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73돌을 맞은 평양은 34도의 고온이 지속되고 전날 내린 비로 습한 날씨가 겹쳐 아침엔 뿌연 안개로 시작해 종일 후덥지근한 날씨이다.
이른바 꺾어지는 정주년이 아니어서 올해 8.15는 대규모 국가행사가 생략되고 직총, 청년동맹, 여맹 등 근로단체들이 주관하는 문화행사들이 주로 열리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내 거리마다 공화국기와 '항일대전의 승리 만세-조국해방 경축', '항일혁명투쟁의 위대한 승리-8.15경축', '수령님 찾아주신 주체의 새조국' 등 경축 구호가 내걸렸다.
휴일을 맞아 김일성광장과 김일성경기장 등 넓은 빈터에는 희고 밝은 상의와 곤색 및 검정색의 바지와 치마에 붉은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모자를 쓴 소년단, 학생들이 오는 9월 9일 '공화국창건' 70주년을 맞아 공연할 대집단체조 '빛나는 내조국' 연습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날 모란봉 기슭 아래 김일성경기장에서는 4만 이상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제4차 아리스포츠컵 15살 미만 국제축구대회 개막전인 북측 4.25팀과 남측 강원도팀의 경기가 시작됐다. 개막전에 앞서 하나은행 선발 여자축구팀과 4.25여자축구팀의 친선경기도 처음으로 열렸다.
친선경기가 열리는 오전 9시부터 경기장에 줄을 이어 들어선 학생들은 1시간쯤 지난 10시무렵부터는 6만 관람석의 대부분을 빈자리없이 채웠으며, 경기내내 금빛 응원도구를 들고 '잘한다, 잘한다. 이겨라, 이겨라'를 외치며 경기장이 떠들석하게 남북 선수들을 한팀처럼 응원했다.
특히 4.25팀과 강원도팀의 개막경기가 끝난 후 남북 선수들이 함께 어깨를 걸고 운동장을 한바퀴 도는 동안 관중들은 장내에 울리는 '반갑습니다', '우리는 하나' 반주에 맞추어 합창을 하면서 선수들을 격려했다.
사실상의 결승전이라고 평가될만큼 전력이 우수한 4.25팀과 강원도 선발팀의 경기 결과는 4.25팀의 4:1 승리. 앞서 열린 친선경기에서도 4.25여자축구팀이 하나은행 선발팀을 1:0으로 이겨 최강팀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평양시민 "문재인 대통령이 9월 평양에 오는 날 또 마중하러 나가겠다"
한편, 경기장에서 만난 림현철(41살, 평천구역)씨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운동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제일 좋아하는 운동이 축구이다. 국가적 명절인 8.15 73돌을 맞아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는 남북 유소년 축구대회를 관람하러 왔다"고 말했다.
평양시 인민위원회에서 복무원으로 일하는 림씨는 "9월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그간의 부진을 털고 더 실질적인 조치가 취해져서 우리 민족이 번영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면서 "북남관계 개선과 조선반도 통일을 바라는 것은 북과 남 우리 민족 모두의 희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낙랑구역의 초급중학교 교원이라고 자신을 밝힌 최일용씨는 "북과 남이 힘을 합쳐서 국제 경기에 나서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다 형제 아니냐. 북과 남을 함께 응원하겠다"고 경기관람 소감을 밝혔다.
이번 8.15에는 "개별적으로 만수대언덕을 찾아 (김일성·김정일 대동상에) 인사드리고 국가적 명절인만큼 가족단위로 휴식을 취한다"고 평양의 8.15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9월 정상회담에서는 판문점선언을 잘 이행해서 풍요로운 가을을 맞이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앙예술선동사에 사무원으로 일하는 박혜정(모란봉구역)씨는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평양시민들이 빙수를 많이 먹고 냉면을 즐기면서 여름을 이겨내고 있으며, 문수물놀이장에도 자주 간다"고 소개했다. 최근들어 평양에서는 강아지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다고도 했다.
양각도호텔 1층 서점에서 근무하는 김혜영(46살, 평천구역)씨는 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방북시 4.25문화회관 앞 룡흥거리에 환영하러 나갔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9월 평양에 오는 날 또 마중하러 나가겠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추가-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