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교무)


어린 시절 동무들과 뛰어놀던 무대는 농촌의 드넓은 들판이었습니다.

낮에는 개구리 울음소리, 밤이면 부엉이 소리를 음악 삼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마을 대표로 교회 초등부 찬송가 대회를 나갔지만, 너무 긴장했었나 봅니다.

무대에 오르자마자 풍금 연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노래를 시작해 청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 긴장과 창피함에 노래를 멈춰버린 이후, 저는 곧잘 5명의 친구와 악기를 연주하며 음정과 박자를 멋지게 맞추며 노래를 부르는 상상을 하며 음악에 대한 꿈을 꾸곤 합니다.

▲ 2018년 가을, 원불교소태산기념과 건축현장은 100명 이상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소태산 심포니 오케스트라'입니다. 물질이 개벽되는 시대, 물질을 올바르게 선용하여 정신이 개벽되는 그 새로운 서곡은 이미 연주되고 있습니다. [사진제공-정상덕 교무]

올해 한반도를 달궜던 유례없는 폭염에도 원불교소태산기념관 공사는 현재 공정률 50%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깊어지는 가을 하늘에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빌며 잠시 명상에 잠겨봅니다.

‘뚝딱뚝딱’ 망치 소리가 고 저를 반복하며 기분좋게 들려옵니다.

철근 자르는 소리 ‘쓱~~뚝’, 거푸집을 받치고 있는 동바리가 부딪치며 내는 ‘댕그랑~댕그랑~’ 소리는 경쾌하기까지 합니다. 레미콘에서 쏟아지며 바닥을 채우는 시멘트의 '쏴아아~' 소리, 차량이 들어오고 나가는 동안 들리는 안전요원들의 ‘호루라기 소리’와 작업반장들이 주고받는 무전기의 ‘송수신 소리’는 항상 긴장을 부릅니다.

땀과 불꽃을 동시에 내는 ‘용접기 소리’, 지하실 천장 배관과 전기공사를 담당하는 작은 지게차들의 ‘뛰뛰뛰~ 후진 알림 소리’는 어린이 놀이터를 떠오르게 합니다.

공사장 가장 높은 곳에서 움직이는 타워크레인이 바쁘게 ‘자재를 올리고 내리는 소리’까지.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건축현장은 구성원들의 호흡이 중요한 오케스트라와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동자 한 분 한 분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내는 공사현장의 화음들이 모이고 쌓여 수많은 건축물이 되었겠지요.

사람과 생명은 사랑하기 위해서 또 사랑받기 위해서 탄생되었습니다.

2018년 가을, 원불교소태산기념관 건축현장은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들이 함께 모여 건축물을 빚어내는 세상에서 가장 큰 연주회장입니다. 100명 이상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이 연주단에 ‘소태산 심포니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습니다. 물질이 개벽되는 시대 물질을 올바르게 선용하여 정신이 개벽되는 그 새로운 서곡은 이미 연주되고 있습니다.


2018년 10월 01일 소태산기념관 건축현장에서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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