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 『수령국가』 저자 · 21기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사실관계 하나만은 분명하게 하고 넘어가자.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순항할 것만 같았던 북미관계가 꼬여지자 그 모든 원인을 북한에게만 있는 것처럼 뒤집어씌우는 그런 ‘편향되고도 왜곡된’ 인식을 시급히 바로잡는 것 말이다.
 
그 기준도 어렵지 않다. 6.12 북미정상회담을 잘 이해하면 답이 금방 나오는데, ‘신뢰관계’에 기초한 “새로운 관계 정립 및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이 6.12 북미공동선언 정신으로 담겨져 있어서 그렇다.

했을 때 그 진정성의 힘은 북한을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이 미국보다는 훨씬 많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실험․미사일 발사를 중단했고, 동창리 시험장 해체, 풍계리 핵시험장 폐쇄, 미군 유해송환 등 합의정신대로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반면, 미국은 UFG훈련중단이라는 조치 하나만을 취했다. ‘잠정유예’라는 조치로 말이다. 비교적 관점에서 이는 북한이 불가역적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면, 미국은 생색내기용 가역적 조치만 취한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것도 딸랑 하나로 말이다. 
 
(위 사실로부터) 누가 더 6.12 북미공동합의 정신을 지키지 않고 있는가? (그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고, 답도 이미 정해져 있다.)

사실이 그러한 가운데 예정되어져 있던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무산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 주류세력(에 굴복한 트럼프는)과 국내의 보수․수구세력들은 모든 탓을 북한으로 돌리면서 한미연합 군사훈련 카드를 꺼내 든다. 그것도 모자라, 미국 전직관리들은 한술 더 떠 비핵화 협상 결렬시 북을 선제타격 해야 한다는 등 의견들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고, 또다시 그렇게 한반도를 전쟁의 먹구름으로 뒤덮으려 하고 있다.

물론 지금으로선 그 모든 상황들이 향후 본격적으로 전개될 “새로운 관계 정립 및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협상술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만, 다시 말해 북한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한 조치로 한미연합 군사훈련 등 '가역적 조치'들을 거둬들이고 초강경 대응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북한에게 보냈다고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미국의 강경대응은 분명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해서 분명한 것은 미국은 자신들의 할 도리는 다하지 않으면서, 즉 ‘신뢰관계’에 기반 한 비핵화 해결원칙은 지키지도 않으면서 여전히 항복(패배)국가와 하는 그런 협상법칙, ‘선 비핵화 후 관계개선’에만 집착하려는 그런 자신들에 대해 진지하고도 인내성 있게 성찰해내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지금처럼 합동군사훈련 재개니, 특수부대 대북 비밀훈련, 선제타격 운운으로 북한을 겁박하고,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킬 것이 아니라 6.12합의정신으로 시급이 되돌아가야 하는 것이고, 북한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종전선언과 제재완화 요구 등도 지극히 정당한 주장임을 수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또 신뢰관계를 회복하자고 한다면 그 신뢰관계를 회복할 조처들, 종전선언과 대북제재조치를 완화하는 그런 초치들을 미국은 등가적으로 취해줘야 하는 것이고, 이는 다시 6.12 정상회담 합의문을 다시 읽고 또 읽어봐도 그 결론에 ‘선 관계개선 후 비핵화 또는 최소한 동시적 이행’에 있으니 더더욱 미국은 그러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문제는 이 정도 해놓고, 문재인 정부의 4.27판문점선언 이행의지 정도도 중간점검을 한번 해보자. 미국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하여 과연 문재인 정부가 정말 4.27판문점선언의 정신대로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도 엄연한 사실이다.
 
웬 “?”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이라 할 수 있는 ‘소득주도성장론’이 죽을 쑤고 있는 동안에도, 남북관계와 관련하여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은 편이니 당연히 그러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불과 1년여 전만 하더라도 한반도 전쟁 운운할 정도로 긴박했으나, 4.27판문점선언을 통해 한반도 정세관리에 성공했으니 그 어찌 그러하지 않을 수 있으랴.

또 이행적인 측면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이러저러한 딴지(?)에도 불구하고, 9월중에는 3차 남북정상회담 예정, 8월 중순부터 시작된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지역 산림병해충 현황’ 공동 점검, 그리고 철도·도로연결사업과 그 외의 다양한 교류협력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좀 부분적으로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한 진단에 100% 동의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고, 착시현상과 실제상황이 잘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속도조절론만으로 문재인 정부를 마냥 편들고,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갈 계제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 첫째에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접근법을 상당히 의심해봐야 하는 상황까지 와있어서 그렇다는 말이다. 
 
이는 그렇게(위와 같이) ‘진행되고 있다’하여 남북관계의 변화가 실질적인 변화, 즉 내용적이고 본질적인 변화가 동반되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  그 답변이 “?”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분명 그 이행에는 적신호가 켜졌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는 것이고,

다시 이는 문재인 정부로의 촛불정부가 들어서면 적어도 남북관계만큼은 대부분 많은 부분이 해결될 줄 알았으나, 해결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데 대한 의아함과 실망감 등의 표출은 물론(속도조절론을 넘어서는), 종북논쟁 재점화 우려, 미국과의 갈등우려에 대한 저자세, 개성공단 및 북 해외종업원 문제 등 전임정부의 국가정책에 대한 안정성과 신뢰도에 대한 ‘과한’ 보호 등에서 분명 분단적폐청산 의지가 상당부분 후퇴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고,

다시 이는 4.27판문점선언 이후 그럴듯하게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북한식 표현대로라면 “거머쥐면 잡히지 않는 비누거품에 불과(<노동신문>, 20170731)”한 것과 같은 현상이 지금의 문재인 정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 의미는 결국 실질적이고도 내용적 변화라기보다는, 변화의 시늉과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그런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는 것과 똑같다는 것이다.

동시에 지금의 문재인 정부가 과연 남북관계를 4.27판문점선언의 정신대로 풀려고 하는가? 하는 그런 의심에 대해 남북문제마저도 한미동맹, 대북제제의 틀 속에서만 풀어가려고 하는 그런 정책들도 실재하는 측면이 있어 그 생각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사안의 성격상 전임정부의 적폐로 규정하고 과감한 해제조치가 필요했던 5.24조치, 연동되어진 천안함 사태에 대한 재조사문제, 나아가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 그리고 가장 최근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등이 그러한 문제들이고,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는 미국의 눈치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한반도 문제의 주인 된 자세로 진도(속도)를 내가야만 하는, 그렇게 그런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하나 문재인 정부는 그러하지 못하고, 그런 문재인 정부를 무조건적으로 두둔만 할 수 없는 상황과 맞닿게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문재인 정부는 비겁해지고 있는 것이다.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되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남북문제를 4.27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해낸 대로, 즉 민족공조와 ‘자주’의 원칙대로 풀어나가려고 하는 그런 자세가 없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고, 했을 때 문재인 정부의 지금 스탠스는 아주 좁게 해석된 한미동맹에 근간한 평화의 관점에서만 풀어가려는 정치(정책)적 노력만 있지, 실제 4.27판문점선언 정신대로 민족공조와 ‘자주’의 원칙에 기초한 통일의 관점에서 남북관계를 풀어가려하는 그런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 그렇게 그 원인이 필연적으로 작용하고 있음도 분명해 보인다.

이의 또 다른 측면이 앞서 잠시 언급하였지만, 남북문제마저도 민족공조, 4.27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자주’의 원칙에서 풀어나가지 못하고, 미국의 눈치를 보는 동맹의 관점, 거기다가 보수․수구세력들의 ‘눈치 보기(제2의 종북논쟁을 두려워한다든지)’, 더 나아간다면 UN의 대북제제 틀 속에서만 남북관계 진전을 한 발짝 한 발짝 떼다보니 그렇게 힘 든다는 것인데, 결국 그러한 피포위 의식이 이 글 두 번째 이유와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다. 
 
  해서 그 둘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남북문제가 평화의 관점과 통일의 관점에서 풀어져야 하는 그런 교집합을 이루고 있는 것도 있겠지만, 남북관계에는 교집합을 이루지 않는다하더라도 추진되어야 할 영역이 있을 수 있다는데 있고, 이 부분에서 상당한 취약점을 문재인 정부가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자면 평화의 관점에서 모색되어지는 남북관계는 ‘한반도 평화’라는 그런 최종목적지에 부합만 하면 된다라고 하는 것이라면, 이는 남북관계 진전보다는 한반도 평화가 우선해야한다는 그런 의미에서 연동되어져 이해되어질 수밖에 없고, 그 프레임에 가령 북 해외종업원 문제(기획탈북)를 대입하여 풀어보려 할 때는 문제해결의 시급성도 없을 뿐더러, 건드리는 순간 정치적 논란만 커질 수 있다는 그런 인식에 갇혀 굳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 들 이유가 없게 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엄청 골치 아픈 문제이니까 말이다.
 
사실이 이러하다면 이 사실로부터 남북관계 문제는 평화의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할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통일의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하는 남북관계도 엄연히 상존하다는 것이고, 그리고 그 관점은 다시 6.15공동선언과 4.27판문점선언에서 확인한 것처럼 민족공조와 ‘자주’의 원칙에 입각한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결론에 도달해야 하는 것이라 했을 때 위와 같은 문제 해결-북 해외종업원 문제해결 등을 통해 공히 남북이 4.27판문점선언 이행력을 보다 신뢰성 있게 담보하고, 그 추동력으로 남북관계를 보다 긍정적으로 전진시켜 나갈 수 있는 그런 문제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게 해준다.

근거도 충분하다. (평화적 관점과 통일적 관점을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위 문제가-북 해외종업원 송환문제는 물론이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문제 등도(이 또한 8월 중순경 개최가 확실시 되었으나 폼페이오 장관 방북이 연기되면서 개소 연기가 확실시 된다) 대북제재와는 전혀 상관도 없는 민족내부의 문제라고 했을 때, 미국의 눈치가 전혀 필요 없는, 즉 4.27판문점선언대로 민족공조, ‘자주’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는 그런 민족내부의 문제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위 문제들은 4.27판문점선언의 정신에 따라 마음만 먹으면 정부적 차원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고, 그런데도 그 문제조차도 미국 눈치 보기, 제2의 종북논쟁, 정부정책의 안정성과 신뢰성 그런 핑계로 해결하려 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런 문재인 정부를 향해 우리는 4.27판문점선언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없는지 그렇게 묻지 않아도 된단 말인가?

다음과 같은 답변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위 문제는 촛불민심과도 결코 양립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첫째는 이 정부의 소임중 하나가 분단적폐, 과거정부와의 단절(그것도 무조건 단절하라는 것이 아니라, 과거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결정에 대해서는 원상회복하라는 그런 것인데도)이라는 것이 그 중 하나라면, 그리고 그러한 의미에서 촛불민심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켜 줬다면, 그 미해결은 곧 촛불민심을 배반하는 것이 되니 반드시 과거정부의 분단적폐는 털고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

둘째는 이러저러한 정황-칸타나 보고관의 결정, 국정원 등의 개입에 따른 기획입국의 정황 등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국가의 공권력이 개입된 범죄행위라고 했을 때, 그 범죄행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지 않는다면 이는 국가의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 방임죄가 적용되게 되어 이 또한 촛불민심과 촛불정부에 부합되지 않는 그런 정부의 행위가 된다.
 
이렇게 위 두 가지 요인만으로도 과거정부의 분단적폐 문제는 해결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충분하다. 그렇지만, 필자는 위  두 가지 해결요인과 함께(그런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이 위에서도 잠시 언급하였듯이 북 해외종업원 문제 등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통일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려고 하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하는 그런 시금석과 같은 바로미터라는 사실에 보다 더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거는 위 첫 번째 이유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가 이걸 해결 안하겠다는 것이고, (정치적으로) 풀어쓰면 평화적 관점에서만의 남북관계 진전은 내올 수 있지만, 민족공조까지는 못나가겠다는 것이고, 그 가늠자에 딱 걸려있는 것 중 하나가 북 해외종업원 송환문제 등과 같다고 볼 수 있어서 그렇다.

좀 더 본질적으로는 그 ‘잘못된’ 인식과 해법의 애초 근원이, 즉 첫 단추가 어디부터 잘못 끼워졌느냐 하는 그런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국정 아젠다를 보면 금방 다 드러난다(이와 관련하여서는 <통일뉴스>, “2018 남북정상회담: 못다 쓴 ‘판문점선언’ 내용 채우기”, 2018-04-30 참조).

그 목표에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가 있는데, 여기서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최종 종착지가 어디에서 멈출지가 이미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동시에 이는 참여정부 때와 똑같이 남북관계의 최종목표가 통일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그런 국정좌표가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촛불민심의 높이, 그 시각에서 남북관계를 풀어가려하기보다는 제2기 참여정부의 시각에서 남북관계 문제를 풀어가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이고, 그런 만큼 우린(시민사회진영은) 그런 문재인 정부를 향해 (비록 낮은 차원이라 하더러도) 촛불정부로 되돌아 올 수 있도록, 또  4.27판문점선언의 정신대로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도록 견인과 비판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짝사랑만 하지 말고 말이다.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이사/현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현 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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