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 머무는 동안 평양도 혹심한 무더위에 시달렸다.

15일 제4차 아리스포츠컵 15살 미만 국제축구대회 개막전 경기가 열린 김일성경기장에서 만난 박혜정(모란봉구역)씨는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평양시민들은 빙수를 많이 먹고 냉면을 즐기면서 여름을 이겨내고 있으며, 문수물놀이장에도 자주 간다"고 평양시민의 여름나기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평양에 머문 동안 짧게 겪어 본 평양의 여름나기를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문수물놀이장

지난 2013년 10월 개·보수를 마치고 김정은 시대를 대표하는 시설로 재개장한 문수물놀이장엔 올해 폭염을 피해 하루 평균 1만2,000여명, 15일 전후해서는 2만여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찾고 있다고 했다.

정문으로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바닷가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서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천연색 조각상이 무척 현실감이 있다. 원산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그대로 옮겨주고자 했던 김 위원장의 구상을 받들어 컬러 조각상 아래 명사십리의 모래를 직접 공수해 깔았다.

입장료는 10유로이고 일곱살까지는 무료라는데 실내, 야외 풀에는 더위를 피해 온 사람들이 말그대로 인산인해이다.

문수물놀이장은 10만9,000㎡의 방대한 부지에 각종 미끄럼틀과 수조가 갖춰진 야외 물놀이장, 종합적인 실내 물놀이장, 문수기능회복원, 실내체육관 등 사계절 물놀이를 즐길수 있도록 시설이 되어 있다.

바로 앞 청류다리를 건너면 닿게 되는 릉라도의 릉라인민유원지, 강건너 모란봉구역의 개선청년공원유희장과 연결되어 평양 한복판의 대단위 문화오락구역으로 형성되고 있다.

실내 수조 9개에 야외 수조 16개, 물미끄럼틀은 24개가 설치되어 있으며 18m의 미끄럼틀은 북에서 최대 규모라고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주 목요일 시설 점검일에는 전체 종업원들이 수영복을 입고 수조와 미끄럼틀을 일일이 다 타보는데 이 18m 미끄럼틀은 두려움이 덜한 젊은 종업원들이 주로 탄다고.

야외 물놀이장에 꾸며져 있는 금강산 모형은 건설장의 박석을 이용해 만들었으며, 지하 물탱크장에서 실시간 흐름식 정제를 하는 위생적인 물은 총 2만m³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능라곱등어관

지난 2012년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에 맞추어 새로 건설한 능라인민유원지에 연건축면적 1만5,000㎡ 규모로 들어선 능라곱등어관에는 1,460석의 지상 관람홀과 물속의 곱등어를 볼 수 있는 지하 관람홀, 늘 바닷물이 흐르는 깊이 6.5m에 체적 3,000㎡, 수천㎡의 공연수조 등이 갖추어져 있다.

곱등어관 설명판의 '병코곱등어'는 학명으로는 Tursiops truncatus, 영문으로는 Bottle-nosed Dolphin 한자로는 해돈(海豚)으로 표기되어 있다. 병코 돌고래, 큰돌고래라고 한다.

공연은 오전 11시, 오후 3시 두 차례 진행하며, 곱등어관 입장은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부터 가능하고 수요일과 목요일 오전에는 공연을 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이날 참관단이 본 공연은 오후 3시 30분 쯤 끝났다. 돌고래가 고난도 점프를 하거나 관객과 스킨십을 하는 동작을 할 때면 관람석에서 아낌없이 박수갈채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옥류관

평양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 중 첫 손가락에 꼽는 게 옥류관 냉면이다. 중구역 창전거리 대동강변에 들어선 대규모 한옥 4동의 위용이 대단하다.

최대 수용인원 1만명,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은 2,000명이라고 한다. 본관 앞 대형 석조 안내문는 김일성 주석이 1958년 8월 23일 옥류관의 터를 잡아주고 이름도 직접 지어주었다는 사연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20여 차례 이곳을 찾아 요리책까지 가져다 주며 평양냉면을 비롯한 옥류관의 음식에 관심을 쏟은 기록을 전한다.  

본관 정문으로 들어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요리는 과학이며 예술입니다. 김정일'이라는 글귀와 함께 젊은 시절 요리사 모자를 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가스레인지 위에 무언가 음식물이 끓고 있는 주방에 서 있는 대형 사진이 걸려 있어 이채로웠다.

냉면에 앞서 나온 수육은 돼지고기인줄 알았더니 칠면조고기라고 한다. 유명한 옥류관 평양냉면에 예상치 못한 다대기가 나와 당황한 식객들이 많은데, 식초와 겨자만 친 냉면 200g을 한 그릇하고 난 후 추가로 다대기를 넣은 냉면 200g을 주문한 이에게 복무원은 "쟁반에 얼굴이 비칠듯이 먹는게 정답"이라며 흐뭇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세월이 변하고 그에 맞춰 음식이 변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슴슴한 평양냉면 맛의 기억을 아쉬워 하는 이가 많다보면 그것 역시 반영이 되겠지 하는 생각이다.

평양단고기집

요즘 이런 이야기를 하면 경을 칠 수 있다는 건 잘 알지만 "오뉴월 단고기 국물(보신탕 국물)은 발등에 떨어져도 약이 된다"는 말이 있다.

애완 또는 반려동물이라는 생각보다는 식용으로 대하는 북에서도 예전에는 '개고기'라고 했던 모양이다. 김일성 주석이 "이렇게 고기의 향이 단데 이제부터는 단고기라고 부르자"고 한 후 단고기라는 이름이 보통명사가 되었다고 한다. 

북측 관계자들은 단고기가 삼복철 대표적인 보양식이며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나와 있는 민족 전통의 음식이라고 하면서 이를 꺼리는 남측의 문화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평양냉면하면 ‘옥류관’을 떠올리듯 단고기하면 떠올리는 곳이 바로 ‘평양 단고기집’이다.

1992년 4월 준공한 통일거리 앞 평양단고기집은 유서 깊은 곳이고 전통을 잘 지키고 있는 집이다. 1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연두빛 한복차림의 종업원들이 이층 난간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갈때는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준다.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배웅해 주던 그 모습을 여기서 다시 보니 가슴이 뜨겁다.

단고기 요리로 제일인 평양단고기집에서는 단고기를 못먹는 손님들을 위해 소육개장도 준비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날 이곳을 찾은 사람들 중 소육개장을 찾은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날 코스는 8개 음식으로 구성됐다. 깍두기와 우엉국물김치, 양념장(개장즙)을 제외하고 단고기 등심찜, 단고기 위볶음, 단고기 갈비찜, 황구신, 조밥에 단고기장이 실제 메인 요리이다.

고추와 상추, 고추, 오이, 양파, '남새합성 양배추말이김치'와 토마토가 밑반찬으로 깔렸고 고기를 찍어 먹을 수 있도록 별도의 장이 놓였다.

7~8개월된 단고기 재료를 가마에 넣고 살이 흐물흐물해 질때까지 삶아서인지 젓가락을 갖다 대기만 해도 살이 찢어질 정도로 부드럽고 잡내가 없으며 입에서 녹았다. 조밥과 함께 먹는 단고기장은 아주 뜨거우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평양단고기집에서 가능한 단고기 요리는 70가지로 알려졌는데, 한 마리 전체를 서비스하기도 한다고 한다.

종합봉사선 무지개호

지난 2015년 10월부터 운항을 시작한 배수량 3,500톤급의 유람선 '무지개'호. 김일성광장이 대동강과 만나는 지점 부근에 정박해 있다가 옥류교와 대동교 사이를 하루 한 차례 이상 운항하면서 식사와 차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종합봉사선이다.

건너편으로 주체사상탑을 비추는 밝은 조명위로 붉은 탑신이 보이고 뒷편으로 서있는 '일심', '단결' 구호가 여기는 평양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대동강 야경은 더할 나위 없는데, 강바람이 무더위에 눌려 당췌 시원하질 않다.

(수정-28일 0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