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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금 “목구멍” 안녕한가?<기고> 김상일 전 한신대교수
김상일  |  kimsy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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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2  09: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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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에 밥이 안 넘어 간다”, “목구멍에 밥이 넘어 가느냐”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인데 요즘 언론에서 이 말 때문에 야단법석이다. 우리 어머니가 식탁 머리에서 나에게 자주 하시던 말 같다. 학교 성적이 나쁠 때, 아버지가 아프실 때, 특히 지난 전쟁 시기 피난 갈 때에 퍽 자주 듣던 말 같다. 집안 식구가 아닌 사람들한테서는 들어 본 적이 없고 어머니 이외에 다른 사람들한테 들어 본 기억은 없다. 그리고 나 자신도 자신을 향해 ‘목구멍에 밥알이 안 넘어 간다’고 한 적도 있는 것 같고, 내가 동생들한테도 꾸중할 때에 한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말을 거의 듣지 못하다 요즘 언론에서 한창 야단이어서 과거를 상기해 적어 보았다.

이 말은 극히 친숙한,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끼리 흔히 자주 쓰는 말인 것 같다. 그런데 이 말이 지금 지난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에,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남한의 재벌총수들을 향해 냉면 먹는 식탁에서 던진 말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 진상을 알아보자.

‘목구멍에 밥이 넘어 가느냐’는 우리 입에 익은 말이고 귀에도 익숙한 말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 말은 거의 가족 같은 친숙한 분위기에서나 사용될 법한 것 역시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날 한 식탁에 앉은 사람들이 얼마나 친숙한 분위기였느냐에 따라서 기분이 상할 수도 안 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상 실상을 짐작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서가 있다.

즉, 첫 번째 단서는 회담이 끝난 지도 거의 한 달이 너머 지나가는 마당에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야당(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리선권 위원장의 말을 새삼 문제 삼고 있는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문제 삼고 있는 사람들은 그 현장에 있지도 않던 사람들이라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우리로서는 뒤늦게 그리고 현장에 있지도 않은 자들이 문제를 삼는 것과 문제를 다시 문제시 하도록 만들고 있는 정부 당국자들의 태도에 모두 이상하게 보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통일장관 등 정부 당국자들이 이 말에 문제 있음을 이제 와서야 시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속담에 “개구리 소리도 들을 탓이다”가 있다. 개구리 소리를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일대에서는 ‘밍매기’라 하고, 다른 곳에서는 ‘밍미기’라고 한다. 그래서 8도 강산 사람들이 모여 앉으면 개구리 소리를 ‘명맥 명맥’으로 들린다하기도 하고, ‘밍맥 밍맥’으로 들린다고 한다. 여기서 “개구리 소리도 들을 탓이다”란 속담이 유래하다.

지금 평양냉면 식탁에서 리 위원장이 한 말을 놓고 ‘냉면’이라 하기도 하고 ‘넹면’이라 하기도 하는 것이, 마치 개구리 소리 듣는 듯하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 가운데는 일부에서는 리 위원장의 말이 문제된다 하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아무 문제없다고도 한다. 개구리가 ‘밍맥’하고 우는지, ‘명맥’하고 우는지 평양냉면이 훗날 개구리 속담으로 변할 것 같다.

우리 인간은 기가 막힌 일을 당 할 때에 밥맛부터 없어지고 목구멍에 밥이 안 넘어가는 일부터 생기는가? 동물들 특히 원숭이 어미는 새끼를 잃으면 밥부터 안 먹다 죽는다고 한다. 이를 두고 “구곡간장(九曲肝腸) 다 녹는다” 혹은 “애타죽는다”고 한다. 심지어는 동물들이 같이 지내다 갈라놓기만 해도 한 놈이 죽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무엇을 먹는다는 것은 머리와 배가 상호 작용을 하여 일으키는 작용이다. 그래서 위를 ‘제 2의 뇌’라고 한다. 아예 우리 동양에서는 위에서 사고 작용이 일어난다고 본다. 뇌가 신경을 쓰면 곧바로 위산이 나오는 이유도 뇌와 위가 둘이 아니고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구멍’이란 위와 머리 중간에 위치하여 먹는다는 것은 두 가지가 동시에 받아 드려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분 나쁜 말을 들을 때에 쓰는 ‘식상(食傷)한다’, ‘구역질이 난다’, ‘비위(脾胃) 상했다’는 말도 모두 위와 머리가 얼마나 밀접한가를 단적으로 잘 보여 준다. 생각에 충격을 받으면 먼저 ‘목이 메고’ 즉, 목구멍이 막히고 밥을 먹을 수 없게 된다. ‘기적도 목이 멘다!’고 한 노랫말 가사는 이별의 아픔이 얼마나 큰가를 나타내기에 충분한다.

만약에 그날 식탁에 자리를 같이 했던 재벌 총수나 나머지 다른 사람들이 리선권 위원장의 말을 듣고 비위 상하거나 식상 했으면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어야 한다. 섰을 것이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그 자리에 있지도 않던 사람들 입에서 이를 문제시 하는 것은 말의 선후가 반대로 된 것이다. 그래서 글 쓰는 사람은 이 말이 막상 현장에서는 그렇게 문제시 되지 않았다 판단할 수 있다.

짐작건대 아니 추리하건데, 그 날 식탁 분위기는 한 가족 분위기 같이 ‘친숙’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한 기업인은 전혀 문제 될 것 없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개구리 소리 들을 탓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 말을 문제 삼기 전에, 70 년 이상 서로 헤어져 살던 남과 북이 대화를 하는 데 통역 없이 서로 의사 교환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를 놀랍게 본다. 이것은 우리가 이 땅에 같이 산 “역사가 유구하다”는 말 그대로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우방국가라 한 미국과도 통역 없이는 말을 건넬 수조차 없으니 말이다. 다음 놀라운 것은 말 한 마디에 그렇게 민감하게 비위가 상할 수도 안 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말을 귀로 듣는 것을 넘어서 말의 어감(語感)마저 서로 통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 위원장이 ‘입에 밥이 넘어 갑니까’라고만 해도 그렇게 심하게 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입’이란 말 대신에 ‘목구멍’이라고 함으로서 어감이 달라져 버린다. 이것은 남과 북이 언어에서 뿐만 아니라 어감마저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서문에다 중국과 우리말이 ‘언어’가 아니고 ‘어감’이 달라서 라고 했더라면 더 실감 났을 것이다.

이 번 일은 개구리 소리 듣기 이상인 더 심각한 것이 있다. 그것은 한국 야당들이 평양의 식탁을 한 가족 같은 분위기로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딴 나라에서 온 이방인(異邦人)들끼리 만난 식탁 정도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에 남북이 마치 한 가족같이 생각한다면 “목구멍에 밥이 넘어 가느냐”가 무슨 문제거리가 되느냐이다. 마치 우리 모두가 가족 식탁에서 어머니한테서 듣듯이 말이다.

지난 평창 올림픽 개막식 때에 93세 김영남 위원장의 얼굴에서 흐르던 눈물을 기억한다. 우리가 한 식구라면 이렇게 한 자리에 만나 국제무대 경기장에 같이 입장하는 장면을 보고 눈물 흘리는 동족애를 공감한다면 밥이 목구멍에 넘어 가느냐 한 마디가 무슨 큰 문제란 말인가?

언젠가 남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에선 이런 눈물이 사라졌다. 냉전시대가 아무리 오래 되었다 하더라도 사라진 눈물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지구 끝날 때에 가서라도 우리 얼굴에서 눈물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한국 야당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미국 일본 사람들에게 “목구멍에 밥이 넘어 가느냐”고 해도 말 한 마디 못한다.

리선권 위원장의 말을 바로 이해하자면 김영남 위원장의 눈물과 리선권 위원장의 말을 포개 보아야 바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당의 정진석 의원이 국회에서 발언하는 것을 같은 당 이완영 의원이 지난 번 청문회에서 재벌 총수에게 한 말과 태도를 대비해 보면 이들이 재벌 총수를 황제로 모시고 있는 듯하다. 다시 말해서 이들이 리선권 위원장의 말을 문제 삼는 것은 재벌 총수를 황제로 바라보는 시각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남한산성에서 신하들이 인조를 향해 “전하, 지금 목구멍에 밥이 넘어 가십니까” 할 정도의 무엄한 말을 리 위원장이 재벌총수를 향해 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 야당들이 리 위원장의 말을 문제 삼는 것의 본질이다.

‘단장의 삼팔선’이란 말이 있지 않는가. 부모형제가 이별하여 산지 70 여 년, 그리고 우리 자신의 힘으로 철도 하나 연결할 수 없는 현실 앞에 목이 메지 않는가? 

과연, “우리 지금 목구멍 안녕한가?”

리선권 위원장 역시 손님을 모신 자리라면 주빈(HOST)으로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리 위원장이, 북녘의 동포들이 얼마나 애타게 단장이 끊어지는 듯한 통일에 대한 애절한 생각을 그가 대변했다면 그의 말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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