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큐멘터리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상영회가 11월 9일 오후 4시, 대전동구청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다큐멘터리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상영시간 59분, 감독 정진호)이 골령골 소재지인 대전 동구에서 상영됐다. 대전 동구청(청장 황인호)은 11월 9일(금) 오후 4시, 동구청사 12층 대강당에서 동구청 공무원들과 동구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개최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 사건의 아픈 역사를 공유하고 추모공원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상영회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날 상영회에는 황인호 동구청장을 비롯해 이나영 동구의회 의장과 의원들도 참석했다.

다큐 상영회 앞서 인사말에 나선 황인호 구청장은 “어제 때마침 동구청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시설 조성사업 공원조성계획 및 설계용역 착수보고회가 있었다”며, “오늘은 (다큐멘터리 관람을 통해)우리 지역에서 68년 전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가를 알 수 있는 시간을 갖”자고 말했다. 황 청장은 이어 “우리 동구에 찾아올 추모객만이 아니라 평화와 인권을 찾아가는 많은 여행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자”고 호소했다.

▲ 황인호 대전동구청장이 다큐 상영에 앞서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다큐 상영회에는 동구의회 의원들도 참석해 끝까지 관람을 했다. 왼쪽부터 이나영 의장, 오관영 의원, 성용순 의원, 황종성 의원.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나영 동구의회 의장도 “산내 골령골 이야기를 통해서 이념의 벽을 넘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산내 골령골 이야기가 멋진 추모공원으로 남을 수 있도록 계속 많은 관심을 갖고, 공무원들을 비롯해 구민 여러분들도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상영에 앞서 무대에 오른 정진호 감독도 “인사말을 3가지 키워드로 준비했다”며, “첫 번째 키워드는 ‘원망’”이라며 말했다. 정 감독은 “굉장히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골령골이 소재해 있는 행정기관인 동구가 많은 관심을 안 가졌던 것 같아 굉장히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그는 “두 번째 키워드는 ‘감사함’”이라고 말한 후,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문제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지시게 됐고, 정말 많은 열정을 가지고 이 문제에 함께 아픔을 공감하면서 해결해 가겠다는 의지를 너무나 잘 모여주고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마지막으로 “세 번째 키워드는 ‘기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대전광역시 동구의 멋진 모습들을 ‘기대’하겠다”고 말한 후 “청장님과 의장님이 하신 말씀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저희도 작지만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상영회에는 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회원들도 찾아와 산내 골령골 사건과 평화공원 조성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호소했다. 상영시간 내내 동구청 공무원들과 동구 주민들은 자신들의 고장에서 68년 전에 일어난 가슴 아픈 역사와 고통과 상처 속에 살아왔던 유족들의 사연들을 숨죽여 지켜봤다.

▲ 상영회가 끝난 후 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한 회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유족회 회원들은 “동구청이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와 팟케스트 ‘아는 것이 힘이다’가 함께 만든 다큐멘터리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은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 사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대량 학살이 벌어진 근본적 이유, 국가 권력의 부당한 행사로 국민들이 받은 고통, 연좌제로 또 한 번의 고통을 겪어야 했던 희생자 유가족의 삶 등을 담고 있다.

현재 대전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 군대와 경찰에 의해 민간인 7천여 명이 학살, 암매장된 곳으로 우리의 아픈 현대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다.

지난 5월 18일 시사회를 통해 대중에게 첫 공개를 한 다큐멘터리는, 이후 영국 런던대학교 SOAS 초청(5월 29일), 대전작가대회 초청(6월 23일),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전남지회 초청(6월 24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대전위원회 초청(7월 21일) 상영회가 진행되었다.

9월 19일에는 지자체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대전서구의회에서 상영되었고, 10월 11일에는 국립 필리핀 대학교에서도 상영회가 진행되었다.

이번 달 19일 오전 10시에는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상영회가 예정되어 있다. 국회상영회는 천정배 의원실과 박범계 의원실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영어 자막본까지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공개되어 누구나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 다큐 상영회가 끝난 후에 황인호 청장, 이나영 의장과 의원들, 다큐 제작 관계자와 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회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편, 산내 골령골은 행정안전부(당시 행정자치부)가 공모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시설’ 조성 부지로 지난 2016년에 선정된 바 있다. 국비 295억 원을 투입해, 산내 골령골 일대 11만㎡ 규모로 추모, 교육, 전시 공간 등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당초 완공목표를 2020년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기본실시설계 등을 위한 용역업체가 선정된 가운데, 2020년 4월까지 설계용역을 마치고, 같은 해 12월까지 토지보상을 완료해 2021년부터 공사를 본격 착수할 계획으로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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