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지방경찰청 청사 본관 앞에 세워진 고 문형순(1897~1966) 서장의 추모 흉상.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제주 4·3사건 당시 군부의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많은 목숨을 구한 ‘한국판 쉰들러’로 알려진 당시 제주 성산포경찰서 문형순(1897~1966) 서장의 추모흉상이 제주지방경찰청에 세워졌다. 

제주지방경찰청은 11월 1일 오전 11시에 청사 본관 앞에서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선정된 故 문형순 전 성산포경찰서장의 추모흉상 제막식을 진행했다.

제막식 다음 날인 2일 오후 대전에서 제주평화기행에 나선 이들이 문형순 서장의 추모흉상을 보기 위해 제주지방경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먼저 문 서장 추모흉상 앞에서 헌화와 묵념을 진행했다. 문 서장의 삶과 추모 흉상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은 제주지방경찰청 박현규 경무계장이 맡았다.

▲ 문형순 경찰서장의 추모 흉상을 찾은 이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제주지방경찰청 박현규 경무계장이 문형순 서장의 추모 흉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설명을 들은 대전청년회 신윤실 회원은 “그 시절에 그렇게 의롭고 용감한 경찰관들이 조금이라도 더 있었더라면 국민들의 희생이 덜 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분에 대한 기록이 너무 부족한 것도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대전충남겨레하나 대학생 회원 오석진 학생은 “‘부당(不當)하므로 불이행(不履行)’이라며 학살을 거부했다는 것만으로 그분이 어떻게 살아왔을지 모든 것이 설명된다”며, “하지만 너무 나라와 국민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것에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자신을 신경쓰지 못한 것 같다”며, 문 서장의 안타까운 죽음에 안타까워했다.

1897년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난 문형순 서장은 일제강점기 때 만주일대에서 독립운동에 참여하다가 광복 후 경찰에 투신했다. 

1949년 모슬포경찰서장으로 근무하면서 좌익혐의를 받던 주민 100여명을 자수시켜 훈방시켰고, 1950년 성산포 경찰서장 재임 중에는 한국전쟁 발발 후인 1950년 8월 30일 해병대 정보참모 해군중령 김두찬의 ‘예비 구속자 총살 집행 의뢰의 건’에 대해 ‘부당(不當)하므로 불이행(不履行)한다”며 단호히 거부함으로써 200여 주민의 목숨을 구했다. 

1953년 경찰을 그만 둔 문형순 서장은 쌀 배급소 등에서 일하며 홀로 지내다 1966년 유족도 없이 사망했다.

제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어제(1일) 제막 이후 이렇게 추모 흉상을 단체로 찾아온 것은 처음”이라며, “앞으로도 많은 시민들과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문형순 서장의 흉상을 찾아와 그분의 정신을 기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서장의 흉상은 제주도미술협회 부지회장 성창학 작가가 맡아 제작했고, 동상은 청동으로, 좌대는 화강석으로 만들어졌으며 흉상과 좌대를 합쳐 197㎝ 높이로 세워졌다.

▲  제주 평화기행에 참가한 이들이 제주지방경찰청사 본관 앞에 자리한 문형순 서장의 흉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문형순 서장의 흉상에 대한 설명을 들은 이들은 제주지방경찰청 4층 강당으로 올라가 문형순 서장의 이야기를 담은 동영상을 시청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편,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매년 경찰관들의 순직 경위 등을 검토, 경찰 정신에 귀감이 되는 이를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선정해 흉상을 제작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해 8월에 80년 5·18 당시  발포를 거부했던 당시 안병하(1928년~1988) 전라남도 경찰국장을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선정한 바 있다. 안병하 국장은 지난해 11월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추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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