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광역시 서구의회는 9월 19일 서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골령골 이야기’를 상영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광역시 서구의회(의장 김창관)가 한국전쟁 당시 대전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과 관련해 두 가지 조치를 취해 주목을 받고 있다.

서구의회는 9월 19일 오전에 개최된 제245회(제1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서다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대전지역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희생자 명예회복 및 추모공원 조성 촉구 건의안 채택의 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서다운 의원이 발의한 촉구 건의안에는 대전광역시장에게 “대전지역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희생자의 명예회복 및 역사적 상징성을 아우르고 지역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추모공원 조성사업이 조속히 추진, 완료될 수 있도록 행정적, 재정적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전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원 및 대전형무소 재소자 등 최대 7천 명가량의 민간인이 군인과 경찰에 의해 학살당한 후 암매장 당한 곳이다. 희생자들 중에는 4.3사건과 여순사건 관련자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지난 2016년 8월 행정자치부는 이곳을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공원’ 사업대상지로 선정해 공원과 전시교육관, 추모관 등을 갖춘 평화공원을 만드는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에 건의안에 “2020년까지 추모공원사업을 완료하여야 함에도 유해발굴사업이 제외되어 있으며, 희생자 확인도 완료되지 않는 등 지지부진한 상황”이므로, “더이상 희생자와 그 유가족들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고 조속한 추진, 완료될 수 있도록 행정적, 재정적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하면서 구체적으로 ▲지방정부 차원의 미신고 유족 접수처 설치 ▲인권교육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 대전 서구의회 의원들이 본회의가 끝난 후 본회의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골령골 이야기’를 감상하고 있다. 맨 앞쪽에 보이는 이가 본회의에서 ‘대전지역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희생자 명예회복 및 추모공원 조성 촉구 건의안 채택의 건’을 발의한 서다운 의원.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안건을 발의한 서다운 의원은 “골령골 사건은 수많은 민간인이 국가권력에 의해 무참히 희생된 사건임에도 많은 국민이 알지 못하고 있고 대전시민 조차도 잘 모르고 있다”며, “동구 산내지역에 추모공원을 조성하고 있지만 추모공원 조성 뿐 아니라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알리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이어 “현재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못하고 여전히 많은 시민들도 본 사안을 잘 모르고 있어 우리 서구의회 차원에서라도 관심을 갖고 힘을 모으고자 건의안을 내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리적으로 우리 자치구는 아닐지라도, 그 희생자와 유족들은 동구뿐 아니라 대전을 넘어 전국에 해당된다”며, “추모사업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서구의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마음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 다큐멘터리 상영회가 끝난 후에 대전서구의회 의원들과 관계자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편, 본회의가 끝난 후인 10시 30분부터 본회의장에서 의원들과 방청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상영회가 진행됐다.

이 다큐멘터리에 대한 의회 차원의 상영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구의회 김창관 의장은 “지방자치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민족화해나 국가적인 진상규명에도 (나서고), 우리 고장의 일을 우리 지자체에서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행사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어 “몰랐던 일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갖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며, “실질적으로 충분히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의회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다큐멘터리 상영이 서구의회뿐 아니라 다른 의회로도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도 덧붙였다.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와 팟케스트 ‘아는 것이 힘이다’가 함께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산내 사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대량 학살이 벌어진 근본적 이유, 국가 권력의 부당한 행사로 국민들이 받은 고통, 연좌제로 또 한 번의 고통을 겪어야 했던 희생자 유가족의 삶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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