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저녁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운데),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오른쪽),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이 출연한 가운데 『평화의규칙』 북콘서트가 진행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평화를 원하면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준비하라'는 새로운 금언이 필요하다. 이것이 지난 70여년간 숱하게, 그리고 지난해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를 겪으면서 우리가 얻게 된 '평화의 규칙'이라고 강조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이 함께 한 '평화의 규칙' 북콘서트가 진행됐다. 전날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면담한 문재인 대통령 특사단이 이날 오전 한반도 평화의 새소식을 발표했다.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가 절정에 달하던 지난해 가을 연세대학교 알렌관에서 처음 만난 세 사람은 능소화가 담장을 타고 올라오는 올해 6월까지 아홉 차례 만나 대담을 나누면서 남북과 주변 4강에 대한 분석에서부터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미래 전망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절박한 '평화'의 '법칙'에 대해 정리, 책으로 묶어 냈다.

이날 북콘서트의 주제는 '한반도 평화 이제 시민들이 만들자'. 500석이 빈 자리 하나없이 꽉 찬 가운데 김치관 국장의 사회로 문정인 특보와 홍익표 의원의 깊은 철학과 해박한 식견, 거침없으나 따뜻하고 진부하지 않은 주장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무대와 객석간 깊은 공감 끝에 나온 결론은 "권력이 시민의 통제와 감시아래 행사되어야  민주주의도 평화도 위협받지 않는다. 깨어 있는 시민은 민주주의 뿐만 아니라 평화도 지켜야 한다"는 것, 그리고 "혼쾌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평양냉면 집을 찾아가듯 시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평화의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것이었다. 

▲ 문정인 특보는 "불완전한 평화를 관리하려는 것이 안보라는 점에서 안보가 소극적이라면 평화는 안보를 넘어서는 개념이다. 안보만 고집하면 안보의 딜레마를 벗어날 수 없다. 시민들의 마음속에 평화가 굳건히 자리잡아야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문정인 특보는 '평화의 규칙'이라는 책의 제목은 '누구도 패배자가 되지 않는, 배타적 평화를 용납하지 않는 것이 평화'라는 정신을 담은 이미혜 시인의 시 제목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하면서, "평화를 위해서는 평화를 준비하라, 상대를 위해 생각하는 역지사지가 필요하다, 실사구시의 현실적 인식에 집중하면 파괴적 전쟁은 할 수 없다, 비록 똑같지는 않더라도 조화를 추구하는 화이부동이 요구된다"는 '평화의 규칙'을 다시 일깨웠다.

또 "불완전한 평화를 관리하려는 것이 안보(전쟁)라는 점에서 안보가 소극적이라면 평화는 안보를 넘어서는 개념이다. 안보만 고집하면 안보의 딜레마를 벗어날 수 없다"면서, 시민들의 마음속에 평화가 굳건히 자리잡아야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의원은 "한반도의 평화는 한반도의 사람이 자주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데서 나온다는 인상적인 서평이 있었다"면서 "100년전인 1919년 당시 동아시아의 시대정신이 식민주의를 극복하려는 민족자결주의였고 3.1운동과 5.4운동으로 나타났는데, 지금 분단의 현실은 우리가 여전히 식민의 연속선에 놓여 있으며, 100년 전 화두도 그대로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한다. 지금 한미동맹 훼손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굉장한 아이러니다"고 지적했다.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아야 하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한미동맹의 목표와 본질을 망각하면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문 특보는 전날 평양에 다녀온 대통령 특사들이 가져온 소식과 관련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의지를 확인해 준 것이 의미있다. 그리고 판문점선언 이행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힌 것은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의 비핵화 의지를 과장한 것 아니냐는 미국 주류의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다시 확인함으로써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것.

특히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와 서해평화수역 등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합의 가능성을 전해 온 것은 재래식 전력에 의한 충돌과 확전을 막자는 것으로서 상당히 바람직한 발전이고 100% 이상의 성과라고 말했다.

▲ 이날 북콘서트는 '한반도 평화 이제 시민들이 만들자'는 주제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북콘서트 객석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진행된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결과 과연 누가 실익을 챙겼는가?, 북의 비핵화는 결국 '쇼'에 불과하다는 미국내 일부 주장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 특보는 미국내 주류세력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 해법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워 북이 승리하고 미국은 패배했다는 비판을 하고 있는데, 자신이 보기에는 공동성명에 완전한 비핵화(미국), 새로운 북미관계와 한반도 평화체제(남·북)가 명시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한미군사훈련중단과 핵·미사일 실험 중단 등 쌍중단이 언급(중국)되고 일본인 납치자 문제 등이 거론(일본)된 것 등을 두루 살피면 결국 관련국 모두의 승리로 볼 수 있다고 정리했다.

또 미국내에서 북이 핵동결을 넘어선 신고·사찰은 회피하고 있다며 이를 '쇼'라고 주장하는데 대해서는 지난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도보다리에서 '핵으로 인해 북이 당하는 고통'에 대해 언급하고 전날 정의용 특사에게 '트럼프 임기내 비핵화'를 밝힌 것으로 보면 북의 비핵화는 쇼가 아니라 분명한 의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아가 풍계리 핵시험장 완전 불능화, 동창리 미사일엔진시험장 완전 폐기,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대 20% 파기, 미군유해 송환 등 북이 선제적으로 취한 조치들을 미국이 인정하고 대가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면 북으로부터 긍정적 결과가 얻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의 비핵화를 표방하지만 결국 권력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구심에 대해서는 "결국 북이 알아서 할일이고 다른 나라가 감놔라 대추놔라 할 일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그런 우려는 상당히 보수적인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은 부친의 건강이 나빠진 2008년부터 최고 지도자로서 역할을 했다. 나이는 가장 젊지만 미국, 일본, 중국, 한국의 지도자들이 두 세번씩 바뀌었던 지난 10년동안 상당히 안정적으로 가장 오랜 기간 집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짜 걱정은 거꾸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될 수도 있다는 데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홍익표 의원은 "아직 남아있는 분단의 현실은 우리가 여전히 식민의 연속선에 놓여 있으며, 100년 전 화두도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면서 평화를 추구하는 자주적 노력과 한미동맹 훼손이 함께 언급되는 상황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 위원장을 지켜 본 평가도 과히 나쁘지 않았다.

문 특보는 지난 4.27 판문점 만찬에서 지켜 본 인상을 소개하면서 "소탈하고 평소에 술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날은 다소 취한 상태에서도 권하는 술잔을 다 받더라.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느꼈다"고 말했다. "현안에 대한 이해가 높은 것으로 보였으며, 일부에서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이라고 했던 평가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홍 의원은 "남북 겸임대사를 하고 있는 20여명의 주한 대사들이 공통적으로 김 위원장의 통치력은 뛰어나다고 평가한다"면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김 위원장을 불안정하다고 평가한 것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김 위원장이 북체제를 빠르게 장악했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틀비 출판사가 주최한 이날 북콘서트는 퀴즈쇼에 이어 대학생 노래악단 '씽'의 공연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축사가 있었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김종대 정의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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