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형 /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1. 들어가며

올해 2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시작된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이  4월 27일의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그리고 6월 12일의 북미정상회담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선순환 과정을 통해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천명했고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도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통해 새로운 북미관계 발전과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평화와 번영, 안전을 추동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성공적인 이행은 한반도에서 냉전체제를 종식하고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북미간의 전쟁위협 등 한반도를 둘러싼 작년의 험악했던 정세와 비교해 볼 때 상전벽해와도 같은 이와 같은 역사적 합의의 배경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노력,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비핵화를 약속한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위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수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로도 남북화해와 북미교류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를 위한 노력은 이제 첫걸음을 내딛었을 뿐이며 앞으로도 극복해야 할 많은 어려움들이 남아 있다. 이 글은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이러한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을 간략히 평가하고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면서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전망하고자 한다.

2. 4.27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의 역사적 의미

판문점 선언은 총 3항 13조로 구성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선언문에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고 “냉전의 산물인 오랜 분단과 대결을 하루 빨리 종식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과감하게 열어나가며 남북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담았다.

이를 위해 남과 북은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을 추구하고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했으며 기존의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정부차원과 민간차원 모두에서 대화와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이를 위해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며 상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이 활성화되는 데 필요한 군사적 보장대책을 취하기로 했다.

한편,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이를 위해 불가침 합의를 엄격히 준수하고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며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ㆍ북ㆍ미 3자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4자회담 개최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약속했다.

4.27 판문점 선언은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에 처음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역사적 선언으로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 이후 다시 한 번 남북정상이 합의한 선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판문점 선언은 정식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에 양 정상이 합의했으며, 한반도에서 평화의 시대를 열기 위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합의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또한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달성을 위한 대략적인 시간표와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판문점 선언이 역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마중물이 되었고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판문점 선언이 언급되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작지 않다.

3. 6.12 북미정상회담과 싱가포르공동성명의 역사적 의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총 4개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공동성명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에서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문제들에 대하여 논의했으며 미국은 북한에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이를 위해 두 나라는 새로운 관계를 수립해나가고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 북한은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하고 전쟁포로 및 행방불명자들의 유골발굴과 송환을 약속했다.

미국과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약 70 년 가까이 정치적으로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으로 인해 두 나라가 서로를 대화와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새로운 관계수립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큰 의의를 가진다.

또한 양국 정상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해 군사력 사용이나 무력충돌 등의 방법을 지양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대화하며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북미정상회담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모두 중국, 일본, 러시아를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의 이해와 협조아래서 진행되어 왔다는 점도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해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4. 6.12북미정상회담 이후 현재까지의 북미관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 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진정성, 그리고 북미관계 개선가능성에 대한 이슈를 둘러싸고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었다. 이러한 부정적인 여론은 주로 민주당, 진보적 정치사회단체, 주류언론, 군산복합체의 지원을 받는 씽크탱크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었다.

이들은 미국정치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반트럼프 정서로 인해 북미정상회담의 의미와 성과를 깎아내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북한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으며 북한은 신뢰할 수 없는 대화상대라고 주장하고, 북한이 협상 중에도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들의 궁극적 목표는 민주당 같은 경우 당파적 이해관계라는 측면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미국의 오랜 외교적 목표를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달성해서 정치적 업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데 있거나, 군산복합체 같은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냉전체제와 이로 인한 군사적 긴장을 유지하면서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지속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미관계에 대한 오해나 의도적 왜곡에 기반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주장으로 미국은 북한에게 많은 양보를 했는데 북한은 양보를 한 것이 거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살펴보자. 지금까지 미국이 북한에게 성의있는 자세나 정책변화를 보여준 것은 6.12 북미정상회담과 한미연례 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결정들도 그 의미가 작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 또한 평창올림픽 참가, 남북정상회담, 세 명의 미국시민 석방, 핵시험과 미사일 시험 중단,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폐기, 미군유해송환 등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많은 양보와 정책변화를 보여주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달성 때까지 북한에 대한 제재완화를 반대하면서 대북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1년 더 연장하고 북한인권법을 2022년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 후 북미협상 진행과정이 어려움을 겪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에 대한 회의적 또는 부정적 여론이 더욱 증가했다. 그러나 한 마디로 말하자면 싱가포르 공동성명 후 북미협상이 얼마간 지지부진했던 데에는 북한보다 미국의 책임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종전선언을 둘러싼 북미간의 이견차이다.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미국으로부터의 체제보장과 북미관계의 개선을 요구해 왔는데 그 중에서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올해 안 종전선언을 제시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 당시 미국은 북한에게 CVID에 가까운 비핵화 (FFVD)와 핵신고 검증리스트, 구체적인 비핵화 시간표 제시 등을 요구하면서 북한이 그에 상응하는 조치로 요구했던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서는 북한의 피포위강박증 (siege mentality)을 해소시킬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며 이러한 환경조성은 점진적인 상호주의 (GRIT)에 기반해야 한다. 또한 모든 협상이 그렇듯이 북미협상 또한 일방적 (unilateral) 관계가 아니라 양자적 (bilateral) 관계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미국은 북한측 요구에도 신중하게 귀기울이면서 조속한 종전선언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이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미관계 정상화다. 오랫 동안 적대적 관계였던 북한과 미국 사이의 관계개선이 선행되어야만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고 평화체제를 정착시킬 수 있다. 만약 관계개선과 정상화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지금까지 진행되어 왔던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노력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한반도는 다시 한 번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5. 한반도 주변국의 입장

중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었던 냉전질서가 해체되고 정치구조적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이 시점에 동북아 지역패권국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올해에만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 북중정상회담이 그 무엇보다도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반도에 많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중국으로서는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서 지역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도 인정받고 또 세계전략적 차원에서 미국과의 패권경쟁에서도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은 북한과의 전통적 우호관계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새롭게 형성되는 동북아 질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시키고자 계속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중국은 한반도 종전선언의 주체가 되고자 강력히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이 지역의 키 플레이어로서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주체가 되는 것은 바람직한 측면이 있지만 만약 그 과정에서 중국의 이익만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폐기와 같은 주장들을 성급하게 내세운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도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자신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러정상회담이 진행되었고 올해 후반기에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북러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전세계적 차원에서 여전히 미국과 대립, 경쟁하고 있는 러시아의 입장에서 볼 때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정치군사적으로 미국을 견제하는 한편 경제적으로는 최대한의 이익을 얻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한반도의 해빙과 동북아 냉전체제 해체를 적극적으로 바라지 않고 있지만 외교적으로 대미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미국의 정책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강력하게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지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을 유지시키고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는 전통적인 외교정책을 고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북미관계가 개선되고 동북아 냉전체제 해체과정이 비가역적이라고 판단된다면 북한에 대한 경제적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전통적인 외교노선을 포기하고 새로운 시대적 흐름에 편승할 준비도 되어있다고 생각된다.

6 북미정상회담 이후의 한반도 미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먼저 이 과정은 일방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 북한은 싱가포르 합의정신을 잊지 말고 합의사항들을 구체적이고 신속하게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중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이 종전선언의 시기와 주체에 대한 합의다. 북한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종전을 선언하기를 바라고 있고 남북도 판문점 선언에서 이미 올해 안 종전선언 추진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종전선언을 지지한다는 입장에서 지금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실행할 때까지 종전선언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입장에서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팽 폐지, 동북아 안보질서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종전선언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북한 입장에서는 국내정치적 이유 등으로 인해 비핵화 이전에 반드시 이루어내야만 하는 목표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종전선언은 상호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관계로 나가겠다는 공동 의지를 표명하는 정치적 선언”의 의미를 지니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체결 등 항구적 평화 정착과정을 견인할 이정표”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므로 원래 7월 27일 정전협정 65주년에 맞춰 진행하려던 종전선언 계획은 이미 실패했지만 9월의 유엔총회에서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늦어도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리고 종전선언 이후 최대한 빨리 평화협정/평화조약 논의를 진행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지난 2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의 종전선언을 하려면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더 많은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는 발언은 매우 유감스럽다. 그는 “종전선언을 한번 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비핵화) 프로세스의 초기 시점에, 종전선언 같은 것을 하는데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오히려 종전선언의 이러한 상징성과 비가역적인 측면때문에 조기 종전선언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종전선언의 주체에 대해서는 북한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북미 간 종전선언 방식, 휴전협정 당사자인 북/미/중 간 종전선언 방식,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바 있던 남/북/미 간 종전선언 방식, 중국이 요구하는 남/북/미/중 간 종전선언 방식 등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주장해 온 북미 간 종전선언 방식은 미국이 수용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 그 실현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며, 북/미/중 간 종전선언 방식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이 주체에서 제외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실현가능한 대안은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이나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인데 역사적 측면이나 현실적 측면, 또는 장기적 측면 등 모든 측면을 고려해 볼 때 중국을 포함하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역사적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은 한국전쟁 참전국으로서 정전협정 당사국이었고 이후에도 북한의 오랜 우방이었다. 현실적 측면에서 볼 때에도 한반도는 중국의 입장에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요충지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은 종전선언에 참가하고 싶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력히 밝혀 왔다. 그리고 장기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한반도의 평화협정 또는 평화조약 등 평화체제 수립과 유지에는 협력적 미중관계와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중국의 참여가 필요하다. 최근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에 한층 적극적인 입장을 밝힌 점은 이런 맥락을 고려해 볼 때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비핵화 해법과 방식을 놓고도 미국과 북한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보다 창의적인 비핵화 이행 로드맵이 필요하다. 하나의 대안으로 곽태환의 제안을 소개한다 (통일뉴스 7월 18일자 곽태환 칼럼 “북미고위급 평양회담의 평가와 정부의 가교역할 재고” 참조).

곽태환의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해법은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제1단계에서는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방식에 대한 남북미 3국 합의를 위해 남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이 과정에서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6자회담을 재가동시키는 데 합의한다. 제2단계에서는 비핵화-평화체제를 병행추진한다. 6자회담 틀 속에서 남/북/미/중 4자가 평화조약 논의를 시작한다. 제3단계에서는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통해 북한체제의 안전보장과 완전한 비핵화를 맞교환함으로써 비핵화를 실현한다.

곽태환의 3단계 해법은 제 1단계에서 남북미 3국의 합의와 남북미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제 2단계에서 6자회담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제 3단계에서 평화협정 대신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더 바람직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점이 곽태환의 3단계 해법을 다른 제언들로부터 구별시키는 독창적인 부분이다.

이 외에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한 여정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변수로는 북미외교정상화, 북일외교정상화, 북중관계의 복원, 미중 협력관계, 남북관계의 정상화 등이 있다. 앞으로 이런 변수들이 순차적으로 또는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동북아 안보 지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국과 북한이 상호존중과 신뢰 속에 양보와 타협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이루어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조속한 시일 내에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고 비핵화를 빠르게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으며 미국도 동시행동의 원칙에 입각해서 대북제재 해제와 종전선언을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7. 문재인 정부의 역할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가교역할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면서 특히 미국과 북한의 의견차이가 크거나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울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대안제시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미국과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과도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많은 대화를 통해 설득하고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북교류협력 증진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신뢰회복이 북미관계 개선을 추동해 내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을 조속히 재개해서 남북경제 교류와 협력을 이뤄내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상황의 유동성이나 많은 변수들을 고려할 때, 이러한 노력을 최대한 빨리 진행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모멘텀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남북은 가능한 한 자주 만나 대화하고 또 문재인 대통령은 최대한 빨리 평양을 방문해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진행시켜야 한다.

(이 글은 제38회 LA통일전략포럼 발표문을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필자 주)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학사, 석사
플로리다국제대학교 (Florida International University) 국제관계학 석사, 박사
전 플로리다국제대학교 (FIU) 강사, 전 유씨얼바인 (UC Irvine) 객원연구원
현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LA 통일전략연구협의회 수석연구위원
박사학위논문 “위기의 정치: 대통령, 의회, 미국의 대북정책”을 포함 국제관계이론, 미국외교정책, 동아시아국제정치, 한반도문제 등에 대한 논문 다수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