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시청광장에 하늘색 한반도가 우산으로 그려지고 ‘판문점선언 이행’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펼쳐졌다.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응원하는 '통일축구 서포터즈' 발대식이었다. 이날 150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축구대회 당일에는 500명의 서포터즈가 활동할 예정이다.

▲ 통일축구서포터즈가 만든 서울시청광장 대형 한반도.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서울시청광장에 펼쳐진 ‘판문점 선언 이행’ 대형현수막.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등번호 427, 판문점 선언을 응원하는 통일축구 서포터즈.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청소년 등 학생들은 물론 현직 축구심판부터 여성축구 동호회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통일축구 서포터즈에 신청했다. 이들은 민주노총 한국노총은 물론 ‘조선직업총동맹 건설로동자팀’ ‘조선직업총동맹 경공업 로공자팀’의 응원을 준비하고 있다.

시민들의 서포터즈 신청 이유는 다양하다.

"사진찍을 수 있나요? 북한사람하고... 공이라도 들고 같이 들어가고 싶어요“라고 묻는 초등학생부터 "남북노동자축구대회 역사가 궁금해요”라는 시민, "북한에도 조기축구팀이 있을까요? 한번 경기하고 싶네요"라는 사람들까지.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조직위원회 권순영 응원팀장(서울겨레하나 운영위원장)은 “판문점 선언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민간교류 행사인만큼 열정적인 응원을 보여주려고 한다. 평양에서 오는 대표단과 노동자들을 환영하기 위해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서포터즈를 모집했고 반응이 뜨겁다"고 밝혔다.

▲ 통일축구대회 응원팀장을 맡고 있는 권순영 서울겨레하나 운영위원장.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통일축구, 평양에서의 일방적 응원을 기억하며

지난 2015년 평양에서 열렸던 축구대회. 5.1 경기장을 10만 명의 관중들이 꽉 채웠고,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주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각각 6:0, 2:0으로 패하자 평양 관중들이 남측 선수들을 응원했다고 한다. "남측 노동자들이 공만 잡으면 함성이 얼마나 커졌는지 모른다." 당시 축구대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소감이다.

그리고 이제 서울에서는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가 열린다.

“솔직히 경기장이 꽉 차기는 어려울 것이다. 날씨도 너무 덥고, 상암경기장은 너무 크다 (웃음)” 권순영 운영위원장의 고백이다.

“그렇지만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통일축구대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서울시민들이 얼마나 판문점 선언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통일축구 서포터즈’를 꾸렸고, 티셔츠에 등번호로 427을 새겼다. 이번 여름이 100년만의 폭염이라지만, 더워서만이 아니라 축구대회의 추억으로도 잊지 못할 ‘통일여름’을 만들고 싶다.”

▲ 통일축구 서포터즈 발대식 모습.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통일축구 서포터즈 발대식 모습.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평양냉면’을 기다리는 시민들, 그러나

얼마 전 북의 신문 '통일신보'에는 평양 옥류관 식당 라숙경 기사장 인터뷰가 실렸다.

“북남관계가 줄기차게 발전하여 남녘동포들이 너도나도 풍치좋은 이 곳 옥류관에 와서 대동강의 경치를 부감하며 평양랭면을 마음껏 들게 될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남녘동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여기 옥류관에 와서 평양랭면을 마음껏 들라고, 시원한 평양랭면이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평양냉면. 서울시민들은 언제쯤 평양냉면을 맛볼 수 있을까?

역사적인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남북고위급회담과 군사회담, 철도와 도로 연결 회의 등이 이어졌다. 7월 평양에선 통일농구경기가 열렸고 탁구남북단일팀은 27년 만에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당장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은 감흥이 이어지고 있지만, 막상 민간교류는 기대만큼 빨리 회복되고 있지 않다.

개성공단 재개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바람과 정 반대로, 정부관계자가 ‘대북제재 해제 없이 개성공단 재개는 없다’고 공언하는가 하면, 남북철도연결 사업도 대북제재 덕분에 ‘공동조사’ 외에는 발전시킬 것이 없는 현실이다.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스포츠교류도 속살을 들춰보면 대북제재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통일부 장관과 농구선수들은 평양에 ‘공군 수송기’를 타고 가야 했고, 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 선수들은 ‘나이키’ 협찬을 받을 수 없어 자체로 유니폼을 제작해야 한다.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는 남북 두 정상의 선언으로 바로 이뤄질 것만 같았던 종전선언도, 하염없이 늦춰지고 있다.

판문점 선언 이행, ‘통일축구’로 이어가자

꽉 막혀있던 10년간의 문을 여는 건, 두 정상의 멋진 만남으로 한 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힘을 보태야 하는 건 국민들이다.

그래서 통일축구 서포터즈는 “판문점 선언에 대한 열광적인 응원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남북 관계가 꽉 막혀있던 시기보다, 그리고 제재와 압박 등이 거론되는 대결시대보다 지금의 평화시대를 응원한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통일축구대회는 판문점 선언 이후 첫 민간교류다. 남측의 노동, 시민, 사회단체들이 조직을 꾸려 북측 단체들과 직접 교류하며 만드는 행사이고, 서울시장도 축하하러 참석하겠지만 어디까지나 행사의 주인공은 노동자들과 시민들이다.

평창올림픽 때처럼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하니 마니 눈치볼 필요 없이 독도가 두드러지는 대형 한반도기가 경기장에 펄럭일 것이며, ‘판문점 선언 이행’ 구호가 경기장을 가득 채울 것이다.

서울 ‘평양냉면’집에 줄을 섰던 국민들의 마음처럼, 판문점 선언이 어떤 ‘제재’나 걸림돌 없이 빠르게 이행되길 바라며, 통일축구 서포터즈는 11일 남북노동자통일축구 경기대회를 준비한다. 더 많은 시민들을 경기장에 초대하고, 더 많은 시민들과 ‘판문점 선언’을 말한다. 다 같이 427번 등번호를 달고 “우리는 하나다”를 외칠 것이다.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D-2. 이들은 판문점 선언 이행에 보탬이 되는,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축구대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 시민들에게 통일축구를 안내하는 서포터즈 모습.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준비하는 통일축구 서포터즈.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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