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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종전선언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칼럼>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
전현준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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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30  11: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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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까지만 하더라도 북한 비핵화 문제가 순조롭게 풀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역사상 최초로 미국과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만났을 뿐만 아니라 좀 미진했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 체제안전 보장이 약속되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북한은 5월 24일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7월 27일 미군 유해(유골) 55구 송환, 7월 중순경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작업 시작 등의 ‘선제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해서 미국도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8월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연기, 7~9월 2개의 한미 해병대연합훈련(KMEP) 연기, 10월의 12월 예정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유예 등을 ‘상응한 조치’라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어서 북핵문제가 꼬이고 있다.

체제안전보장과 관련해서 북한이 관심을 갖는 것은 ‘종전(termination of war)선언’인데 미국은 그러한 북한의 희망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시(7.6~7일) 종전선언을 강하게 요구하였다. 종전선언은 미국과 북한 간에 전쟁이 끝났다는 선언인 만큼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종전선언 수용 여부를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시정책 포기 및 체제안전 보장 의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으려 한 것 같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통해 미국의 대북 군사공격 가능성이 소멸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 핵의 전모가 드러나는 ‘북핵 신고’가 이루어질 경우 미국의 정밀타격이 가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종전선언이란 “일정한 시기동안 지속되었던 전쟁 상황이 완전히 종료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단순히 전쟁이나 전투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발생했던 전쟁의 당사국이나 관련국가 간의 협정, 합의, 조약 등을 통해 전쟁이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선언하면서 실현된다. 6.25 전쟁과 관련한 종전이 선언되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고 ‘제2의 6.25 전쟁’ 가능성은 희박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형성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게 된다.

국제정치적으로 전쟁이 끝나면서 종전선언만 있었던 경우는 없고 평화협정안에 포함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만일 이번에 한반도 종전선언이 이루어진다면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9월 20일 “종전선언은 이제 전쟁을 끝내고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겠다라는 정치적인 선언이고 그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평화협상이 이제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법적, 군사적, 경제적 효력도 없다는 의미이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속도 지연을 이유로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게 대북 제재 해제와 같은 ‘선물(상응조치)’을 줄 의사가 없는 미국은 종전선언을 ‘카드화’하여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획득하려 하고 있다. 급기야 북한은 종전선언에는 “관심이 없다”라는 입장으로까지 선회하면서 북미 간 실무대화를 기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10월 27일 더 이상 북핵실험이 없다면 북핵문제 해결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간은 ‘미국편’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2019년으로 연기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북미관계가 답보상태로 진입하면서 한반도 평화유지를 위한 종전선언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국내 보수파들이 종전선언과 관련한 다양한 ‘가짜뉴스’를 만들어 내어 그것을 반대하고 혹세무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한 내 반대는 미국의 보수파에게 힘을 실어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하는 원천이 된다. 결국 남한 내 의견통합이 되지 않고는 북핵문제 해결도 요원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보수파가 걱정하는 것은 주한미군 철수, NLL(서해 북방한계선) 무력화, UN사(유엔군사령부) 철수 등 다양하다. 이 모든 우려는 문재인 정부가 나라를 북한에게 ‘통째로’ 갖다 바칠 것이라는 데로 수렴된다. 이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 우리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은 종전선언이 이루어진다 해도 한반도를 규율하는 법적 체제는 1953년 7월 27일 체결되고 발효된 ‘정전협정’이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종전선언은 어떤 법적 함의도 없다.

종전선언 시 가장 복잡한 문제 중 하나는 군사분계선(MDL)과 서해 북방한계선이다.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면 북한이 이를 무력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그러나 정전협정이 유효한 상태에서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MDL과 NLL도 새로운 육상 및 해상경계선으로 대체돼야 할 것이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현재 북한은 각종 남북합의서를 통해 서해 북방한계선을 인정하고 있다. 일부 논자들은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마치 북방한계선을 무력화시킨 것처럼 주장하지만 4.27판문점선언이나 9.19남북군사합의서에는 분명히 북방한계선을 중심으로 평화유지를 위한 활동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물론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면 북한이 다른 주장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평화협정 체결 시까지는 변경불가능한 일이다. 비록 평화협정이 체결된다 할지라도 평화적 통일 시까지 현재의 MDL과 NLL은 지켜져야 한다.

종전선언 시 주한미군 문제 또한 주요 쟁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종전선언과 주한미군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일부 논자들은 종전선언 이후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주한미군 문제는 한국과 미국 사이의 일이다. 비록 평화협정 체결이 이뤄지더라도 주한미군은 한미 간 문제로 남는다. 주한미군은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이 아니라 그로부터 3개월 뒤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는 ‘상호 합의에 의해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허여(許與)한다’며 주둔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북한도 공식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지만 내심은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 주둔을 원한다는 점이다. 주한미군은 북한의 남침 방지, 남한의 북침 방지, 중국 및 일본의 한반도 지배 견제 등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이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한 사례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1992년 1월 22일 당시 김용순 노동당 비서는 미 국무부 캔터 차관에게 “북미수교를 해주면 주한미군 철수 요구를 하지 않겠다. 통일 후에도 미군은 남한 또는 조선반도에 주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1996년 북한의 아·태평화위원회 이종혁 부위원장은 “미군이 한반도에서 평화유지 역할을 수행하는 데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정부 국무장관을 지낸 올브라이트도 2000년 10월 김정일 면담 시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인정했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지난 4월 및 7월에 우리 특사단에게 “한미동맹이 약화한다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은 종전선언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원칙적으로 ‘유훈통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선대들의 노선을 그대로 따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종전선언이 이루어질 경우 유엔군사령부 문제도 상당히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엔군사령부는 전쟁 또는 정전 상태에서 유지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면서 유엔사 해체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북한은 1994년 4월 정전협정 이행을 감시하고 위반사건을 처리하는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를 철수시켰다. 대신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설치해 북한과 유엔사 간 장성급 회담제도를 운영함으로써 군정위 체제를 부정했다. 북한은 중립국감독위원회 공산진영 측 참여 국가인 체코와 폴란드까지도 철수시켰다.

최근인 9월 29일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UN에서 “유엔군사령부는 유엔의 통제 밖에서 미국의 지휘에 복종하는 연합군사령부에 불과하지만, 아직까지도 신성한 유엔의 명칭을 도용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유엔사는 1950년 6월 27일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의 무력공격을 격퇴하기 위한 안보리 결의안 제83호와 실질적인 군사기구 창설을 골자로 한 안보리 결의안 제84호에 의해 만들어진 공식기구이다.

종전선언이 되면 북한은 지속적으로 유엔사 해체를 주장할 것이지만 완전한 의미의 평화협정과 평화체제가 구축되기 전까지는 유엔사 해체가 어려울 것이다. 이후라도 유엔사가 남침 억제 역할이 아닌 한반도 내 분쟁 방지를 위한 평화유지군으로서의 기능으로 전환된다면 계속 주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종전선언은 미국이 북한에게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아주 미세한 최소한’의 성의표시일 뿐이다. 이것조차도 할 수 없다면 보수파들은 핵문제 해결 노력을 포기하고 ‘시지프스의 운명’처럼 핵을 머리에 이고 살면서 늘상 안보를 걱정하며 대대로 연간 4조 이상의 미제 무기를 구매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전현준 (우석대학교 초빙교수,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

   
 

1953년생으로서 전남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북한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통일연구원에서 22년간 재직한 북한전문가이다.

2006년 북한연구학회장 재직 시 북한연구의 총결산서인 ‘북한학총서’ 10권을 발간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 동안 통일부 자문위원, NSC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민화협,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하였다.
현재는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는 「김정일 리더쉽 연구」, 「김정일 정권의 통치엘리트」, 「북한 체제의 내구력 평가」, 『북한이해의 길잡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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