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일 / 전 한신대 교수              
 

많은 통일논객들이 독일 통일과 한반도 통일을 단순 비교하고 있다. 그러나 양자는 비교 안 되는 비교이고, 비교할 수 없는 비교라고 본다.

서독이 동독을 흡수 통일한 것은 서독이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우세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는 경제력이고, 다른 한 가지는 도덕성이다. 도덕성이란 나치청산과 같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럼 남한이 북한보다 경제력이 우세하다고 해서 도덕성도 우세한가. 다시 말해서 독일의 나치 청산 같은 일제 청산을 남한은 했는가 말이다. 이 점에서 독일통일과 우리통일은 비교가 안 된다고 본다.

빌리브란트의 동방정책 그리고 라이프찌히 시민운동 같은 것이 독일통일의 원동력이라고 하지만 우리도 그만한 원동력 정도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독일과 같은 철저한 나치 청산 같은 것이 우리에게 없었다. 그래서 동일 통일과 우리 통일간의 단순 비교는 어불성설이라고 본다.

서슬 시퍼런 국가보안법이란 칼날을 70여 년간 휘둘렀지만 좌파 종북 세력은 척결되지 않고 더 그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칼자루를 쥐고 휘두르는 자들이 친일파의 후예들 아니면 지금도 미일의 조정을 받고 있는 매국노들이기 때문이다.

독일 통일과 한반도 통일을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이유는 더 근본적인 데 있다. 그것은 ‘인종주의(人種主義)’이다. 독일의 경우 미.영.불.소 4강들은 모두 기독교 백인국가들이다. 즉, 기독교라는 공동유산과 피부색이 모두 희다. 독일은 루터의 나라가 아니던가?

우리를 사실상 좌지우지 하고 있는 나라들, 소위 ‘유엔 상임이사국’이라는 나라들을 보라 거의가 백인국가들이다. 미국인들에게 가족이 함께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은 지상의 가치이다. 미국에서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얻기에 가장 쉬운 것은 친자녀 혹은 친부모 초청이다. 이를 RO로 분류한다. 거의 두말 안 하고 영주권이 나온다. 미국 부부가 6개월 이상 떨어져 살면 이혼의 사유가 된다. 인간이라면 적어도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은 천부의 권리이다.

다시 말해서 이러한 미국이 우리의 경우 남북이 반세기 이상 헤어져 만나기 위해 철길을 잇겠다는 데 그것을 못하게 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인종주의 때문이다. 인간들은 가축이 새끼를 낳으면 얼마 안 돼 강제로 어미와 새끼를 떼놓고 갈라놓는다.

최근 미국 대학에서는 동물도 이렇게 부모자식이 이별할 때에 슬픔을 느끼는지, 그리고 그 슬픔이 얼마나 오래 가는지 연구실험을 했다고 한다. 물론 결과는 동물도 사람과 똑같이 이별의 슬픔과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미국이 유엔사 이름으로 가는 길 막는 것은 우리를 인간 취급하지 않고 있는 인종주의가 원인이 아닌지 늘 생각한다.

남북을 가른 것도 미국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분단을 유지하고 앞으로 끝이 안 보인다. 분열과 이별의 고통을 방관 외면하는 이유가 그들의 인종주의에서 온 것이라고 의심해 본다.

최근 멕시코 국경을 넘는 월경자들의 부모와 자식을 무자비하게 갈라놓는 미국을 보라.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을 인간으로 보고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동물 우리에서 어미와 새끼를 강제로 갈라놓듯이 하는 것은 인종주의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뿐만 아니라 구라파 백인들이 아프리카와 아시아인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고 동물 취급한 적나라한 한 장의 사진이 있다.

▲ 1958년도 벨기에 있었던 인간동물원. [사진제공-김상일]

우리는 서양에 ‘인간동물원(human zoo)’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위 사진은 1958년 벨기에에 있었던 ‘인간동물원’의 한 장면이다. 인간동물원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에서 끌려온 인간들을 전시했다.

한 흑인 여자 아이가 백인 관광객들이 주는 아이스크림을 받아먹고 있다. 마치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이 그러하듯이. 타 인종을 미개인처럼 다룬 잔인한 기획 뒤에는 백인중심 사상이 짙게 깔려 있었다.(The Town News in LA, October 22, 2018)

위 사진을 보면 우리의 통일이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지고 착잡한 마음 금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바쁜 외교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뚫어야 할 벽은 미국, 나아가 구라파 백인들의 인종주의이다.

최근 인기작 유발 하라리가 쓴 <<사피엔스>>에는 영국의 함장 쿡이 호주라는 섬을 발견한 후, 테즈메이니아 원주민들이 1만년 이상 살아오던 땅을 백인들에게 빼앗기고, 1세기도 안 돼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하고 다 죽고 말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백인 선교사들이 앞장섰다. 지금도 서양 백인들은 악마의 얼굴이 아프리카와 아시아인들과 같다고 믿고 있다.

미국 인디언들, 체로키, 나바호, 아파치, 후알라파이의 말로를 보면 우리의 운명을 점칠 수 있다. 체로키의 영웅 ‘제로니모’는 영화로도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부족이다. 체로키 족은 오크라호마로 강제 이주한 후, 그 곳에서 석유가 갑자기 쏟아져 나오자 선착순 방법으로 쫓겨내고 말았다. 오크라호마 축구팀을 ‘Sooner’라 하는 데 ‘선착순’이란 뜻이다. 오크라호마 주변에 살던 백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오크라호마 주 경계를 선착순으로 넘어 쳐 들어와 땅을 다시 빼앗고 말았다.

체로키 인디언들은 국가와 국기가 있는데 그 가사가 우리말과 너무 유사해 우리 노래를 듣는 것 같다. 곡은 ‘어메이징 그레이스’에 넣어 부른다.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버팔로(들소)들은 북미대륙에 떼 지어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멸종 위기이다. 버팔로가 인디언의 주식인 것을 알고 백인들이 이를 몰살시켰기 때문이다. 철저한 봉쇄 그리고 목조여 죽이는 것이 전형적인 수법이다.

지난 싱가포르 북미회담에서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미국에서 만들어 온 동영상을 하나 보여주면서 핵을 포기하면 이렇게 잘 살게 해 줄 것이라 했다. 체로키인들의 복지를 도모해 준다고 오크라호마로 내 쫓아 냈지만 약속은 그 반대로 갔다.
 
다음 후알라파이족(Hualapai)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미국 서부 애리조나 주 킹맨(Kingman)이란 도시에서 세도나(Sedona) 관광지로 가는 71번 도로 좌우의 넓은 들판에서 백인들과 마지막 결전을 벌리다 한 사람도 남지 않고 몰살한 부족이다. 전사들은 싸움에 나가기 전에 처자식을 다 죽이고 최후의 결전을 벌리다 역사의 무대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 마치 유대인들이 기원 64년 맛사다에서 그러하듯이.

후알라파이 전사들은 얼마나 용맹스러웠는지 서부 기병대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자 백인들은 멀리 다코타 지역의 기병대까지 불러와서야 이길 수 있었다. 한국 관광객들이 세도나에서 기를 받으러 많이 다니는 길목이다. 우주의 기뿐만 아니라 이 길을 지나며 역사의 기도 받아보기 바란다.

지금 그랜드캐년 부근의 거의 한반도만큼 크기의 땅에 살고 있는 나바호족은 가장 백인들로부터 대우를 받고 보호구역에 구애 받지 않고 살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2차 대전 당시 남양군도에서 미군이 일본하고 싸울 때에 암호해독에서 뒤져 패전을 거듭했다. 그러자 미국은 나바호 인디언 언어로 암호를 새롭게 만들어 사용한 결과 일본은 암호해독을 못해 결국 패전하고 말았다고 한다.

▲ [사진제공-김상일]

위 K. W. Townsend의 <<세계 제 2차대전과 미국인디언>>의 표지는 나바호 병사들이 자기들의 언어로 무전을 치고 있는 장면이다. 영화로도 나와 있다.

착잡한 마음 금할 수 없다. 위 인디언 부족들의 제각기 다른 선택과 운명을 보면서 똑같은 백인 미국을 대하는 우리,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몇 가지 다른 반응을 보인다. 우리 안에 잘 적응하며 사육사가 주는 먹이를 아침저녁 받아먹으면서 우리 밖을 나갈 생각도 안 하는 동물들과, 틈만 있으면 사육사를 물어죽이고라도 우리 밖을 나가 야생으로 돌아가려는 동물들이 있다. 개가 전자이고 이리가 후자일 것이다. 아니 이것저것보다 더 한 것은 아예 우리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동물들도 있다.

과연 우리들 가운데 통일의 당위성 그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는가? 저 용감무쌍한 야당 지도자들을 보면 그런 생각도 든다.

개 같이 살 것인가 이리 같이 살 것인가? 후알라파이 같이 살 것인가 나바호 같이 살 것인가?

지난 여름 71번 길을 달리면서 눈물이 앞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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