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결제카드 '나래' 사용기

평양에서도 현금 대신 전자카드를 많이 쓴다. 조선무역은행에서 발행하는 체크카드의 일종인 나래카드는 평양의 대표적인 전자카드 중 하나이다. 평양시민 10명중 6명꼴로 전자카드를 선호한다고 한다.

양각도국제호텔 2층 로비의 양각도찻집 수납코너에서 일하는 리윤실(27, 동대원구역 일심APT)씨는 지난 18일 나래카드 발급을 도와주면서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니기보다 카드 한장이면 되기 때문에 최근 평양 시민들이 카드를 많이 쓴다. 오히려 호텔에 드나드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거의 카드를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발급절차도 간단해서 카드 값 2.7달러와 필요한만큼의 외화를 '충진'하고 암호를 입력하면 바로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다. 

리 씨에게 나래카드 발급을 부탁하니 얼마를 충진하겠느냐고 묻고는 일사천리로 카드 발급 절차를 밟아 주었다. 여권이 필요하냐고 묻자 '필요없다'고 했고, 남쪽 사람도 만들 수 있냐고 하자 '일없다'며 하던 일을 계속 했다. 4자리 수 암호를 입력하고 카드를 실제로 발급받는 데 까지 걸린 시간은 채 3분도 걸리지 않았다. 

암호를 3번 이상 연속으로 잘못 입력하면 카드결제가 자동 중지되기 때문에 암호를 정확히 입력하고 꼭 기억해 두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6522'

카드는 외화를 취급하는 시내 대부분의 상점과 봉사시설에 있는 수납코너에서 같은 방식으로 발급받을 수 있고 즉시 결제도 가능하다.

양각도호텔 찻집과 기념품 판매점, 류경안과종합병원 안경판매점 등의 수납코너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자결제카드 '나래' 사용설명서'에는 "'나래'카드는 외화봉사단위들에서 상품 및 봉사대금을 지불할 때 사용하는 전자지불수단으로서 모든 대금지불을 무현금결제의 방법으로 신속 정확히 진행할 수 있게 한다"고 적혀있다.

또 "나래카드는 지정된 외화봉사단위들에서 발행하며 발행된 카드는 전국의 모든 외화봉사단위들에서 제한없이 카드잔고 범위안에서 상품 및 봉사대금 결제에 이용할 수 있고 카드-카드 송금과 손전화기에 의한 대금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고 하면서"카드송금은 나래카드 소지자가 카드의 잔고 범위안에서 다른 나래카드 소지자에게 자금을 넘겨주거나 받을 수 있게 하며, 손전화기에 의한 대금결제는 임의의 장소에서 손전화를 이용하여 손전화 요금이나 봉사대금 결제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봉사"라고 설명했다.

카드를 발급받을 때 지불한 외화는 당일 외화교환시세에 따라 카드에 입금시켜주도록 되어 있다. 잔고를 보충하는 것은 나래카드 취급 마크가 있는 시내 상점 어느 곳에서나 가능하지만 잔고를 현금으로 반환받는 것은 카드발행 은행에서만 가능하고 외국인의 경우 호텔과 비행장에서도 잔고 반환이 가능하다고 한다. 카드 파손시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분실했을 경우에는 조선무역은행을 방문하도록 되어 있다.
 
찻집에서 강령녹차 한잔(2.8달러)을 마시고 조금전 10달러를 충진해 발급받은 나래카드로 결제하니 앞서 받은 영수증 '판매 294.00원(2.78USD), 입금 762.80원(7.22USD), 현잔(현재 잔고) 762.80원' 영수증을 먼저 주고 이어 '지불 280.00원, 현잔 482.80원'이 적힌 영수증을 내어 주었다. 

잔으로만 판매한다는 걸 통사정해서 몇시간 후에 강령녹차 1통을 받을 수 있었다. 달러로 결제를 했더니 이번엔 재정성이 발행하는 외화 영수증을 주는데 합계금액 23달러에 환율은 105.68로 찍혀있다.

시내 상점 어디에서도 카드발급과 카드 결제를 할 수 있으며, 평양시내를 달리는 택시요금도 나래카드로 낼 수 있다고 했다.

북에서 처음 발행된 전자카드는 2005년 합영은행인 '동북아시아은행'이 '실리'라는 이름으로 발행한 현금카드. 은행에 예치한 예금을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방식이었는데 가맹점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층이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2010년부터 발행한 전자카드가 조선무역은행의 '나래'카드이다. 달러나 유로, 위안화 등 외화를 충전하고 그만큼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 

2011년에 고려은행이 발행한 '고려'카드는 북한 원화로 결제가 가능하고 2015년 8월 조선중앙은행이 발행한 '전성'이라는 이름의 전자결제 카드는 대금 결제는 물론 송금·출금 등의 기본적인 금융서비스가 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마식령스키장이나 문수물놀이장, 옥류관 등 각종 봉사시설에서도 현금 대신 결제하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앞서 나래카드를 발급해 준 리씨는 "지금은 초창기에 도입되었던 고려카드나 진성카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 귀띰했다.

시내 여러 상점에서 볼 수 있는 나래카드 설명서는 1번 "전자결제카드 '나래'상표이름은 내 조국의 창공높이 기세차게 날아오르는 천리마의 비약의 나래와 그 기상을 의미한다"고 시작해 9번 "카드 소지자의 카드거래와 관련한 비밀은 철저히 보장되며 카드에 입금된 자금은 법적보호를 받는다"로 끝난다. 

은행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기 때문에 카드 사용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의 관측과는 달리, 지금 평양에선 신용을 거래하는 수준의 금융은 아니지만, 예치한 외화자산에 대한 보장이 확실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전자결제카드 사용이 활성화되고 있다.

강령녹차 시음기

양각도국제호텔 정문을 들어서면 2층 로비 오른쪽으로 철갑상어가 유유히 헤엄치는 수족관 안쪽에 '양각도호텔 찻집'이 있다. 찻집 간판을 걸어 둘만한 곳에 큰 글씨로 '강령녹차', '은정차'라고 써 놓았다.

말이 찻집이지 이곳에선 수준급의 에스프레소도 맛볼 수 있고 칵테일과 양주, 대동강맥주와 평양주, '참새구이'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곤 다 있었다. 정작 '강령녹차'란 무엇이고 '은정차'란 무엇인지 궁금증이 일었다.

'판매원(Salesman)' 이름표를 달고 차를 끓여 내어 준 함영수씨는 "강령녹차는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황해남도 강령에서 재배한 녹차인데 맛이 아주 구수하다"고 소개했다.

찻잔 가득 은은한 향을 풍기는 차에 어린 차잎 몇장을 띄워서 차받침에 스틱 설탕, 스푼과 함께 차를 내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가격은 1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티백 녹차보다는 많이 비싸고 1달러 조금 넘게 받는 커피보다 높은 2.8달러를 받았다.

통상 차는 북위 36°선 이북에서는 재배할 수 없으나, 황해남도 농업과학분원에서 영하 19℃에서도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차나무의 풍토순화에 성공했다고 한다.

북측 매체에 따르면, 지난 1982년 9월 중국 산둥성을 방문한 김일성 주석이 그곳 차나무를 같은 위도상에 있는 황해남도 강령군과 강원도 고성군에서 재배해보자는 발기를 한 것이 강령녹차의 시작이다. 혹심한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면서 차 재배가 확대되지 못하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2월 '김일성 주석의 은정을 후세에 길이 전하기 위해 차의 이름을 '은정차'라고 명명하고 재배대책을 세운 뒤 2008년 12월 차나무를 대대적으로 심을 것을 지시했다.

이에 2009년 황해남도 강령군에 강령은정차재배원과 금동은정차재배원이, 강원도 고성군에 고성은정차재배원이 세워졌고 김 위원장은 몇차례 이곳을 찾아 차잎 생산 증산과 함께 평양 창전거리 등에 찻집을 세우도록 했다.

창전거리에 위치한 은정차집은 2012년 7월에 개업했고 지금은 영광거리, 창광거리 등 평양시내에 은정찻집과 거리매대가 성업중이다. 양각도국제호텔과 연풍과학자휴양소에서도 서비스를 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창전거리 은정차집 개업을 앞두고 이곳을 찾아 은정차에 어린 김 주석과 김 국방위원장의 '애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은정차는 강령군에서 재배하는 강령녹차와 강령홍차, 그리고 강원도 고성군에서 재배하는 고성녹차와 고성홍차 등 4종류로 나누는데, 수확한 차잎을 가열하여 발효시키지 않는 것이 녹차, 완전히 발효시킨 것은 홍차가 된다. 반(半)발효차는 오룡차로 구분한다.

금동 은정차재배원의 한 관계자는 "은정차의 특징은 구수한 맛과 진한 향기, 독특한 색깔에 있다. 그 비결은 재배와 가공의 전 과정에 유기적인 방법을 도입하고 있는데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전라북도 차 명인인 정정숙 씨는 강령녹차를 시음한 후 "기본적으로 차의 기운은 좋다. 차나무가 차라고 있는 환경이 상당히 훌륭한 것 같다. 제다 또한 정성껏 잘 만들어 졌다고 생각된다"고 품평했다. 

또 추운 지방에서 재배해야 하기 때문에 내한성이 강한 품종을 찾다보니 토종이 아니라는 한계는 어쩔 수 없었겠지만 맛은 많이 단조롭다는 평도 곁들였다.

아울러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국 녹차 방식을 취하다보니 차의 지구력이 약해져 맛이 금방 빠져 버리는 느낌"이라고 하면서 "건강을 생각하는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이지만 남측에서 주로 하는 덖음차를 비롯한 다양한 제다 방식과 교류가 있었으면 좋겠다. 발효차인 홍차도 경험해 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북쪽 차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령녹차 설명서에는 '동맥경화, 고혈압, 뇌혈전을 막고 심장기능을 높여주며 피 순환이 잘되게 한다',  '물질대사를 촉진시키고 장운동, 소화기능, 각종 운동기능을 높여준다', '살균작용을 하며 적리, 대장염을 예방하고 장을 보호한다'는 등 9가지 효능이 표기되어 있다.

2012년 이후 평양지도

지금 구할 수 있는 최신 평양지도는 2012년 판. 김정은 시대를 상징하는 많은 건축물이 평양의 모습을 바꾸고 있지만 온전히 반영된 지도를 찾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 하나 하나 확인해서 채워 나가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 참관한 몇 곳의 위치를 표시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