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차세계대전 말기 패망을 앞둔 일본이 건설하던 나가노현 나가노시 마츠시로 대본영 지하방공호 건설에 동원된 조선인 2,600여명의 이름과 주소, 나이, 생년월일, 본적지 등이 적힌 명단이 최근 공개됐다. [캡쳐사진-통일뉴스]

제2차세계대전 말기 패망을 앞둔 일본이 이른바 '본토결전(本土決戦)'을 앞두고 일본 왕과 군참모부, 정부행정기관 등을 이전하기 위해 극비리에 건설하던 대규모 지하방공호 공사에 강제동원된 수천명의 조선인 명단이 최근 공개됐다.

명단은 일제하 일본 나가노현 나가노시 마츠시로(松代) 대본영 지하방공호 건설에 동원된 조선인 2,600여명의 이름과 주소, 나이, 생년월일, 본적지 등이 적힌 총 196쪽 분량의 '귀선관계편찬(帰鮮関係編纂)'과 45쪽 분량에 현내 30개 이상의 공사현장별 귀국인원을 종합한 '내선조사보고서류 편책(内鮮調査報告書類 編冊)' 등 두 가지.

'귀선관계편찬'은 일본의 패망후 조선인이 귀국할 때 지하방공호인 '동부군(10・4)공사'를 담당한 니시 나츠구미 마츠시로 출장소에서 작성해 현 지사에게 제출된 것이다.

'내선조사보고서류 편책'에는 마츠시로 대본영 지하방공호을 비롯한 30개 이상의 공사현장에서 귀국하는 인원을 종합한 '반도인 수송자료'가 포함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귀국과정에 통과하는 기차역과 수송책임자 이름도 적혀있다.

우에야마 가즈오(上山和雄) 국학원대학 명예교수가 1990년대 초반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원본을 발견하여 사본형태로 지금까지 보관해오다 지난 7월 북한의 '조선일본군성노예 및 강제연행피해자문제대책위원회'(조대위)에 전달했다.

▲ 북측 조대위 계성훈 위원이 명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캡쳐사진-조선신보]

재일 <조선신보>는 7일 평양발에서 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조대위' 계성훈 위원의 인터뷰를 실었다. 

계성훈 위원은 "자료들은 일본 제국주의가 감행한 조선인 강제연행 범죄의 일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고발장"이라고 하면서 "2003년에 조선인 강제연행 진상조사단을 통하여 조선인 강제연행 피해자와 관련한 42만여 명의 명단과 자료가 입수된 이후 이번에 또다시 접수한 2,600여명의 명단은 조선인 강제연행 노동범죄를 입증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 정도로 조선인명단이 정리된 자료는 드물다"고 말했다.

계성훈 위원은 명단에 써 있는 조선인들의 성이 대부분 일본식으로 되어 있다고 하면서 "조대위에서 명단에 있는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을 찾기 위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인데 그 첫 공정인 번역과정에서 정확한 성을 밝혀내는 것이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재일 총련 산하 '조선인 강제연행 진상조사단'이 최초로 공개한 42만여명의 명단을 토대로 조사할 당시에도 같은 문제로 애로가 있었다고 했다.

또 명단의 조선인 대부분이 충청도와 경상도, 전라도 등 남쪽 출신이라고 하면서 이에 대해서는 남측에서도 명단에 따른 조사사업이 진행되어야 하며, 진상조사를 위해서는 북과 남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단에 어린 아이와 여성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이 노동자인지, 다른 지방에서 나가노현으로 분산 소개되어 온 사람들인지에 대한 조사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명단에는 일본에 오기 전 조선내 주소와 가족관계(몇번째 자식인지 등 일부 기록)까지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분석을 심화시켜서 본인과 유가족 등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 위원은 "이번에 발견된 자료 외에 건설회사들이 응당 갖추고 있어야 할 사망자 명단이나 노동재해자 명단, 합숙의 숙박자명단, 임금지불 및 미불관계 등을 기록한 노무자명단 등 아직 발견되지 못한 명단 및 자료가 더 많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며 "일본 당국은 조선인 강제노동범죄와 관련한 모든 자료들과 문건들을 시급히 전면공개하고 그 진상을 책임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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