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오후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동산 모란묘역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첫 번째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가 아물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첫 번째 기념식에 참석해 “우리는 내일 광복 73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이미 고령이 되신 피해자 할머니들께는 여전히 광복은 오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8월 14일은 고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공개증언에 나선 날로, 제6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자 우리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첫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문 대통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동산 모란묘역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 “27년 전 오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학순 할머니가 생존자 중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했다”며 “그로부터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할머니들의 당당하고 용기 있는 행동이 이어졌다. 그 용기가 이 뜻깊은 자리를 만들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할머니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 광복 후에도 멈추지 않은 모질고 긴 세월을 딛고 서셨다”며 “우리 앞에 놓인 역사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할머니들의 안식과 명복을 빈다”고 기렸다.

▲ 문재인 대통령이 김경애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 청와대]

문 대통령은 “할머니들께서 잃어버린 세월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세월”이라며 “대한민국은 할머니들께 많은 것을 빚졌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고 “침묵의 벽을 뚫고 나온 할머니들은 거리에서, 강연장에서, 법정에서, 한국에서, 일본에서, 또 세계 각국에서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호소했다”고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나는 이 문제가 한일 간의 외교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양국 간의 외교적 해법으로 해결될 문제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자신과 일본을 포함한 전세계가 전체 여성들의 성폭력과 인권문제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성과 교훈으로 삼을 때 비로소 해결될 문제”라고 제시했다.

“우리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오늘 첫 국가기념식을 갖는 취지가 여기에 있다”는 것.

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양국 간의 역사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전시 여성 성폭력의 문제, 인류 보편적 여성 인권의 문제”라며 “이제 우리는 아픈 상처를 넘어 세계 여성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 진실을 외면한 역사를 바로잡고 정의를 세우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피해자 할머니들과 지속적인 소통에 성의를 다할 것이다. 피해자 중심 문제 해결이라는 국제사회의 인권규범에 따라, 할머니들을 문제해결의 주체로 존중하겠다”고 약속하고 “기록의 발굴부터 보존과 확산, 연구지원, 교육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곽예남, 김경애 할머니와 시민단체, 일반시민 및 청소년 400여명이 참석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주인공 이용수 할머니와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 - 청와대]

추모비 제막식에 이어 진행된 기념식은 고 김학순 할머니 증언 영상으로 시작돼 배우 손속 씨의 헌시 낭독, 뮤지컬배우 장은아 씨의 기림공연 ‘가시리’, 국민의례, 이용수 할머니 말씀, 대통령 기념사, 천안 평화나비 시민연대 청소년 합창단의 ‘고향의 봄’ 합창 순으로 진행됐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 기념사(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가족,
그리고 관계자 여러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습니다.
오늘이 그 첫 번째 기념식입니다.

27년 전 오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故 김학순 할머니가
생존자 중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했습니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할머니들의 당당하고 용기 있는 행동이 이어졌습니다.
그 용기가 이 뜻깊은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먼저, 이곳 국립망향의 동산에 잠들어 계신
할머니들의 영전에 깊이 고개 숙입니다.
할머니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
광복 후에도 멈추지 않은 모질고 긴 세월을
딛고 서셨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역사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할머니들의 안식과 명복을 빕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할머니들께서 잃어버린 세월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세월입니다.
대한민국은 할머니들께 많은 것을 빚졌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광복 후에도
오랜 세월 은폐되고 부정되었습니다.
할머니들은 가족들에게도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한 채 고통을 안으로 삼키며 살아야했습니다.
국가조차 그들을 외면하고,
따뜻하게 품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복원해 낸 것은 국가가 아니라
할머니들 자신이었습니다.
침묵의 벽을 뚫고 나온 할머니들은
거리에서, 강연장에서, 법정에서,
한국에서, 일본에서, 또 세계 각국에서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호소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연대의 폭이 크게 확장되었고,
아시아 다른 나라의 피해자들에게도 용기를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쟁 중의 여성인권과 성폭력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논의를 크게 진전시켰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양국 간의 역사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전시 여성 성폭력의 문제,
인류 보편적 여성 인권의 문제입니다.

유엔의 모든 인권기구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거의 매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결의가 채택되고
권고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자신들의 명예회복 요구에 머무르지 않고
나비기금을 통해 전시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파봤기에 그 사람들이 얼마나 아픈지 압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울림이 너무도 큽니다.
할머니들은 자신의 고통과 아픔을 승화시켜
이 순간에도 인권과 평화를 실천하고 계십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내일 광복 73주년을 맞습니다.
하지만 이미 고령이 되신 피해자 할머니들께는
여전히 광복은 오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가 아물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피해자 할머니들과 지속적인 소통에
성의를 다할 것입니다.
피해자 중심 문제 해결이라는
국제사회의 인권규범에 따라,
할머니들을 문제해결의 주체로 존중하겠습니다.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한 기념사업도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습니다.

피해자들의 증언과 시민사회, 학계의 노력으로
진실의 뼈대는 드러났지만, 아직 길이 멉니다.
기록의 발굴부터 보존과 확산, 연구지원, 교육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아픈 상처를 넘어
세계 여성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실천해야 합니다.
진실을 외면한 역사를 바로잡고 정의를 세우는 것이
우리의 할 일입니다.

저는 이 문제가 한일 간의 외교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랍니다.
양국 간의 외교적 해법으로 해결될 문제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자신과 일본을 포함한 전세계가
전체 여성들의 성폭력과 인권문제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성과 교훈으로 삼을 때
비로소 해결될 문제입니다.

우리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오늘 첫 국가기념식을 갖는 취지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념식을 통해 국민들께서
피해자의 고통과 목소리를 깊이 공감하게 되셨기를 바랍니다.
생존 할머니들께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우리와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8월 14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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