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금강호텔에 묵은 일부 남측 가족들이 개별상봉을 위해 미리 금강산호텔로 이동했다.[사진-공동취재단]

‘8.15 계기 이산가족상봉 2차 행사’ 둘째 날인 25일, 남북 가족들은 개별상봉과 단체상봉을 진행했다. 

이른 새벽 금강산 수정봉에는 무지개가 떴다. 해가 뜨면서 안개가 걷히고 맑아졌다. 바람도 적당히 불어 이산가족들이 “가을 날씨네” 할 정도로 날씨가 좋아졌다. 

오전 남측 가족들의 숙소인 금강산호텔에 북측 가족들이 찾아와 개별상봉을 했다. 외금강호텔에 묵고 있는 일부 남측 가족들은 미리 금강산호텔로 이동해 북측 가족들을 기다렸다. 로비에는 백두산 들쭉술과 평양주 등이 든 84개의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 북측 보장성원은 “(1차 때와) 똑 같다”고 귀띔했다. 

▲ 북측 당국이 일괄 준비한 선물. 백두산 들쭉술 등이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9시55분 북측 가족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북측 보장성원들은 가족들 손에 쇼핑백을 쥐어줬다. 남측 대한적십자사 직원들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일렬로 서서 북측 가족들이 들어올 때마다 박수로 맞았다. 

북측 가족들은 당국이 일괄 준비한 선물 외에 별도 선물을 들고 걸어왔다. 리숙희(90) 씨의 아들 김영길(53) 씨는 개성고려인삼제품 1상자와 가족사진 액자 등을 들고 입장했다. “기쁘다”는 소감을 토로한 그는 “한번이 아니고 북남이 모여사는 영원한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우기복(86) 할머니는 휠체어에 타가 미끄러져 넘어질 뻔 했다. 북측 보장성원들과 남측 진행요원들이 달려가 급하게 부축해서 다치지 않았다. 

북측에서 온 할머니들은 주로 한복을 입었고, 할아버지들 상당수는 중절모를 썼다. 

북측 언니 봉렬(85) 씨를 만나는 박춘자(77) 씨는 “어제 들어보니까 언니가 평양에서 산대요. 잘 산다고 하니까 마음이 놓이고 편안해”라고 말했다. “그래도 데려가서 하룻밤 같이 자고 싶어. 어제 보니까 들어오자마자 꼭 안아줬지.”

▲ 문밖에서 기다리던 남측 가족들이 북측 가족들을 만나 손을 잡고 함께 객실로 들어갔다. [사진-공동취재단]
▲ 북측 량길수(86) 씨 가족들이 개별상봉의 기쁨을 만끽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측 형 김인영(목원희에서 개명, 86) 씨를 만나는 목원선(85) 씨는 “형이 7년간 군복무하고 제대했는데 북한에서 혈혈단신 혼자고 앞길이 막막하다보니 (...) 그래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형은 이후 북한에서 교원을 하다가 은퇴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1992년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방북했다가 옥고를 치른 송유진(75) 씨는 북측 동생 유철 씨로부터 전날 어머니가 돌아가신 연유를 들었다. 북측 당국은 평양에 살던 어머니에게 고향인개성에 아파트를 제공했다. 어머니는 고향으로 이사가는 게 너무 기쁘고 새 아파트를 받은 데 감격한 나머지 쓰러졌다고. 송 씨가 방북한지 1년 만이었다. 동생 유철 씨는 김책공대를 수석으로 졸업하여 김책기술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하고 현재 고문을 맡고 있다.

복도에 나와 기다리던 남측 가족들은 북측 가족들을 만나 포옹하거나 손을 잡고 객실로 함께 들어갔다. 휠체어를 탄 할머니와 동반가족들을 만난 한 남측 가족은 “아이 이모님”이라고 반겼다. 북측 지옥순(76) 씨는 남측 증손자 지이산(8) 군을 안아준 뒤 객실로 들어갔다. 

▲ 화사한 한복 차림의 북측 봉사원들이 곽밥을 배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전 11시 40분께 화사한 한복 차림의 북측 봉사원들이 객실로 곽밥(도시락)을 배달했다. 남측이 주최한 전날 환영만찬에는 남측이 음식을 제공했으나, 이날 개별상봉 도시락은 북측이 제공했다.      

북측 가족들이 객실을 나오자 복도에 있던 봉사원들이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 “천천히 내려가십시오”라고 말을 건넸다. 남측 가족들은 문밖으로 나와 북측 가족의 손을 꼭잡거나 얼굴을 어루만지며 아쉬움을 달랬다. 

전날 태어나 처음으로 북측 아버지 조덕용(88) 씨를 만난 정기 씨는 한층 밝은 표정으로 “어제 만나서 어머니 한 풀어드리고 식사하면서 아버지랑 좀 풀고. 오늘은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덕용 씨는 며느리 박분희 씨에게 “다가오는 추석에 어머님 제사상에 내 대신 술 한잔 따라드리라”고 했다고.

북측 언니 정옥(85) 씨를 만난 김정자(83) 씨는 “(어제는) 언니가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을 못하더라. 근데 보는 사람도 없고 하니까 오늘은 좀 기억을 더듬어보고 얘기도 많이 하더라”고 전했다.

오후에는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두 번째 단체상봉이 진행됐다. 

▲ 남측 김규연 양이 북측 큰 할아버지 용수 씨에게 쓴 편지. [사진-공동취재단]

상봉 직전 로비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인선(53) 씨는 오전 개별상봉 때 조카 손녀 김규연 양의 손편지를 읽은 북측 김용수(84) 씨가 많이 울었다고 전했다. 중학교 3학년인 규연 양은 “저번에 (큰) 할아버지의 사진을 봤는데 저희 할아버지와 너무 닮으셔서 신기했어요!”라며, “어서 남북이 통일이 되어 할아버지 얼굴을 뵐 수 있는 날이 오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북측 동생 시연(79) 씨를 만나러 금강산에 온 최시옥(87) 할머니가 지병으로 인해 상봉 참여를 중단하고 강릉 아산병원으로 후송됐다. 가족 1명과 의료진 3명이 구급차에 동승했으며 북측은 통행절차를 거의 생략하고 신속한 후송을 위해 협조했다.

최시옥 씨는 평소 심부정맥 탓에 항혈전제를 투여하고 있다. 24일 오전부터 왼쪽 팔과 다리에 멍 자국이 나타났다. 항혈전제 부작용 증상이다. 25일에도 멍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왼쪽 팔과 다리가 부었다. 의료지원단으로 금강산에 온 서울적십자병원 신동규 외과과장은 “진찰 결과 바이탈 등이 정상적이라 의학적 소견으로는 큰 문제 없으나 당사자가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고 (증상 악화 때) 금강산 현지에서 긴급 대응이 어려워 안전조처 차원에서 강릉아산병원으로 후송조처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강산에 머무는 남측 가족은 324명으로 줄었다.    

▲ 24일 저녁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환영만찬 광경.[사진-공동취재단]
▲ 남측이 주최한 만찬이라 남측 음식과 술이 나왔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가족들은 단체상봉 후 온정각에서 개별적으로 저녁을 먹은 뒤 잠자리에 들 예정이다. 26일에는 ‘작별상봉’에 이어 함께 점심을 먹은 뒤 버스에 올라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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