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이산상봉에 참여하는 남측 최고령자 강정옥 할머니. [사진-공동취재단]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2차 상봉단이 23일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 도착했다. 북측의 상봉 신청에 응한 남측 81가족 326명이다. 

83가족 총 337명이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건강 문제로 두 가족이 불참함에 따라 81가족이 됐다. 동행자들 중에서도 건강 문제로 포기하는 이들이 나타나면서 전체 상봉단도 326명으로 줄었다. 

남측 상봉단의 최고령자는 제주도에서 온 강정옥 할머니다. 100세. 북측 강정화(여, 85세) 씨가 찾은 언니다.  강순여(82), 김옥순(89), 조영자(65)씨가 동행했다. 휠체어에 탄 강 할머니는 차 멀미로 인해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딸 영자 씨는 “아주 정정하다”고 건강 우려를 불식시켰다. “태풍도 있고 걱정돼서 엊그제 비행기 타고 제주도에서 서울 미리 와서 하룻밤 자고 오늘 왔는데 멀미 때문에 지금 좀 그런 거지 정신도 멀쩡하시고 아주 정정하신 편이다. 어머님이 연락받고 꼭 가야된다고 계속 그러시더라.”

동생 순여 씨는 “다행히도 이번에는 우리 형님(강정화)이 신청해온 것”이라고 했다. “언니랑은 6.25 전쟁 나면서 연락 끊겨. 우리 언니가 17살에 제주도 고향을 떠나서 지금 87살이거든 원체 나이는. 그러니까 70년 만에.” 

“살아서 만나서 기쁘다. 그것 밖에 말 할 수가 있어?”라던 순여 씨는 “17살에 떠나 옛 모습 하나도 없지. 참말로 예뻤어요. 얼마나 예뻤다고”라고 기억을 되살렸다. “떨려서 만나면 뭐라고 할지 준비가 안돼요. 뭐라고 말해요. 만나서 조금 시간 있으면 살아줘서 고맙고. 신청해서 우리도 이렇게 만나서 그렇게밖에 말할 수가 더 있어요.” 

북측 전기석(남 82) 씨를 만나는 형님 전행석(91) 씨는 8남매 중 둘만 남았다고 알렸다. 그는 “할 수 있는 말은 많지”라면서도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북측 삼촌과의 상봉을 앞둔 행석 씨의 아들 전민근(57)씨는 “내일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태풍이 오면 미뤄질 수 있다는데 순서대로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북측 조카 안세민(여 80) 씨를 만나는 남측 안경숙(89) 할머니는 낮 12시께 구급차편으로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했다. 구급차에서 내린 뒤 휠체어를 타고 이동했다. 동행한 외손자에 따르면, 허리 디스크 때문에 구급차를 이용했다고. 거동이 심하게 불편해 보이지는 않았다. 

▲ 이산가족들이 입장할 때마다 대한적십자사 직원들이 인사와 박수로 맞이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첫날 방북교육하는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 [사진-공동취재단]

2차 상봉단 규모가 1차 때에 비해 100여명 이상 늘어나면서 한화리조트 로비에 설치된 접수 데스크도 14개로 늘었다. 로비 입구에서는 대한적십자사(회장 박경서) 관계자 10여명이 이산가족들이 입장할 때마다 “환영합니다”는 인사와 함께 박수로 맞이했다. 

접수를 마친 상봉단은 방북 교육을 받았다. 

한화콘도 1층 로비에 마련된 ‘이산가족 사진 촬영 및 기념액자 증정’ 코너가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KT 이영호 VR서비스팀장은 “1차 상봉단은 70가족이 찍었고, 이번에는 그보다 더 많이 찍을 것 같다”고 했다. 오후 3시 현재, 이미 50가족이 찍었다.  

권오륭 KT IM사업담당 상무보는 “처음에는 ‘목소리가 녹음돼있는 사진 액자’ 로 하려고 했는데, 정부에서 녹음은 ‘안 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액자 뒤에 녹음 칩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제재 때문인지, 전자제품이라 좀 더 일찍 허가를 받았어야 했다고 하더라”면서 “조명균 장관이 1차 상봉 때 여기 행사장에 와서 그 이야기를 듣더니 ‘다음에는 꼭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2차 상봉단은 24일 아침 버스에 올라 금강산으로 들어간다. 온정각 서관에서 개별적으로 점심을 먹은 뒤 오후 3시 면회소에서 첫 단체 상봉을 하고 오후 7시 남측 주최 환영만찬에 참석한다. 26일 속초로 귀환할 예정이다. 

태풍 ‘솔릭’이 24일 오전 금강산을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통일부는 “현재는 예정대로 우리측 이산가족들이 내일 아침 북측 금강산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향후 계속 태풍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신속하게 북측과 협의하여 일정이 조정될 수 있는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방 인력도 16명으로 늘었다. ‘금강산 임시센터장’인 윤종진 소방령은 “상봉가족들이 고령이시다보니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고 크게 놀라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유사시에 대비해 구급대원들이 대기하게 된다. 또 진압대원들은 노후화된 건물 관리, 혹시 있을지 모르는 화재, 특히 태풍 등에 대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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