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석 (군사평론가, ‘반갑다 군대야’ 저자)

 

학살을 거부한 군인들! 아! 제주토벌출동거부병사위원회여!

미국과 전두환 정권에 맞선 광주민중항쟁 당시 광주 민중들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한 군인이 있었다. 그는 김 일병이다. 김 일병은 민중들을 향하던 총부리를 뒤로 돌려 학살 군인들을 저격하고, 자신은 총으로 자살했다. 푸르디 푸른 조국산천에 뼛가루를 날려 보내지도 못하고 짧게 지고만 꽃, 그 병사의 흔적이 금수강산 어디에 묻혔는지 알 수가 없다.

▲ 14연대 장병들. [사진-김삼석]

그 군인은 다름 아닌 42년 전 여순항쟁의 후예였다. 김 일병은 1948년 10월 여수에서 봉기한 제14연대 제주토벌출동거부병사위원회 지창수 상사의 후예이자, 김지회 중위의 후예였다. 김 일병은 42년 전 제주토벌을 반대하며 봉기한 제14연대 2천 2백여 명 병사의 후임인 셈이다. 여순항쟁은 여수 등 4번의 전투에서 군민일치로 육해공군을 물리치고, 버텼지만 함포사격을 동반한 미국과 이승만 정권의 압도적인 진압 무력에 지리산으로, 백운산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안시성의 군민일치는 여수에서 군민일치로 재현되었다.

김 일병과 지창수 중위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동족상잔 결사반대!, 미군 즉시 철퇴”였다.

올해는 제주 4.3 항쟁과 여순항쟁 70주년이다. 미국과 이승만 친미친일 독재정권에 맞서 봉기했던 제주 10만여 명의 민간인은 잔인하게 학살당했다. 미국과 이승만 친미친일 독재정권에 맞서 봉기했던 여수 14연대 2천 2백여 명의 병사와 1만 3천여 명의 남녀노소 민간인은 잔인하게 학살당했다. 진압군은 실탄이 아까워 일본 군도로 남녀가릴 것 없이 머리를 날려 보내기도 했다. 일본군도가 학살의 춤을 췄던 종신초등학교 한켠에 수령이 300년이 넘었을 플라타너스 나무조차 광란으로 베어진 채 밑둥만 남아 있었다.

필자는 2018년 10월 6~7일,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에서 주최한 여순항쟁 기행 ‘학살을 거부한 군인들’을 다녀왔다. 봉기 장소인 제14연대 주둔지는 정확하게 군수업체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한화. 폭약 만드는 한국 굴지의 군수업체!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군수공장 가운데에 14연대 봉기 당시 부대의 옛 굴뚝과 십여 년 전 만들어진 굴뚝이 낡은 것과 새것을 뒤집어 놓을 듯 서로 자웅을 겨루고 있었다.

미 남북전쟁 때 남북을 넘나들며 M-1소총과 칼빈 소총으로 미국 민중들을 학살한 미 유대의 핵심 록히드 마틴 JP모건과 세계적인 화학, 화약업체 듀퐁이, 여수 주둔지 한화 군수업체와 함께 눈앞에서 주마등처럼 비켜가는 건 왜일까?

봉기군을 주시하고 있던 옛 굴뚝은 이제 옛 굴뚝이 아니다. 70년 전 학살에 기대어 부를 축적한 세계적인 군수업체들은 이제 한반도 평화의 기운에 명함 내보이기가 쉽지 않다. 옛날 같지 않다. 미 유대 군산복합체의 기가 꺾이고 있다.

미 군산복합체의 기를 꺾고 있는 개벽천지

정녕 2018년은 70년 전 이름 없는 병사들의 학살을 딛고, 낡은 것을 갈아치우고 새것으로 대전환하는 정치군사적 혁명기이기 때문이다. 3번의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었고,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개벽천지 할 노릇이다.

개벽천지는 70년 전 제주토벌출동거부병사위원회가 미제 M-1소총과 칼빈 소총으로 무장, 조국통일을 열망하며 산으로 산으로 들어갔듯이, 2018년 남녘 민중으로 살아 돌아온 병사들이 거리로 거리로 나와 내정간섭하는 미국규탄 투쟁과 대북 적대정책 철회, 조국통일 쟁취 투쟁으로 조국통일 의지를 승화시키고 있다. 이런 건 군사쿠데타가 아니다. 민중들의 통일쿠데타다.

▲ '애국인민에게 호소함' [사진-김삼석]

개벽천지는 70년 전 제주토벌출동거부병사위원회가 미제 M-1소총과 칼빈 소총으로 조국통일을 열망하며 산으로 산으로 들어갔듯이, 북의 선군정치가 2013년부터 진행된 북미대결전에서 화성 14호와, 미 본토를 위협하는 화성 15호 대공세로 정세를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세계를 쥐락펴락하던 미 유대 - 이스라엘 세력이 트럼프를 내세워 북에게 대화와 화해를 구할 수밖에 없는 정치군사적인 대격변기가 진행되고 있는 형국이다.

개벽천지는 포츠담회담, 얄타회담, 모스크바 3상회의가 필요 없다. 남북 공조와 북미 간의 길지 않은 담판만 있을 뿐이다.

개벽천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부터 5,1 평양능라도 경기장, 백두산 천지와 삼지연까지, 서울시민들은 남북노동자축구대회와 10.4 민족통일대회와 남북마라톤대회에서, 전주의 뜨거운 강의장에서, 대전의 통일기도회 묵상에서, 부산 서면로터리에서, 청년학생들의 광화문 미대사관 진격투쟁 등으로 조국통일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리하여 개벽천지인 지금의 정세는 불가역적이다. 뒤로 돌아갈 수 없다.

70년 전 여수 봉기군이 든 미제 M-1소총과 칼빈 소총은 미 유대의 핵심 록히드마틴의 형님격인 JP모건과 세계적인 화학업체 듀퐁이 미국 남북전쟁 때부터 동족상잔을 위해 미국 남북에 팔아먹은 무기들이다. 분단을 거부하며 구식 소총을 든 병사들의 무기가, 한을 품은 채 오늘 화성 14호와 화성 15호로 부활하였다면 지나친 말일까? 역사는 반복, 발전한다. 역사발전의 합법칙성이다. 통일을 위해 70년 만에 한미군사훈련 중단으로 이제 남북에 동족상잔을 위한 미 유대의 무기전시장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미국과 유대는 자신들의 본토를 지키기에 바쁘다.

오늘 날 개벽천지의 시기는 제주토벌출동거부병사위원회가 조국통일의지를 접고 산에서 내려 갈수 없었기에, 70년 만에 찾아온 정치군사적인 대격변기가 한반도의 통일세력에게는 한국 민중들에게는 절호의 대기회다.

2018년 제주토벌출동거부병사위원회라면?

제주토벌 출동을 거부하며 지리산을 지킨 병사들의 눈매는 2018년 남북해외 통일세력들에게 촉촉이 젖어들며 매의 눈이 되라 한다. 제주토벌 출동거부는 현 시기 분단거부이자 대북 적대시정책 철폐다. 남북해외 민족에게 ‘미군 철퇴’ ‘조국통일’ 봉화를 예고하고 있다.

▲ 여수인민위원회 6개항 결의안. [사진-김삼석]

70년 전 제주토벌 출동을 거부하며 학살을 거부한 군인들은, 2017년 박근혜의 국정농단과 분단정치를 거부하는 촛불이 되었다. 70년 전 학살을 거부한 병사들은 “동족상잔 결사반대!, 미군 즉시 철퇴”를 주장하는 대신, 2018년 한국민중들은 “대북적대시 정책 철폐와 조국 통일”을 같은 자리에서 외치고 있다.

제주 동굴에서 감자인 지슬로 끼니를 때웠던 제주 민중들이, 여수 종신국민학교에서 일본 군도 사이에서 살아남고, 만성리 굴 불구덩이 잿더미 너머에서 살아남은 여수 민중들이 70년이 지난 2018년에 살아남아, 조국통일 대통로를 열고 있다.

제주 4.3, 여순반란을 기회로 미국과 이승만 정권은 숙군과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한국전쟁을 벌려갔다. 제주, 여수 조국산천에 묻힌 병사들의 한인 통일은 분단 계곡 깊숙이 빠져들었다. 반공으로 질식할 듯한 70년이었다. 한번 빨갱이는 영원이 빨갱이라는 낙인으로 70년을 보냈다.

남북 해외 전체가 제주 4.3이고, 여순항쟁이다

2018년 조국통일 대통로의 도정에도 여수 순천 민중들은 국군이 봉기했다는, 그것도 국군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그 낙인 하나만으로 70년이 지나도록 위령탑 하나 없다. 기념관 하나 없다. 진상규명을 시작할 특별법 하나 없다. 모조리 거부당했다. 보상 배상은 더더욱 없다. 교전 중 봉기군에 희생된 경찰들에게만 보상이 이루어졌다. 기형적이다. 그래도 제주도는 위령탑도 있고, 대규모 기념관도 있고. 특별법도 있다.

▲ 진압군 수뇌부 회의. [사진-김삼석]

여순항쟁에 더 관심을 쏟아야 되는 이유다. 그렇다. 이제 제주 4.3, 여순 유족들의 피눈물 속에 전혀 상상도 못한 2018년이 개벽천지로 펼쳐지고 있다.

JP모건, 록펠러, 록히드마틴, 듀퐁, 한화 등이 전투기, 배, 전차, 폭탄, 화약을 판매하는데 눈치를 보는 2018년을 만들어 놓았다. 여수 주둔지 굴뚝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제14연대 봉기군의 한을 서서히 풀고 있다.

오늘 스마트폰에 빠진 현란한 일상생활에 파묻힐 것을 거부한 2018년 군인으로 다시 일어나야, 머지않을 조국통일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여순항쟁 기행 ‘학살을 거부한 군인들’ 곳곳에서, 또 칼빈 소총 총알 박힌 유족들의 피눈물에서 보았다.

제14연대 당시의 삐라처럼 다시 ‘애국인민에게 호소한다’. 우리가 4.3이고, 여순항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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