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비롯해 수많은 일본 식민지배 과거사 청산을 위한 '강제동원 문제해결 과 대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이 9일 출범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을 비롯해 16개 단체가 힘을 모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비롯해 수많은 일본의 식민 지배 과거사 청산을 위한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강제동원 공동행동, 상임공동대표 홍순권, 이수호, 조성우)이 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출범했다.

강제동원 공동행동에는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국언),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이희자), 합천 평화의집(이남재) 등 피해자 단체와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원택스님) 등 종교단체,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이윤배), 민족문제연구소(임헌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서중희),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조성우), 민주노총(김명환), 평화디딤돌(정병호), 포럼 진실과 정의(이석태, 김효순, 홍순권), 흥사단(류종열),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이희자),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권해효), 1923한일재일시민연대(김종수), KIN지구촌동포연대(배덕호) 등 16개 단체가 공동대표로 참가했다.

지난 2016년 8월 24일 일본 교토의 단바 망간광산에 양대노총이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처음으로 건립한 일을 계기로 본격적인 결성 준비를 해 온 강제동원 공동행동은 이날 발족선언문을 통해 4.27 판문점선언으로 새로운 평화의 시대에 접어든 한반도와 평화로운 미래에 대한 염원이 커가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로 얼룩진 과거를 올바로 극복하는 일이 긴요한 역사적 과제라는 문제의식에서 단체 결성에 이르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가 남긴 문제가 아직도 동아시아의 평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불행한 현실 앞에서 우리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십년 동안 투쟁해 온 피해자들과 동아시아의 시민들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강제동원 문제의 해결을 비롯하여 대일 과거청산을 위해 뜻을 같이하는 남과 북, 재외동포와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모든 시민들과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피해자들에게 남겨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준엄한 현실 앞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강제동원 문제의 해결과 진정한 대일 과거청산을 위해 다시 힘을 모으고자 한다"고 강제동원 공동행동 출범 취지를 설명했다.

1944년 3월 일제에 의해 끌려간 미쓰비스 조선소에서 노동하다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에 피폭당하는 등 말못할 곡절을 겪은 뒤 귀국한 올해 101살의 김한수 할아버지는 "사람 대접 받지 못하고 개같이 끌려가서 고생한 강제동원 노동"이라면서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식민지 강제동원 피해를 고발했다.

▲ 왼쪽부터 홍순권 강제동원 공동행동 상임공동대표, 김한수 할아버지,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종수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식민지 시대 우리가 일본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멸시와 천대를 받았는지, 생각할 수록 괴롭기 짝이없다. 그러나 아직도 일본은 여러 식민지 지배 문제에 대해 만족할만한 해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그들의 비윤리적인 행동에 대해 지탄하면서도 동시에 우리의 힘이 모자랐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번에 출범한 강제동원 공동행동을 중심으로 단결해서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 과거청산을 위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일제가 군수물자인 망간을 생산하기 위해 만든 단바시의 광산, 버팀목도 없는 갱도에 들어가 작업하다 생매장을 당한 수백명의 조선인 노동자들은 식민지 조선이 겪어야 했던 아픔이었다. 가장을 잃은 조선의 가정은 파괴되었고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어 농토는 피폐해졌다"면서 이에 대한 진상조사는 커녕 한마디 사과도 없는 일본 정부를 규탄했다. 

이어 "일제의 강제징용이 남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남북이 따로없기 때문에 10~12일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 참가하는 북측 직총 대표자들에게 일제하 강제징용의 역사를 공동으로 기억하는 문제, 이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남북노동자의 공동대응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용산에서 시작해 인천, 제주까지 건립했으나 이른바 외교적 문제라는 이유로 부산에서 건립이 막힌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강제동원 공동행동과 함께 전국 곳곳에 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관동대지진 학살문제에 대응하는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대표인 김종수 목사는 "일제하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강제 이주되었던 조선인들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인간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철저히 유린당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한국정부가 수많은 일제 식민지 범죄와 대일 과거사 청산문제에 대해 대단히 무능하고 무책임했고 재일동포들의 인권과 돌아가신 분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에 너무도 성의가 없었다고 질타했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 같은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는 '특정문제를 가능한 길게 끌면서 다른 많은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 못하게 하려는 일본의 외교술책'에 놀아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강제동원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을 비롯한 여러 학살 문제 △재일 동포에 대한 차별, 배제, 혐오를 방치하고 조장하는 문제 △야스쿠니 합사 문제 △근로정신대 문제 △학살과 사고로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의 유골을 봉환하는 문제 △유골을 찾지도 않고 바다에 버려두고 있는 우베탄광 조선인 수몰자 문제 △우키시마 마루호를 폭파하고 바다에 수장시킨 범죄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일제 식민지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8.15담화를 통해서 일본의 식민지 범죄에 대한 국가책임과 대일 과거사문제에 대한 전면적 재협상을 강력하게 촉구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일본의 군대, 경찰, 자경단에 의해 사나흘만에 수천명의 재일 조선인을 학살한 일에 대해 일본 아베정부에 강력하게 국가책임을 물을 것 △지금도 재일 동포들에게 지속되고 있는 차별, 배제, 혐오 등이 즉각 중단될 수 있도록 일본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해 줄 것 △미청산 일제식민지 범죄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미청산 일본 식민지 범죄대책기구'를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하고 민관협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 박진숙 평화디딤돌 사무국장(오른쪽)과 이하나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정책국장이 강제동원 공동행동 발족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강제동원 공동행동 출범식에는 북측 민족화해협의회과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자 보상입법을 위한 일한공동행동'에서 연대사를 보내왔다.

븍측 민화협은 "일본의 과거 죄악 청산운동은 일제에게 유린당한 치욕을 씻고 우리 겨레의 원한을 풀어주며 후대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발로 심어주기 위한 정의로운 운동"이라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일한공동행동은 "지금까지도 식민지주의를 청산하지 않고 '청구권 문제는 1965년에 이미 해결되었다'며 버티는 일본 정부의 자세를 전환시켜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한국과 일본의 시민이 연대하여 강제동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공동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강제동원 공동행동과 손잡고 운동을 추진할 일본측 단체를 조속히 발족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강제동원 공동행동은 이날 과거 양승태 대법원의 강제동원 재판거래와 관련해 외교부가 사법부 및 김앤장과 결탁하여 피해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경위 등에 대해 외교부에 공개질의서를 발표했으며, 앞으로 오는 8월 22일부터 시작되는 강제동원 판결 관련 대법원 심리를 앞두고 13일부터 17일까지 강제동원 공동행동 소속 단체들이 대법원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22일에는 대법원 앞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측 민화협에는 당면사업으로 △남북 공동 강제동원 피해 실태 조사와 데이터베이스 구축 △남·북·재일 공동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증언대회 및 진상규명 토론회 개최를 제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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