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북미공동성명에 따라 북한과 미국이 새로운 관계 조성에 이르는 길에서 현안이 하나 떠올랐다. 보다 정확하게는 암초다. 서너 달째 양국의 새로운 관계 조성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다름 아닌 ‘종전선언’이다. 그런데 종전선언이 북미 사이에 논쟁거리로 등장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엄밀한 의미에서 종전선언은 논쟁거리나 시비거리가 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필수적인 통과의례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반도는 1950년 한국전쟁이 종식되지 않고 정전협정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전(停戰)이란 문자 그대로 전쟁이 잠시 멈춘 상태이다. 언제고 사소한 갈등에도 화약의 불꽃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종전(終戰)은 이미 오래 전에 해결됐어야 할 사안이었다. 나아가 종전은 누구의 소유물이거나 시혜품이 아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바란다면 누구나 지지 찬동해야 할 사안이다. 거꾸로 종전선언을 지체시키거나 조건으로 사용한다면 불순한 세력일 뿐이다.

◆ 6.12북미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비핵화 대 체제 보장’을 맞바꾸기로 했다. 이 두 핵심 사안이 상호교환 과정에서 살라미 식으로 잘게 나눠질지 또는 수육만큼 두툼하게 잘라질지는 양국 협상의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당연히 평화협정 체결과 수교가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협정과 북미 수교란 ‘비핵화 대 체제 보장’ 교환을 통한 양국 관계개선의 결과물이지 흥정물이나 시혜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종전선언도 마찬가지다.

◆ 그런데 미국이 종전선언을 무슨 대북 카드인양 사용하고 있다. 미국 측의 “종전선언보다는 북의 비핵화 이행이 우선”이라는 일관된 인식이 그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종전선언 대 북핵 리스트 신고’를 붙여놓기도 한다. 북핵 리스트 신고 등 북의 비핵화 이행은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나 체제 보장과 짝을 이뤄야 하는데, 거기에다 종전선언을 붙여놨으니 견강부회도 이럴 수는 없다. 사정이 이러니 북한이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미국은 안 된다며 뻗치고 있는 형국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 이런 억지와 지리한 시비에 싫증났는지 북한이 2일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도 구태여 이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불쾌감과 함께 비장감을 드러냈다. 종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6.12북미공동성명이 파탄되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비핵화 대 체제보장’의 교환을 통해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에서 종전선언은 필수불가결한 통과의례이기 때문이다. 마침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다고 한다. 이 면담에서 종전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그래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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