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 2차 정상회담 연내 개최 거부

10월 8일 품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방북(10.7) 결과에 대해 “많은 진전을 이뤘다”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질 것이다”고 한다. 이른바 ‘2차 북미정상회담 빅딜설’을 띄운 것이다. 또한 그는 10월 19일 “앞으로 10일 안에 북미고위급회담이 열려 2차 북미정상회담을 논의할 것이다”고 한다. 10월이 가기 전에 고위급 차원에서 정상회담을 직접 준비한다는 것은 “중간선거 이후 개최(트럼프. 10.8)” 발언이 시간 끌기가 아니라 선거운동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란 말이 된다. 연내 북미 담판이 가시화되는 듯 했다.

이런 가운데 10월 15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렸다. 남북은 이날 7개항의 공동보도문을 통해 1) 남북장성급회담 빠른 시일 개최 2) 남북 철도, 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 시행, 이를 위한 경의선 공동조사 10월 말, 동해선 공동조사 11월 초 각각 착수 등을 비롯하여 산림협력, 보건의료, 체육, 예술단, 적십자 등 남북 교류, 협력 사업 일정을 약속, 발표한다.  8월 23일 유엔사령부(주한미군)에 막혔던 철도 공동조사 일정 확정이 단연 주목된다.

10월 15일 미 국무부 대변인실의 “남북관계와 비핵화는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 10월 16일 유엔 안보리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대북 선박 환적에 관여’한 3척의 파나마 선박 제재, 10월 17일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남북대화는 북 비핵화와 연계되어야 하고, 한미는 일치해야한다” 등 미국의 강력한 제동에도 불구하고 10월 18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미국 쪽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크게 자신감을 보인다.

10월 18일 중앙일보는 워싱턴 소식통을 인용, “한미 간에 좋은 결과가 도출됐으며 당초 예정했던 11월말~12월초 착공식이 가능해진 것으로 안다”고 보도한다. 10월 19일 조선일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이날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라며, 미국의 선별적 제재 면제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은 예정대로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한다.

철도, 도로 연결에 대한 이러한 낙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 연내 개최”에 근거를 둔다. 10월 말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북미고위급회담이 열리고 연내 2차 정상회담으로 이어져 나간다면 그 자장 안에서 남북의 교류, 협력이 탄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바로 그 즈음, 품페이오의 “10일 안에 북미고위급회담 열어 정상회담 논의” 발언이 나온 10월 19일, 트럼프 행정부 고위관리가 익명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은 내년 1월 1일 이후에 열릴 것”이라고 말한다. 이 익명의 고위관리는 다음날(10.20)에도 같은 발언을 하며 ‘연내 개최 무산’을 기정사실로 굳히려 한다. 10월 21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내년 1월 이후 북미정상회담 개최 보도는 어디까지나 미 정부 익명 관계자를 인용한 것이어서 확정된 게 아니다”라고 말해, 사태에 개입한다. 그러자 다음날(10.22)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내년 1월 1일 이후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다. 익명의 베일을 벗었을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걸었다. 트럼프도 품페이오도 볼턴의 말을 정정하지 않는다. 2차 북미정상회담 연내 개최 거부, 미국의 내심이 객관화됐다.

2. 비건, “남북 차단 특별대표”

“내가 취임하기 직전까지는 핵 재앙이 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과의 관계가 매우 좋다. 핵 실험이 없는 한 북한 비핵화가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 내 전임자들은 이 문제를 가지고 70년 동안이나 씨름했지만 나는 4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10월 27일 트럼프의 중간선거 유세 연설 일부다. 트럼프가 이처럼 이번 선거에서 단골로 내세우는 업적을 갖추게 된 것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북미 협상의 결과다. 그 과정에서 북미는 크게 두 가지를 약속한다. 하나는 <6.12 북미공동성명>이다. 그것은  1) 새로운 북미 관계 2) 영속적이고 안정적인 한반도의 평화체제 3)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 내용 재확인 4) 미군 유해 송환 등이다. 그렇다면 북미의 또 다른 약속 하나는 무엇일까? <6.12 북미공동성명> 3항에 명시한 <4.27 판문점선언> 이행이다.

<4.27 판문점선언>을 보자.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가며(1조)” 이를 위해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1조 6항)”하기로 했다.

또한,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노력(2조)”하며 이를 위해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2조 1항)”하고,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2조 2항)”만들며, “상호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이 활성화 되는 데 따른 여러 가지 군사적 보장대책을 취하기로(2조 3항)” 했다.

더불어,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3조)”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3조 3항)”하기로 했다.

그런 미국이 결국 연내 2차 북미정상회담을 거부했다. 이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한 남, 북, 미 3자 교차 합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다.

10월 23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9.19 평양공동선언>과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등 두 개의 남북 합의를 심의, 의결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서명으로 비준했다. 남북 합의 이행을 정권의 의지 차원에서 국가의 법률적 차원으로 공고히 한 것이다.

10월 24일 통일부는 개성공단 재개와 무관하다고 전제를 달면서도 “개성공단 기업인 공단 방문을 북한과 협의 중”이라고 발표한다. 언론은 “이르면 다음 주 방북이 성사될 것”이라 한다. 10월 25일 동아일보는 “정부 소식통은 24일 북한이 최근 우리 쪽에 개성공단 자산 동결 조치를 해제할 의사가 있다고 알려왔다”고 보도한다. 통일부가 당일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철도 공동조사 약속 기한인 10월 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분위기가 이렇게 영글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신경질적 반응(10.25. 현지시간)을 쏟아낸다. 1탄은 미 국무부 대변인의 발언이다. “대북 제재 이행에 한미 간 입장 차이가 없다” 통일부에 대한 이의제기다, 2탄은 미 재무부가 날린다. “북한을 위해 자금세탁을 한 혐의”로 싱가포르 기업 2곳과 개인 1명에게 제재를 부과한 것, 북과 거래하면 이렇게 당한다는 시범이다. 3탄은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이다. 그날 미 국무부는 비건이 10월 29-30일 서울을 방문한다고 발표한다.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워싱턴에 머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비건의 업무 상대이므로, 엿새 만에 그를 또 만날 일은 없다.

10월 29일 비건은 청와대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났다. 그의 업무 상대는 외교부의 이도훈 본부장, 강경화 장관이다. 청와대로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다. 그런데도 그는 임종석 실장을 콕 찍었다. 청와대 발표는 “비건 대표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요청의 구체적 내용은 비공개다. 좋은 소리가 아닌 것이다. “이도훈 본부장을 만난 지 불과 1주일 만에 서울에 직접 온 건 외교부가 아닌 청와대 예방 때문이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중앙일보. 10.30)”

10월 29일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 일정이 확정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미국 측과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다. 북한에 올라가는 열차에 실릴 유류 등과 관련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와도 협의 중”이라고 한다. 유엔사(주한미군)와 협의하면 될 것을 왜 거기까지 갔을까?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재 면제 여부를 질의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까지 몰렸다는 말인데, 그건 유엔사(주한미군)가 휴전선 통과를 또 거부했다는 말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최근에도 남북이 추진하려던 북측 철도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 일정이 미국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다.(조선일보. 10.30)”

3. 시간 끄는 비용 - 비질런트 연기, 남북유엔사 3자 협의체

10월 19일 미 국방부 화이트 대변인은 “비질런트 에이스 한미 훈련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한다. 지난 8월 29일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한미 훈련 연기 계획이 없다”고 말하고, 다음 날(8.30) 중앙일보가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29일 양국이 올해 연말에 비질런트 에이스를 실시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했으며 참가 전력과 훈련 규모를 놓고 조율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비질런트 한미훈련은 정세의 핵심 변수가 됐다. 당시 트럼프가 “한미 훈련에 큰돈을 쓸 이유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매티스는 훈련 연기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매티스가 직접 훈련 유예를 결정, 사태를 매듭지었다. 왜 일까?

10월 14일 트럼프는 <CBS> 방송에 출연 “매티스가 일종의 민주당원이라 생각한다. 그가 떠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해고하겠다는 공개 협박이다. 10월 16일 매티스는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통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0% 당신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매티스는 뭔가를 양보해야 했을 것이며, 그 중 가장 첫째가 선거를 코앞에 둔 트럼프의 절대 요구, 북미 관계 악화 방지일 테다.

이제 대통령의 인사권이 만능으로 통하게 된 것인가? <월스트리트 저널>과 <엔비시> 방송이 10월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47%에 이른다. 게다가 이번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 반트럼프’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모든 공화당 후보들의 이해관계와 트럼프의 인기, 권위가 일치된 시기다. 매티스도 이런 판국에는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트럼프가 북미 합의 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끄는 비용으로 지불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남북유엔사 3자 협의체’다. 10월 16일 남북유엔사 3자 협의체  첫 번째 회의가 열렸다. 여기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화가 논의됐다. 10월 17일 브룩스 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생산적인 3자 대화에 고무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번 회의가 큰 틀에서 유엔사와 북한군 간의 현존하는 군사정전위원회 체제에 부합하는 것”이며 또한, “남북 군사합의서의 이행을 위한 남북 군사 대화와도 연결됐다(미국의 소리. 10.18)”고 한다. 뒤의 문장, ‘남북유엔사 3자 협의체’가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과 연결됐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남북의 합의사항 이행을 남북유엔사가 같이 논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의 문장, 이러한 협의가 군사정전위원회 체제에 부합하는 것이란 말은 맞지 않는다. 군사정전위원회는 정전협정을 관리할 기구로 북미 각 5명씩 모두 10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지금은 ‘남북유엔사 3자 협의체’로서 군사정전위원회와 구성이 완전히 다르다. 또한 논의 사항도, ‘정전협정 관리’가 아니라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이다. 남북, 북미가 교차 합의한 <판문점선언>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이 명시돼 있음을 기억해 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의도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10월 29일 브룩스 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은 보도자료를 발표,  “유엔사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 이행을 진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철도 공동조사를 위한 우리의 기차를 막고 있다. 10월 29일 정부는 <9.19 평양공동선언>과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공포했다. 그날 0시부로 두 합의는 효력을 발생하고 있다. 유엔사(주한미군)의 행동과 우리의 지향은 이렇게 어긋난다. 트럼프가 내는 비용은 반의 반쪽짜리도 안 된다.
 

 

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전 6.15남측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전 반전평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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