고 있다.

정세현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실무관료들의 입장이 약간 다른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서두르지 않겠다”고 한 걸 보면 결국 실무관료들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가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했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엔진 시험장 폐기 조치를 일부 실시하고,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상응조치’를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까지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종전선언과 제재완화 등 ‘상응조치’에 대해 답을 내놓지 않은 채 ‘신고.사찰’ 수용을 압박하고 있는 것. 

정세현 전 장관은 “이번 11.8 뉴욕 북미 장관급 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것도 물밑접촉에서 북한이 상응조치 관련 희망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라며, “미국이 ‘선 비핵화 후 보상’(리비아 방식)을 고수한다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결국에는 미국과 북한이 중간지점에서 북핵문제를 마무리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완전한 비핵화’가 되지 않고 ICBM과 미래핵 동결 수준에서 봉합될 경우,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면 한국이 중-러-일과 협조하면서 북한을 설득, 북한이 미국의 요구대로 ‘선 조치’를 일부 함으로써 6.12 싱가포르 이행 프로세스가 시작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세현 전 장관은 또한 “북한이 ‘선 조치’를 하더라도 리비아처럼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한 체제안전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한반도 유관국들이 ‘2(북-미)+4(한-중-러-일)’ 방식의 북한 비핵화 촉진  감시 체제 구축 필요”하다고 봤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