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서 북측 4.25축구단이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강원도 팀의 권도훈 선수(왼쪽)는 경기 시상식이 끝난 후 지난 8월 평양 대회에서 만나 정을 나눈 북측 4.25선수단 리일송 선수에게 '초코파이' 한 상자를 건네고 축하 인사와 함께 뜨거운 포옹을 했다. 리일송 선수는 이날 대회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을 수상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반도 격변의 시기에 2일 오후 강원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 에서 진행된 제5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 결승경기에서 북측 4.25축구단이 남측 하나은행 중등축구연맹 대표팀을 2:0으로 이겨 대회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 1만여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이날 결승 경기는 B조 1위로 올라온 하나은행 중등축구연맹 대표팀과 사실상 북측을 대표하는 4.25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것이라는 예측을 입증이라도 하듯 팽팽한 긴장속에 진행됐다.

4.25팀은 전반 30분 패널티킥 찬스를 놓치지 않고 13번 최성진 선수가 선제골을 넣었으며, 일진일퇴의 공방끝에 후반 32분 쐐기골을 넣어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4.25팀 선수들은 일제히 벤치의 감독에게 달려와 서로 부등켜 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하나은행팀은 몸을 아끼지 않고 저돌적으로 상대 골문으로 쇄도하고 골문을 살짝넘는 슈팅을 선보이는 등 중등축구연맹 선발팀다운 실력을 보이면서 4.25팀과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며 승기를 뒤집기 위해 악착같이 뛰었으나 후반 35분 코너킥 상황의 기회를 무위로 돌리면서 2:0으로 패배,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 5회 대회 결승경기는 지금까지 5회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패배한 적이 없는 4.25팀의 1패가 이번 결승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관계자들의 예상속에 당초 A, B조 개막전 경기만 중개하기로 했으나 KBS에서 전격적으로 결승경기를 생중계하기도 했다.

▲ 이날 결승경기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경기가 끝난 후 4.25축구단(흰색)과 하나은행 선발팀 선수들이 운동장을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관중석 '친구들아 다시 만나자' 대형 현수막.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경기를 마친 뒤 시상식장에서 김철진 4.25체육단 감독은 "북과 남이 하나가 되어서 축구를 하게 해준 강원도지사님과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님, 그리고 강원도 전체 인민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라고 하면서 "평양으로 빨리 달려가서 우리의 승리를 누구보다 기뻐하실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동지께 승리의 보고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옆집에 온 것 같다. 먹는 것도 우리 집에서 먹는 것과 똑같고 정말 아무 불편없이 잘 지냈다. 우리 집사람이 해주는 음식을 먹는 것 처럼 재미나게 살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진혁 감독은 "이겨서 기쁘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날씨는 아주 좋았다"고 간단히 소감을 피력했으며, 주장 한희준 선수는 "북과 남이 같이 공을 차는 이런 경기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처음 출전한 북측 려명축구단은 B조 2위로 전날 4.25체육단과 결선 경기를 치른 후 이날 오전 강원도 팀과의 순위결정전에서 이겨 3위를 기록했으며, 강원도 팀은 4위를 차지했다.

포근한 날씨속 1만명이 운집한 관중석의 응원열기도 대단했다.

▲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우리는 하나다. 통일조국 짝짝짝짝짝. 남북선수 아리아리"라는 응원구호와 '반갑습니다'와 강원도 아리랑을 개사한 응원곡을 준비해 경기중 열띤 응원을 계속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강원도를 중심으로 서울 등 전국의 대학생으로 모집한 대학생 응원단과 시민들이 함께 모여 40여명이 열띤 응원을 펼쳤다.

본부석 옆에서 열심히 대학생 응원단을 이끈 이해원 씨(대학생, 26살)은 "신기한 느낌도 많이 있었지만 조금 지나다 보니 다 같은 동포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응원하느라고 제대로 보지는 못했는데 하나은행 팀이 잘하는 것 같아서 이기는 줄 알았는데 패널티킥으로 먼저 골을 먹었더라. 실력은 비슷비슷한 것 같았다. 누가 이기는 줄은 잘 몰랐다. 경기는 처음 보는데 생각보다 엄청 재미있다"고 말했다. 

북측 선수들을 따로 본적은 없지만 버스에서 내릴 때 손을 흔들어주고 결승전에 앞서 열린 여자축구 친선경기에 응원하러 온 려명체육단 선수들에게 '밥먹었냐'는 안부인사를 전하기도 했다고 하면서 "우리는 하나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응원을 하는데 시민들이 함께 호응해 주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전반전이 끝난 휴식시간에 관중석에서 친구들과 율동을 펼친 남춘천여자중학교 3학년 강하늘 학생은 "실제로 경기장에서 하는 축구는 처음 봤는데 너무 재밌고, 골대 앞에서 공을 찰때는 심장이 너무 두근 두근거리고 터질 것 같았다"며 흥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결승 경기를 하는 팀 이름은 잘 모르지만 '북한이랑 저희 나라'가 경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면서 "흰색 옷팀(북측 4.25팀)이 달리기가 좀더 빠른 것 같아요. 발차기는 빨간팀(하나은행 중등연맹선발팀)이 잘하는 것 같애요. 그래서 막상막하 같애요"라는 솔직한 관람평을 해 주었다.

결승전에 출전한 북측 팀을 '사백이십오팀'이라고 부르는 홍천고등학교 2학년 석호경 학생은 "만 15세라면 저희랑 거의 동갑인데요. 북쪽이 피지컬이 좋긴 한것 같은데, 한국팀도 만만치 않게 잘하는 것 같다. 응원하다"면서 경기가 아주 재미있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북한 친구를 처음 보는 느낌을 묻자 '신기하다'며 머뭇거리는 석호경 학생 옆에서 같은 반 김민석 학생은 "한국 사람과는 많이 다를 것 같았는데 비슷하게 생겨서 깜짝 놀랐다"라고 대답했다. 

이번에 말은 붙여보지 못했지만 북측 친구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으냐고 묻자 "반갑다고 말하고, 학교 생활은 재미있는지 물어보고 싶다"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달 25일 제5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입국한 북한 선수들은 28일부터 열린 예선 경기 이후 6일간의 경기를 마치고 이날 저녁 강원도에서 준비한 환송연회에 참석한 후 3일 귀환한다.

▲ 결승전. 남과 북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 가진 북측 4.25체육단, 남측 하나은행 선발팀이 단상에 올라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각각 3, 4위를 차지한 북측 려명팀(곤색)과 남측 강원도팀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우승을 차지한 4.25체육단의 환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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