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 『수령국가』 저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이번 <통일뉴스> 기고는 짧은 단상시리즈이다. 주제는 ‘북핵문제와 관련된 키워드’이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단상(1)이 ‘체제보장 Vs. 적대정책’이다. 두 번째 단상(2)이 ‘트럼프가 북핵해결의 전도사?’ 이다. 세 번째 단상(3)이 ‘북한은 왜 DPRK가 될 수 없는가?’이다.

지난번 ‘제대로 된 북한사회에 대한 이해: 수령국가체제’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필독을 권한다. / 필자 주

 

누누이 말하지만 등가의 관점에서 본다면 종전선언과 북 비핵화는 성립되지 않는 관계의 본질을 갖고 있다. 철학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치적으로나 현실적으로도 정당한 대입법이 아니라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역사의 순리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도 최종적인 승리자가 누구인지도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억지논리를 강요하는 국가가 필연적으로 필패한다고 했을 때, 그 국가는 다름 아닌 미국을 지칭하게 된다.

그래놓고, 정확한 관계의 본질을 파악해보면 위 두 관계-종전선언과 비핵화의 관계문제는 종전문제가 동서냉전체제라는 원인에다 한국전쟁이라는 결과에 따른 문제라고 한다면, 비핵화 문제는 미국의 적대정책(원인)에 따라 북한이 그 억지력으로 국가 핵무력 완성을 해내었다는 결과이기에 그 상관성은 ‘비핵화 대 적대정책 철회’라는 것으로 나타나야 하고, 원인과 결과에 따른 인과관계도 그렇게 성립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핵화의 등가를 바라보는 그 심각한 ‘개념왜곡’ 그 첫째에는 비핵화 대 종선선언 프레임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위 첫 번째 문제보다 ‘체제안정과 비핵화’가 등가로 성립하는가, 그렇지 않는가하는데 있다. 다시 말해 북의 비핵화에 대한 등가로 ‘체제보장’이라는 프레임으로 이해하는 것이 인식문법상 맞느냐, 아니면 틀리느냐 하는 그 문제라는 것이다.

결론은 절대 그러한 프레임이 만들어져서도 개념이 성립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2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체제안정이라는 개념이 자주국가라면 주체적 관점에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있는 그런 용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체제안정이라는 비주체적, 수동적, 시혜적 개념과는 하등 인연이 없다는 말이자 그렇게 해서는 절대 체제안정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해서 그렇다.

둘째는, 첫째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체제안정은 자주국가가 스스로 능동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그런 국가능력의 문제이지, 그 누군가에 의해 주어질 수 있는(수혜 될 수 있는) 그런 성질의 요인은 절대 될 수 없고, 즉, 자주 국방력과 자력(국력)으로 이뤄내어야만 정치군사적 과제라는 것이어서 그렇다.

그렇기에, 북도 그러한 인식으로 문제의 본질을 파악했기에 핵(무기)을 갖고자 했고, 그 힘으로 자국의 체제안정과 미국의 적대정책을 분쇄해나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그래서 북핵문제의 본질은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 대 비핵화’, 그렇게 그 인과관계가 성립해야 하고, 딱 맞아 떨어져야하는 것이다.

이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시절의 북미관계를 떠올리면 금방 알 수 있다. 미국의 비밀외교문서 해제자료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 시절에도 북은 소련 등 주변국의 도움을 받아 공식, 비공식 통로를 통해 북미정상회담을 요청하였고, 그 이후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도 공식, 비공식 북미정상회담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북미 간의 외교와 정상회담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고, 철저하게 외면받았다. 왜냐하면 그 본질에 미국이 북을 외교적으로 만나줘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미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에 와서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북과 정상회담을 한다? 지나가는 개도 웃을 수밖에 없고, 그러한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국제현실정치이론으로 볼 때도 이는 명확하다. 오직 힘만이 국제정치질서를 규정한다는 철칙을 이해한다면 그런 불필요한 상상을 하지 않게 된다. 해서 지금의 북미관계 실체는 미국이 왜 그렇게 갑자기 태도를 바꿔 북과 정상회담을 하고,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마음먹었을까 하는데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놓고 봤을 때 우리가 유일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이른바 북이 핵을 가졌다는 것이고, 그것도 단순한 핵이 아닌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전략무기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미국은 어쩔 수 없이 북과 외교적 파트너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정설이 된다. 즉,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는 북의 정상회담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된 그 상황, 그 상황요인이 미국을 철저하게 압박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핵과 전략무기체계를 갖춘 북을 용인하게 될 경우 미국의 입장에서는 NPT체제 유지와 동북아에서의 전략(패권)적 지위유지, 미국의 안전보장이 장담될 수 없는 그런 본질이 지금의 정세국면을 강제해내었다는 것으로 말이다.

그래서 북핵문제의 본질은 미국에 의해 북의 체제가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북 체제는 이미 안정화되어있고, 그 바탕 하에 개발된) 북의 핵에 의해 미국의 적대정책이 파탄되느냐, 마느냐 하는 그것이 그 본질로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인식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인식이자, 또한 원인과 결과에 따른 분석법이라 하겠다.

이는 현대국가론의 입장에서도 딱 맞아떨어진다. 그 어떤 국가가 자국의 체제와 안정을 그 어떤 외부의 힘에 의해 보장받는단 말인가? 백번 양보하여 자국의 체제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서 타국과 동맹관계를 맺을 수는 있으나, 이때도 기본은 자국의 국력을 키우고,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을 그 전제로 하고 있음은 삼청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것이 현실이고 자주독립국가가 가야 할 길인 것이다.

북은 그렇게 스스로 국가체제를 방어하기 위해 국가 핵무력 완성의 길로 갖고, 마침내 완성해낸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힘을 바탕으로 미국을 협상의 공간으로 나오게 했고, 그러면서 그들의 전략을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로 공식화해내었다. 체제는 우리 스스로 알아서 보호할 테니, 미국은 스스로를 속이지 말고, 자기할 바나 다하라는 메시지를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비핵화의 등가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체제보장이 아니라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로.

그러니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미국과의 외교관계 수립도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적대정책 철회의 정치군사적 징표로서 갖는 그 내용임을 확인해 준다. 이른바 적대정책 철회의 콘텐츠가 그렇게 정립된 것이다.

해서 북의 비핵화는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와 비례해서 철저하게 이행되는 것이다. 즉, 미국은 그러한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고, 북과의 신뢰관계를 회복해 나가야만 하는, 직설적으로는 ‘우리가 너희 체제를 보장해 줄 테니 핵을 포기하라’가 아니라 ‘우리가 너에 대한 적대정책을 철회할 테니 너도 그것에 상응해 비핵화 좀 해줘’ 그렇게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북도 거기에 상응해 동시행동의 이행전략을 분명히 선보일 것이다.

본질이 그러하다면 그 상황을 그렇게 꿰뚫어 봐야하고, 그러한 방향으로 문재인 정부도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고, 시민사회운동진영은 시민사회운동진영답게 그러한 방향에서 이론·실천적 방략을 짜내고 생산해내어야 한다. 당면한 종전선언은 물론이고 미국의 약속이행촉구 및 대북제제 철회도 강력하게 요구하여야 한다. 동시에 유엔사 해체, 주한미군철수, 평화협정 체결투쟁도 그러한 방향에서 전략화하여야 한다.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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