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 『수령국가』 저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현실적으로 문재인 정부로 하여금 ‘워킹그룹’을 낳게 할 만큼, 트럼프의 ‘승인’ 발언은 대한민국의 지위문제에 심각한 논쟁을 유발시켰다. 정광석화 같은 나비효과처럼 말이다. 갑자기 웬 나비효과?

  다 이유가 있다. 미국이 대국인 건 맞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비건 대표는 차관급에 불과한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문재인 정부의 통일부장관, 비서실장 등 장관급 핵심라인을 만났고(10월 28 ~31일), 그 (회담)결과가 애초 10월 안에 추진하려던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평양예술단의 서울 공연 등이 줄줄이 연기됐다면... 또 한미 간에, 정상 간에, 부서 간에, 실무 간에 이견노출은 없다고 강조하던 청와대와 백악관이 갑자기 비건 대표 방문 이후 긴밀한 공조를 위해 한-미간에 ‘워킹그룹’을 만든다고 공식 발표했다면 ...

  충분히 이는 마치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오비이락(烏飛梨落)과 하등 다르지 않다.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과 워킹그룹 설치합의가 그렇게 연동되어진 것이다. 비례해서 대한민국이 주권국가인지, 아닌지도 심각한 심판대에 서게 되어졌다.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준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는 불굴의 용기(평양연설 중에서)”도 시험대에 설 수밖에 없게 되었다.

  청와대의 궁색한 변명처럼, 남북정상선언 이행을 ‘잘’ 점검하기 위한 ‘워킹그룹’이 절대 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선, 대단히 뜬금없는 한미채널이기 때문이다. 이는 (워킹그룹을 만들기) 이전에도 이견 하나 없이 잘 공조가 된다고 누누이 강조해왔음을 상기한다면 금방 알 수 있다. 다음으로는, 남북문제인 만큼, 워킹그룹을 만들려면 북과 만들면 된다. 그런데 웬 ‘뜬금없이’ 남북문제를 미국과 논의하기 위해 워킹그룹을 만든다? 분명 의도가 정상적이지 않다.

  해서 결론은 북미 속도보다 더 빨리 달리려는 남북공조 속도를 제어하려는 ‘딴지’ 워킹그룹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더 나아간다면 미국이 민족내부의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내정간섭이자 주권침해의 논리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를 분별할 능력이 없는 보수수구세력은 물론이고, 민주당 일부, 문재인 정부의 인사들은 부화뇌동하기 시작한다. ‘미국을 위한’ 변명과 미국추종을 도를 넘어서면서까지 말이다.

  오죽했으면 북 웹사이트 <우리 민족끼리>(2018. 11. 11)에 "미국이 북남관계 개선 움직임을 현지에서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구를 만들어 우리 민족내부 문제에 노골적으로 간섭하고 북남관계를 저들 마음 내키는 대로 주물러대겠다는 흉악한 속심을 드러낸 것 외에 다름이 아니다"라고 지적을 했을까? 그리고 그 예를 들지 않더라도 미국의 속셈은 너무나도 뻔한, 그것도 이미 너무 충분히 과잉해서 '남북관계 과속', '대북제재 유지 등의 발언들을 쏟아내었다.

  때마침 국내 보수수구세력들은 발호하기 시작한다. (발언은 실제 하지 않는다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미 확인해주었는데도 리선권 북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이른바 ‘냉면 발언’을 남북관계의 악화가 자신의 생명줄인 자유한국당과 가짜뉴스 등은 그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실재하기 위해 악착같다. 어디 그뿐인가? 조명균 통일부장관의 해임건의는 물론이고, 또 그들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판문점선언’ 국회비준을 한사코 반대하는가 하면, 나아가서는 ‘9월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대해서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를 헌법재판소에까지 제출하는 등 반북소동을 벌이기에 여념이 없다.

  뿐만 아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촛불민심과 찰떡궁합으로 동행해야 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내부에서도(무조건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더 민주당 등) 한미동맹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고, 이른바 ‘속도조절론’으로 포장되어진 이러저러한 견해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당장 <통일뉴스>에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장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쟁점과 전망”(<통일뉴스>, 2018. 11. 1)이라는 글에서 최근 한미 간 비핵화 해법에 대한 이견노출을 마치 판문점 선언대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와 남북관계를 비핵화 진전과 연계해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 차이를 우려한 것처럼 포장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이 한미 양측의 전략적 목표이다. 이러한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겨서는 안 된다.”라고 충고한다.

  또 지난번 본인이 기고한 <통일뉴스>(2018. 10. 20), “트럼프가 북핵문제 해결의 전도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김준형(한동대)의 ‘트럼프 기 살리기’ 운운도 그 한 예다. 나아간다면 박지원 의원(평민당)은 점잖을 떨면서 “미국보다 앞서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정말 그런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수구세력들은 자신들의 이념 정체성을 잃어버려서 원래 그런 집단이라고 쳐도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다. 미국의 ‘무조건적인’ 압력과 ‘정당하지 않는’ 요구에는 굴복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래, 동맹국가 간의 입장 차이는 당연한 것이다. 비록 지향하는 목표가 같다 하더라도. 그러니까 ‘동맹’국가인 것이고, ‘대한민국’과 ‘The United States Of America’로 존재하는 것이다. 같은 민족도 같은 국가도 아니기에 각각의 국가명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당당하고도 너무나 당연한 논리로 야당을 설득하고, 언론들을 바로잡아 주고, 국민들을 설득해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촛불정부답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는 그러하질 못한다. 미국은 ‘승인’이라고 말했는데 청와대은 ‘긴밀한 협의’라고 해석해내고 있으니 사대도 이런 사대가 없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0월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한미 사이에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는 의미”라는 언급이 그 예이고, 대부분 민주당 의원들의 생각도 ‘유엔제재를 앞서가서는 안 된다’는 선의(?)의 유권해석이 그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하겠다.
 
  아니, 백번 양보해서 유엔의 북에 대한 결정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그런 책무 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한 그 ‘승인’을 이해하려해도 5.24조치는 누가 뭐래도 주권국가인 대한민국 정부가 UN과 상관없이 단독으로 취한 조치이니 그 여부-제재를 해제하느냐, 마느냐-를 대한민국 정부가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철저한 대한민국 정부의 주권사항이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 제아무리 문재인 정부를 선의로 이해하려해도 미국의 엄연한 ‘내정간섭’, ‘주권침해’ 행위에 침묵하는 그런 행위가 이해되고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해서 한번쯤은 항의를 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러한 소식을 아직 듣지는 못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평양연설에서 북에 대해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가진 그런 국가라고 치켜세웠는데, 그렇게 자주와 주권국가로서의 당당함을 보았더라면, 멀리 갈 것도 없이 가장 최근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발언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접 통제했을 때 강 장관은 당장 “대북 제재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차원에서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며 입장 번복을 했는데, 이에 대한 대통령의 조치가 어떠했는지가 성찰적으로 대비되어졌어야 하나, 이 또한 아직 없는 것 같다.

  즉,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이 미국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언에는 즉각 반응을 하면서 코를 납작 엎드리는데도, 주권국가로서 그 직접 상관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그 발언-“유연하게 검토”를 취소시켰다거나 다른 지시사항을 내렸다는 소식은 없고, 전해지지도 않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숭배와 미국에 대한 신화화가 이렇게 깊게, 넓게 퍼져있음의 확인이다. 진보와 보수를 상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이 사실이 역설적으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기 위해서는 그 비정상적인 한미동맹 신화가 무너져야 함을 안내시켜 주고 있다.

  다음의 주장은 그 힌트이다. 미국 정치학회와 미국 사회학회 회장을 역임한 시모어 마틴 립셋은 <미국 예외주의>라는 책을 쓰면서 ‘미국에는 왜 사회주의 정당이 없는가’라는 부제를 달았는데, 여기에 헬무트 슈미트(독일)는 “미국은 사회적으로 보면 지옥”이라는 평가를, 게르하르트 슈뢰더(독일)는 “비사회적이고 비연대적인 팔꿈치 사회”로 비판하였다.
 
  반면, 대한민국은 비록 분단은 되어있지만, 그래도 정의당, 민중당 등 진보정당도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미국보다 훨씬 더 ‘정치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뭐가 부족해서 그런 나라에 대해 우리는 조희연의 주장처럼 “전 세계에서 가장 미국화된” 나라가 되어야만 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불편한’ 진실은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촛불혁명과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영공동선언 이후의 한반도 정세는 미국의 실체와 본질을 조금씩이나마 드러나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아니, 너무나도 생경하게 증명해주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하겠다. 그나마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등한 한미관계 없이 한반도 평화가 없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알게 되고, 과한 숭미주의와 미국의 오만한 패권주의가 되려 한반도 평화를 깨트리는 주범이 된다는 사실, 한미동맹이 원래대로 한반도 평화의 전제조건으로 존재하는 한미동맹이어야 함을 이제 서야 서서히 깨우쳐가고 있으니 더더욱 그러한 해석은 정당성을 띈다 하겠다.

  우선은, 미국이야말로 진정한 깡패국가, 불량국가임을 알 수 있어서 그렇다. 9.11사건 이후 미국은 사실 이라크 석유를 노려 그런 거짓논리-대량살상무기도 테러지원 흔적도 찾아내지 못했지만,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와 테러단체 지원을 거론하면서-로 이라크를 침공, 10만 명이 넘는 이라크인을 살육했다. 또 최근 발발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시리아 전쟁은 물론이고 이란, 팔레스타인, 예멘 등 중동지역의 모든 분쟁에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 지구적인 차원의 개입을 마다치 않고, 이행해온 미국의 모습 속에서 과연 누가 더  평화의 수호자이고, 평화애호국가인지가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그 맥락에서 한반도에로의 적용은 미국과 우리 대한민국 관계의 근원을 역사적 맥락으로 한번 이해해보고자 했을 때 그 근원은 제너럴셔먼호 사건과 가쓰라-태프트 밀약까지 거슬려 올라 갈 수 있지만, 좀 더 그 구체성을 띄기 위해 1945년 9월 8일 38선 이남에 진주한 맥아더 사령관의 포고령부터 검토해보면 ‘조선 인민에게 고함’이라는 포고령을 통해 “나의 지휘 하에 있는 승리에 빛나는 군대는 금일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영토를 점령한다”며 “모든 사람은 급속히 나의 모든 명령과 나의 권한 하에 발한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등 6개 점령조항을 하달했다. 미국은 이처럼 한국을 자신들의 점령지로 규정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미국의 한국전쟁에 대한 개입 재해석이다. 미소 냉전시기 미국의 대외정책은 군사적 봉쇄정책으로 정립되어졌다. 트루먼 대통령은 이 정책을 관철시켜내기 위해 국방비의 대폭 증대가 필요했지만, 여러 여건상 국방비 증대가 쉽지 않았다. 이때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졌고, 그 전쟁에 개입함으로써 소련 봉쇄를 중심에 놓는 냉전체제의 정당성과 국방비 증액의 필요충분조건을 성립시킨 것이다.
 
  이른바 한국전쟁 과정을 통해 미국은 사실상의 냉전체제를 완성한 것이고,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은 일본과의 하청동맹관계 성립, 대소 전진기지로서의 대한민국의 역할은 재정립되어졌다. 그러자 미국은 한국전쟁에서 발을 빼고 싶어졌는데, 그것이 미국의 이익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승만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정전협정을 체결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적어도 2가지 재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한미 간에 이견이 있었으나, 그러함에도 한미동맹이 유지되었다는 것은 한미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동맹관계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그 사실을 팩트로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는 마치 한미 간 이견은 곧 한미동맹 파괴로 등식화시키는 그런 신화에 철저한 경종을 울린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참전으로 자유민주주의체제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적어도 미국이 한국을 위해 한국전쟁에 참여했다는 그런 ‘은혜’로운 미국이 아님은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현대판 ‘재조지은’이 얼마나 허구이고, 과장된 허상인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음이다.

  다음으로는, 한 번의 쿠데타와 광주학살 개입에 따른 미국의 책임문제이다. 1961년에 일어난 5.16 쿠데타에 대해서도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앨런 덜레스는 퇴임 후인 1964년 5월 BBC 인터뷰에서 자신이 CIA 국장으로 일하면서 해낸 가장 성공적인 해외 비밀공작으로 5.16 쿠데타를 꼽을 정도였다. 한국의 대통령을 미국 정보기관이 좌지우지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더 가관인 것은 1980년 5.18 광주학살을 자행한 신군부의 군대 파병을 승인했던 한미연합사령관 존 위컴은 1980년 8월 AP통신 인터뷰에서 전두환 신군부에 대해 “미국은 새 정부를 지지할 것”이라면서 “한국인들은 레밍(들쥐)과 같다. 그들은 언제나 지도자가 누구든 줄을 서서 그를 따른다”, “한국인에게 민주주의는 적합한 체제가 아니다”고 언급할 정도로 한국인을 비하함은 물론,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할 것이라는, 식민지 속국 취급하는 그런 망발을 절대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다음으로는, 미국은 또 한국을 식민지처럼 지배하기 위해 친미인물들을 많이 포섭하는 것도 심심찮게 자행했는데, 이른바 자신들의 공작원 포섭이 그것이다. 대표적으로 2006년에 발생한 백성학 간첩사건(폭로된 자료들에 따르면 백성학 영인모자 회장은 전 CIA 요원인 미 국방부 부차관 리처드 롤리스에 포섭돼 정치권의 광범한 인사들을 통해 모은 정보를 딕 체니 부통령에게 정기적으로 전달해왔다고 한다)과 ‘흑금성’이란 공작명으로 유명해진 박채서 씨가 지난 8월 31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신이 한미합동정보대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한국인 미국공작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각계각층 저명인사 공작원 386명을 직접 확인했다고 밝힌 것이 그 예다.

  위와 같은 예는 수없이 많다. 지면 관계상 축약해서 언급되어진 것만 하더라도 미국공작원으로 활동하는 한국인은 정계와 학계는 물론이고, 심지어 가수 중에도 있고, 2011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데 따르면 정부 고위 공무원과 청와대 내에도 미국을 위해 일하는 정보원, 공작원이 즐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은 한국을 철저히 자신의 식민지 속국으로 대하고 있었고, 실제로 사회 전반을 장악, 통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에 대한 눈치 보기가 촛불정부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라 해서 예외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발언이 나왔는데도 ‘긴밀한 협의’로 인식하는 것은 어쩌면 귀여운(?) 애교 정도로 봐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극점으로는 10.4선언 11주년 기념 공동행사를 위해 대한민국은 방북 대표단을 구성해 방문하게 되는데, 바로 그 직전에 평양정상회담을 통해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을 합의해내었다. 그런데도 미국의 대북제재 그 눈치 때문에 끝내 민간 항공기를 포기하고 군용기 화물칸(강조는 필자)에 타고 방북하는 대표단의 모습은... 참으로 답답하고도 참담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정부, 정당, 민간으로 구성된 대표단의 그 어느 누구 하나 ‘이게 무슨 꼴이냐, 차라리 도보로 가자’고 항의한 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과연 일본 총리나 중국 국가주석이 그 같은 말-‘승인’ 운운-을 했고, 그런 대접을 했더라도 침묵을 지켰을까? 생각만 해도 불편하다. 문재인 정부의 한계와 국내 정치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좀 더 상상해내자면 현실국제정치에서 ‘동맹은 동맹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을 신앙으로 섬기는 대한민국의 정치권 친미인사들에게는 ‘미국의 이익이 곧 한국의 이익’이며 ‘미국의 입장이 곧 한국의 입장이어야 한다’는 그 인식의 한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음이다. 전문가도 예외이지 않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미국 공작원이 즐비한 학계에서 미국의 입장이 곧 대한민국의 입장이 되어야 하는 그런 논리에 매우 익숙할 테니 미국 사대주의가 판치는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것은 상상 가능한 영역이 아닐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들은 트럼프의 망언조차 국내 반미감정을 톤-다운시키기 위해 ‘한미관계의 특성상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며 수습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위 인식과 함께, 이란성 쌍둥이 격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게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우리 처지에서는 참고 살아야 한다는 ‘공미의식’이다. 마치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싫지만, (우리가 힘이 없으니) 어쩔 수 없으니 참고 살자’는 주장과 똑 같으니 이 어찌 오호통재(嗚呼痛哉)라 하지 않겠는가.

  해서 다시 기억해보고자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연설에서 한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말이다. 그런 국가의 상이 대한민국에게도 해당되었으면 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만 된다면 반공과 친미, (무조건적인) 동맹 대신, 평화와 연공연북, 용미가 허용되는 그런 대한민국도 확신한다. 그 지혜를 조선의 교린(交隣)에서 배웠으면 한다.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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