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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통일한 것 같다” 축구를 통일로 만든 시민들<기고> 통일축구 서포터즈 2박 3일 활동을 돌아보며
이하나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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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15  22: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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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서 북한 선수들을 보니까, 오늘 통일한 것 같아요.”

지난 11일,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통일축구 서포터즈’로 참가한 한 시민의 소감이다. 통일축구를 빛낸 것은 노동자들, 그리고 통일축구 서포터즈로 대변되는 시민들이었다. 이들은 축구 경기를 ‘통일’의 현장으로 만들었다.

   
▲ 북측대표단을 환영하는 통일축구 서포터즈의 모습.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통일조국’ 박자도 어색하지만 열정적이었던 응원

통일축구 서포터즈는 대부분 응원경험이 없는 일반 시민들이었다. 지하철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 서울시 홈페이지 공지를 보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10대부터 80대까지, 초등학생부터 몸이 불편하신 분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서포터즈에 참여했다.

이들에게는 ‘우리는 하나다’, ‘통일조국’이라는 박수 구호도 어색했고 ‘반갑습니다’, ‘우리는 하나’ 노래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때론 박자가 틀리고 때론 피켓을 거꾸로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서포터즈들은 열렬한 응원을 펼쳤다. 경기 내내 큰 깃발을 손에서 놓지 않고 흔드는 할아버지도 있었고, 땀이 송글송글 맺히면서도 자리를 지키던 초등학생들도 있었다.

더위와 싸우다보니 쉽지 않은 응원이었지만, 열정적인 에피소드들도 있다. 한 서포터즈의 말이다.

“가족단위 참여가 많다보니 어린아이들도 있었는데, 경기 중 한 아이가 엄마에게 너무 덥고 몸이 끈적거린다고 칭얼거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내심 ‘이 가족은 이제 집에 가겠구나’ 싶었는데, 아이 엄마가 ‘그래? 그럼 화장실에서 물수건으로 닦아줄게’라며 아이를 달래고는 화장실을 갔다 다시 돌아오는 게 아닌가. 그냥 돌아 갈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런 열정에 감동받았다.”

   
▲ ‘판문점 선언 이행’ 피켓을 드는 통일축구 서포터즈 응원모습.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통일축구서포터즈에는 어린 아이, 학생들도 많이 참여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뜨거운 한낮부터 연습을 시작했고 응원도구를 제외하고는 밥 한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 어떤 의무나 책임감이 강제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어느 응원단 못지않게 활동했다.

“작년 강릉 아이스하키대회, 올해 평창올림픽 등 많은 응원을 해봤고 그때마다 언론과 많은 인터뷰도 가졌다. 그런데 이번 축구대회에서는 앞에서 응원을 지휘하는 나보다 시민들에게 더 많은 관심이 쏠리더라. 응원 리더보다 응원에 참여한 시민들이 더 주목받은 응원이어서 더 뿌듯했다.” - 통일축구 서포터즈 응원리더 신상현(서울겨레하나 조직기획팀장)

통일역사 한 장면을 쓰다 ‘우리는 하나’ 카드섹션

통일축구 서포터즈는 대회를 준비하며 카드섹션도 준비했다. 경기장 한 켠에 붉게 새겨진 ‘우리는 하나’는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 어울리는 근사한 배경이 되었고, 공중 드론에서도 선명히 보일정도의 크기를 자랑했다. 이번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카드섹션 준비가 쉽지는 않았다.

“다들 안 될 거라고 말했다. 글씨 모양은 어떻게 만들거냐, 그 종이는 누가 다 붙이냐, 노동자들이 정말 종이를 박자에 맞춰 들 수 있겠냐 등등 걱정들이 한 가득이었다. 경기 시작전까지 모두가 불안해했다.”

카드섹션을 성공시키기 위해 서포터즈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경기 좌석수를 일일이 세 표로 만들고, 좌석의 크기에 맞춰 대형 포스터를 7,000장 주문했다. 종이에는 카드섹션에 동참해 멋진 역사를 만들자는 호소의 글을 인쇄했다.

좌석에 종이를 붙이는 방법을 정하기 위해 현장 답사를 가고 몇 차례 시뮬레이션을 했다. 경기 당일 새벽부터 대학생 30여명이 모여 손으로 하나하나 글씨를 만들었다. 자원봉사자들은 타이밍에 맞춰 대형 단일기를 내리는 연습을 하고 마냥 ‘시작’ 사인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신호와 함께 노동자들이 앉아있던 좌석에서 ‘우리는 하나’ 글씨가 솟아올랐다.

   
▲ 대학생들이 직접 종이를 붙여가며 카드섹션 글자를 만드는 모습.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경기장에 펼쳐진 ‘우리는 하나’ 카드섹션 밑그림.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대형 단일기와 함께, 노동자들이 만든 ‘우리는 하나’ 카드섹션이 완성되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드론으로 촬영에서도 '우리는 하나' 카드섹션이 선명하게 잡혔다. [사진 - 통일뉴스 박창술 객원사진전문기자]

“다들 안 된다고 하니 더 성공시키고 싶었다. 노동자들의 손으로 ‘우리는 하나’를 완성시키켜, 뿌듯함과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 서울에서 열린 통일축구대회, 우리가 이거 하나만큼은 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성공하는 걸 보면서 나 스스로도 자신감이 생겼다.” - 통일축구 서포터즈 단장 권순영(서울겨레하나 운영위원장)

정성으로 맞이한 북측 대표단

서포터즈는 북측대표단 환영, 환송 등 다양한 행사에도 참여했다. 8월 10일 대표단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는 꽃다발을 선물하며 단일기 카드에 환영의 메세지를 손글씨로 써서 준비했다.

   
▲ 북측 대표단을 환영하기 위한 꽃다발. 단일기 카드에 직접 손글씨를 썼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북측 대표단에게 전달할 간식도 일일이 직접 포장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11일 경기장 북측대표단에 전달할 간식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정성을 모았다. 적절한 상자와 과일그릇을 찾기 위해 방산시장을 찾고, 종이 상자를 밤새 접어 만들고, 음료수와 과자를 고르는 것만도 꼬박 하루가 걸렸다.

“서울에 온 북측 대표단이 우리가 포장한 간식을 직접 받아본다고 생각하니 정성을 쏟지 않을 수 없었다. 음료 하나를 고를 때도 이온음료가 좋을지 주스로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차 종류 중에 골랐다. 그 차를 북측 대표단이 맛있게 드셨다는 이야기를 드셨을 때 정말 뿌듯했다.” 간식 자원봉사에 참여한 신민시, 류지연 서울겨레하나 회원의 말이다.

통일축구 서포터즈는 매일매일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북측대표단을 환영하는 우리 마음이 잘 전해질까?”

“응원석 앞에 서 있다보니 북측 대표단과 마주해 서게 됐다. 날이 정말 끔찍히 더웠지만, 표정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가 얼마나 환영하는지 표정으로라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던 응원리더 강혜진(서울겨레하나 홍보팀장)씨의 소감이다.

등번호 427 티셔츠를 선물하고, 사인 축구공을 선물받다

서포터즈는 특별한 응원도구도 준비했다. 등번호 427에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건설로동자팀, 경공업로동자팀 선수들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다. 경기가 시작할 때 다 같이 선수들 이름을 외치고 티셔츠를 흔들며 ‘열성 팬’임을 자랑했고, 선수들을 환송하며 티셔츠를 선물로 전달했다.

그리고 북측선수단으로부터 사인이 담긴 축구공도 선물받았다. 경기가 끝나고 남북 선수들이 축구공을 관중석으로 던져주는데, 축구공이 서포터즈 응원석 가운데 서 있던 권순영 단장에게 떨어졌다. 기막힌 우연이었다. 남북이 함께 차고 던진 이 역사적인 축구공에는 “다시 만납시다” “4.27판문점선언 이행” “통일은 우리 민족끼리” 북측 선수들의 사인이 새겨졌다.

   
▲ 등번호 427과 함께 선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를 만들어 응원하고, 선물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북측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축구공.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응원하다가 눈물 흘린 사람들, 판문점선언 시대 통일운동의 주인공

통일축구 서포터즈 활동을 마친 권순영 단장은 이렇게 소회를 전했다.

“정말 통일이 별게 아니었다. 북측 선수들을 내 눈앞에서 보는 것, 그들의 이름도 부를 수 있고 마음껏 응원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남북 선수들이 끌어안는 모습을 보며 시민들은 ‘이게 통일이구나’라고 느끼더라. 시민들이 단지 북한에 호기심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들도 통일에 기여하고, 판문점 선언 이행에 힘을 보태고 싶어한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참여의 장을 여는 것이 결국 통일운동의 임무가 아닐까. 통일축구 서포터즈 시민들을 보며, 이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통일운동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가 생겼다.”

경기를 마친 11일 저녁, 서포터즈에 참여한 시민분에게 문자와 사진이 도착했다.

“진행하시는 모든 선생님 고생 많으셨어요.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 추억을 남겼습니다. 통일이 빨리 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응원과 노래 부르면서 눈물을 흘렸네요.”

   
▲ 경기 내내 단일기를 펄럭였던 통일축구 서포터즈.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늦은 시간까지 경기장을 지켰던 통일축구 서포터즈.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판문점 선언 시대의 주인공이 시민들임을 확인한 통일축구 서포터즈.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판문점선언 이후 첫 민간교류,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끝났다. 서울을 찾은 북측대표단과 노동자들은 밝게 웃으며 돌아갔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소중한 만남과 경험이 자산으로 남았다. 무엇보다 판문점선언 시대의 주인공, 시민들의 열정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이제 통일축구 서포터즈는 “오늘 벌써 통일한 것 같다”고 느끼는 시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판문점선언 시대의 통일운동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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