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목사 (NK Vision 2020대표, 손정도목사기념학술원장)

통일뉴스에 ‘남북사회통합운동 방북기’를 연재하고 있는 NK Vision 2020 대표이자 손정도목사기념학술원장인 최재영 목사가 지난 6월 1일 강연차 한국 방문을 위해 부산공항에 도착했다가 공안당국으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대공분실로 출두할 것을 요청받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판문점선언시대에 행해진 사실상 최초의 국보법 위반 혐의 사건이다. 이에 대한 최 목사의 특별기고가 ‘나는 왜 판문점선언 후 첫 국보법 위반 혐의자가 되었나?’라는 제목으로 몇 차례에 걸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의 LA총영사관의 불협화음

이명박-박근혜 시절 세계 각국 공관에 파견된 국정원 팀들의 문제점들은 간헐적으로 혹은 동시 다발적으로 드러나기도 했으며 그간 언론이나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채 내부적으로 은폐된 사건 사고들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업무를 수행하다 근무 중에 발행한 피치 못할 사건들이 아니라 안일한 생각과 근무기강 해이 그리고 정보요원 신분의 공무원이라는 것을 망각한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었다.

특히 주요 국가 재외공관에 파견된 국정원 팀에게는 공관장인 총영사의 지휘통제가 거의 잘 먹혀들어가지 않는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외교부에서 파견한 영사들과 국정원에서 파견한 영사들의 업무 구조와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위계질서나 상하관계를 규정하는 인지관계가 매끄럽지 않았다. 마치 과거 보안사(현재, 기무사) 소속의 하사나 중사 계급이 기고만장해서 일선 부대 중령, 대령급 장교들과 맞짱 뜨던 사례들이 있었던 것처럼 비슷한 경우일 수도 있다. 이처럼 정보부 요원들은 특유의 오만함과 자만심이 내부 문화에 작용해왔음을 부인 할 수 없다.

2010년에는 독일 주재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국정원 파견 정보영사가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켜 물의를 빚었는가하면 리비아의 총영사관에서는 국정원 파견 정보영사가 추방된 사건이 발생했다. 그 후에도 여러 잡다한 사건들이 간혹 꼬리를 물다가 상하이 총영사관 스캔들이 터졌다. 그런데 상하이 스캔들이 터진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바로 국정원 파견 부총영사와 외교부 파견 총영사(공관장)와의 갈등과 알력 때문이었다.

스캔들 당사자였던 김정기 총영사는 “이번 사건은 미녀 스파이 사건이 아니라 국정원이 나를 음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벌인 사건”이라며 한 지붕 아래 같이 근무하고 있는 국정원 소속 J 부총영사를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했다. 실제로 총영사 재직시절 김 총영사는 국정원에서 파견된 J 부총영사와 불화를 겪었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 공관에 주재하는 외교부 영사들과 국정원 영사들 간의 불협화음은 비단 상하이뿐만 아니다.

LA총영사관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외교부 소속 외교관과 국정원 소속 정보팀들 간의 뿌리 깊은 ‘따로 국밥’ 문화가 지금까지 내려왔다. LA총영사관은 규모 면에서 볼 때 전 세계 공관 중에 5-6위 정도의 큰 규모이며 거기에 걸맞는 인원들이 근무하며 꾸려 나간다. 그중에서 정보계통 분야는 부총영사 1인을 비롯해 대략 3-4명의 영사들이 국정원 소속 요원들이다. 한 지붕 공관 안에 근무하지만 국정원 파견 영사와 직원들은 공관장(총영사)과 일반 외교관들에 대한 일정한 감시 역할도 맡고 있어 항상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상황의 구조였다.

설상가상으로 LA총영사관은 국정원 파견 영사들뿐 아니라 본국의 법무부나 경제부처 직원들을 비롯한 정부의 여러 기관에서 파견된 영사와 직원들이 상당수 파견 근무를 하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평소 “3년 동안 문제만 안 일으키고 쉬고 간다”는 인식들이 팽배해 있었다. 그들은 오히려 귀국할 때를 대비해 소속 부서의 지휘나 평가 점수에 더 신경을 쓰기 때문에 관할지역 동포들의 입장에서 볼 때 그들에게서 동포들을 위한 업무의 효율성과 창의성은 크게 기대할 수가 없었다.

특히 LA총영사관의 총영사와 정보계통의 부총영사 간의 견제는 폭이 다를 뿐 역대로 계속 이어지는 현상이다. 이들이 본국 국정원과 외교부를 통해 청와대에 보고하는 라인도 각각 틀리다. 업무성격상 외교부 소속 공관원들과 국정원 소속 공관원들 간에는 서로가 다른 방향과 목적 하에서 일하다 보니 협조보다는 보이지 않는 견제가 일상화되었다. 서로가 각자의 고유 업무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상황 정도라면 외부에서 볼 때 시끄럽지 않고 안정적인 편이다.

원칙적으로 볼 때 아무리 국정원 파견 영사들이라 해도 공관장인 총영사의 지휘감독 아래 있어야 마땅하나 현실적으로 보면 따로 노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이런 상황에서 총영사의 리더십이 먹혀 들어갈 수가 없다. 이제 문재인 정부하의 LA총영사관은 각각의 업무 분야가 다르다 해도 국익을 위하고 관할 동포들을 위해 총영사를 구심점으로 일사불란한 화합과 단합된 모습이 절실히 요구된다. 또한 정보팀 공관원들은 동포사찰과 종북몰이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문대통령과 서훈 국정원장이 개혁을 선포한 것에 부응해 동포 경제인들을 지원하는 업무나 기업보안정보 그리고 순수한 대북정보 업무와 해외정보수집 임무 등에만 집중해야한다.

▲ 국정원이 깊숙이 개입해 부정하게 치른 18대 대선을 규탄하는 집회 현장에서 미주동포들과 함께한 필자. [사진제공-최재영]
▲ 대선 부정선거를 주도한 국정원을 연일 규탄하는 미주동포들의 집회현장에서 규탄성명서를 낭독하는 필자. 참가자들이 높이 든 ‘국정원 해체’라는 대형 현수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현재의 직원들도 다시금 통찰해야 한다. [사진제공-최재영]
▲ 대선 부정선거를 덮으려고 통합진보당 해산 음모 등을 꾸민 국정원을 성토하는 현장에서 규탄성명서를 낭독하는 필자. [사진제공-최재영]

이병박-박근혜 시절 LA총영사관 공관원들의 위법행위들

아주 오래전에는 LA총영사관 공관장인 H총영사가 한인주간신문의 성추문 보도로 귀국조치당한 적이 있었다. 그 후 Y모 고위영사도 업무와 불법사찰로 문제가 되어 귀국조치당한 적이 있었으며 LA한국문화원의 J모 고위영사도 역시 성추문 보도로 조기 귀국조치를 당한 적이 있었다. 또한 전현직 LA총영사관 공관원 중 일부는 ‘대사관’과 ‘총영사관’의 업무영역을 구분하지 못하고 월권행위를 해 주재국인 미국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일부는 미 시민권자 동포를 사찰해 외교문제로 거론되기도 했다. 한 공관원은 미국 대통령 정치모금 파티에 참석하는 등 정치헌금까지 관여해 미국 언론에 보도되는 등 물의를 빚어 본국에 송환되기도 했다.

또한 워싱턴 주재 주미대사관 소속 외교관의 마사지 팔러 출입과 카지노 도박장 출입사건들을 비롯해 일부 공관원들이 관련된 불법 비자발급 커넥션이 미국과 한국 언론에 보도된 것 때문에 2010년 10월 주미대사관을 포함해 LA총영사관등 미주공관 영사들이 본부로부터 “외교관 신분 처신을 확고히 하라”는 훈령을 받기까지 했다. 이와 동시에 LA총영사관을 둘러싸고 스캔들 풍문들이 나돌아 주미대사관은 물론 외교통상부까지 나서서 내사를 벌이기도 했는데 이때 LA총영사관은 물론 LA교육원과 LA문화원에 파견된 영사들에 대한 조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0년도 한 해만 보더라도 한국이나 외국 언론에 보도된 한국 외교관들의 탈선 사건은 모두 5건이지만 보도되지 않은 사건만 해도 무려 10건이 넘었다. 그중 LA총영사관 관할지역에서 공관원과 정부주재 파견관과 그들의 가족(관용여권 소지자)들이 성희롱, 불륜관계, 도박장, 골프장 출입 등으로 논란이 야기됐었다. 또한 LA총영사관의 한 영사는 만취상태로 차를 몰다가 음주운전으로 체포되기도 했으며 수년전에는 LA총영사관의 한 영사가 이중생활이 들통 나는 등 영사들과 현지 여성들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소문이 끊이질 않은 적도 있었다.

또한 상하이 총영사관 총영사의 스캔들 당시 그 파장의 여파가 LA공관을 향하는 분위기였고 마침내 LA공관을 둘러싼 스캔들 진정서가 청와대를 비롯해 국정원과 일부 언론사에 접수되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지기도 했다. 그런 연유로 2011년 3월에 부임한 신연성 총영사는 부임 첫 과제로 공관의 기강확립과 소문의 진상조사를 지시하기까지 했다. 그동안 LA총영사관 관할지역에 파견된 일부 외교관들의 부적절한 행동들이 한인사회에 소문으로 돈 적이 있었지만 그 당시처럼 구체적으로 드러나기는 처음이었다.

과거 두 정권 시절에 근무하던 LA총영사관 공관원들이 정권이 새로 바뀌었다고 해서 마치 칼로 두부 자르듯 현재는 탈선행위, 위법행위 없이 모두가 다 성실히 근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는 앞으로 현지 한인 언론들과 깨어있는 한인 커뮤니티 동포들이 더 큰 관심을 갖고 철저히 감시하고 주목하는 여부에 따라 그들도 달라질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권하에 벌어진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을 잠시 기억해보자. 이 사건은 당시 중국 심양 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영사가 유오성 씨를 간첩으로 몰기위해 중국의 공문서까지 위조해 해당 영사는 법에 의해 처벌된 범죄행위였다. 결국 최종 판결에서 간첩혐의는 무혐의 처리되고 오히려 정보요원이 처벌된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그들의 본색이 극히 일부만 드러난 사건에 불과하다. 진짜 간첩은 못 잡고 엉뚱한 사람들만 붙잡아 놓고 날조해 간첩 누명을 씌워 무고하게 희생시켜왔다. 이곳 LA총영사관의 역대 정보팀들도 본국의 간첩조작 사건에 공조하거나 국가보안법으로 묶기 위해 직간접으로 사찰 자료와 파일들을 본국에 넘겨주며 협조한 사례들이 그동안 많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동포들을 대상으로 불법 사찰행위와 종북몰이가 없기를 바란다.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에 가담한 중국 심양(선양) 총영사관 소속 국정원 영사가 재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문항이 들어간 서류. [사진제공: 뉴스타파]

이명박-박근혜 시절 자질 없는 총영사들이 저지른 사건들

이명박-박근혜 시절 벌어진 외교참사의 시작은 2008년 4월 14일 단행된 이명박 정권의 재외공관장 인사 단행에서 첫 신호탄이 울렸다. 애틀랜타 총영사로 내정된 이웅길은 당시 국적이 미 시민권자 신분으로서 이는 비국적자가 재외공관장으로 임명된 전례가 없는 명백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사건이었다. 대선캠프 선대위 비서실에서 해외분야를 담당했다는 이유의 보은성 인사였다. 또한 미 영주권자 신분인 김재수 LA총영사도 대선시 BBK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네거티브 대책단의 해외팀장이며 그를 공관장에 임명한 이유는 당선 이후에도 BBK사건의 정치쟁점화를 의식해 사전에 대응하고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이었다. 또한 이하룡 시애틀 총영사는 대통령취임준비위 자문위원을 지냈던 인물이어서 이 역시 보은성 인사였다.

이어서 김정기 상하이 총영사도 베이징대 동방학 연구원 연구교수 출신으로 이명박 대선후보의 국제위원장과 서울선거대책위원회 조직부장을 맡았던 인연 때문에 주어진 보은성 인사였다. 이처럼 김 총영사가 정규 외교관이 아니고 특임 공관장이었듯이 상하이뿐 아니라 당시 홍콩 총영사, 광저우 총영사, 타이베이 대표부 대사도 정식 외교관이 아니었다. 외교부 순혈주의 문제를 떠나 젊은 외교관들이 현장 경험을 쌓으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밟아 공관장에 부임해야 하는데 전문성도 없는 정치인들이 마구잡이 낙하산식으로 임명되다보니 결국 재임기간에 어처구니없는 사건 사고들을 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주요 공관의 총영사들이 전부 선거판에 줄서기 하던 정치지망생들인 이명박 캠프 인물이거나 외교 전문성과 무관한 한나라당 인맥들이었다.

이런 낙하산 인사의 경우, 결국 법적 자격 문제만 아니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관련해서도 문제를 유발하기까지 했다. 낙하산으로 임명된 공관장 총영사들이 부임하는 것으로 인해 해당 지역의 동포사회에 정치적 바람을 불러왔고 동포사회가 급속히 편가르기 하는 요소로 작용됐다. 아무튼 보은성으로 임명받은 인사들이 부임지에서 벌인 사고들을 살펴보면 대략 아래와 같다.

이하룡 시애틀 총영사는 관할지역 촛불회원들에 대한 언론통제를 하는 바람에 물의를 빚었다. 2009년 4월경에 발생한 이 사건은 공관에 근무하는 이준희 과장이 당시 광우병 사건으로 형성된 시애틀 촛불회원들의 사이트에 가입해 아이피 우회를 통해 여러 가지 형태로 ‘케이 시애틀’ 사이트와 ‘라디오 한국’ 사이트에서 다수의 촛불회원들에 대한 개인 신상 관련 댓글을 달아 물의를 빚은 사건이다. 회원들의 신분문제, 직업, 나이, 성별, 취미 등 다양한 정보를 동반한 상세한 내용을 댓글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개하며 분란을 일으켰는데 이는 정당하고 순수한 동포들의 온라인상의 커뮤니티 언론을 교묘히 통제한 사건이었다.

또한 너무 크게 알려진 사건이라 자세히 언급할 필요는 없으나 2011년 발생한 상하이 스캔들은 김정기 총영사가 문제의 덩신밍이라는 여성과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결국 본국 국무총리실의 조사까지 받게 된다. 공관을 책임진 총영사로서 본인 뿐 아니라 법무영사를 비롯해 여러 영사들까지 한꺼번에 한 여성과 연루되어 스캔들이 벌어졌고 정보 파일까지 넘겨준 사건이었다. 신원이 불분명한 여성 로비스트와 외교관들이 깊숙이 연루된 최악의 외교참사였다. 이처럼 이명박 정권은 전문성이 결여되고 실무경험과 리더십이 부족한 정치인들을 대선 승리에 대한 전리품으로 임명하다보니 재외공관이 복마전이 된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2016년엔 중국인에게 협박받은 한인 모녀가 상하이 총영사관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자 영사가 “민사 사건이기 때문에 도와줄 수 없다” 거절해 동포사회를 격분시켰다. 같은 해, 김기환 뉴욕 총영사가 한일위안부협상을 반대하는 재미동포들을 협박해서 큰 물의를 빚었다. 2016년 10월경 김 총영사는 평범한 영사도 아닌 공관장의 신분으로 민주평통 모임에서 한일 위안부합의 반대시위 참석자들을 감시하고 사찰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해 결국 국정감사장에서 엄한 질책과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는 주재국의 주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중차대한 발언으로서 외교공관과 외교관은 주재국에서 일체의 정치적 행동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망각한 결과였다. 재미동포가 미국에서 미국정부로부터 합법적인 허락을 받아 집회를 갖는데 대해 이를 감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미국 시민권자와 거주자들의 합법적인 행동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으로서 주재국의 주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미국의 실정법을 어기는 불법적인 협박으로 간주될 수 있다. 만일 그의 발언이 당시 미국 주류언론에 단 한 줄이라도 보도 되었다면 한미 간에 분쟁이 생기거나 외교마찰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었다. 1977년부터 2년간 미 연방의회가 한국의 로비를 이 잡듯 뒤진 코리아게이트의 원인이 바로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의 미국내 불법행위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문재인 정부의 외교인사는 어떤가? 주변 4대국(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대사를 임명할 때 모두 비외교관을 임명해 구설수에 올랐다. 낙하산 인사 근절을 내세웠지만 새 공관장에도 줄줄이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였다. 그러나 때로 상대국에서 직업 외교관보다 청와대와 말이 잘 통하는 대통령 측근이 대사나 총영사로 오는 것을 더 환영하는 경우도 있으니 그럴수도 있다고 본다. 또한 외교부 순혈주의가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니 외부인사를 영입해 임명할 필요가 있다고는 본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의 문제이다. 비외교관 출신의 숫자가 많아지면 좌충우돌 실수하거나 비리를 저질렀을 때 아무래도 외교부가 처리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비전문가는 실수가 많고 국익에 손해되는 치명적인 문제들을 자주 유발할 수 있으니 적절한 비율과 수준을 지켜야 한다.

이에 비해 비교적 LA총영사관의 역대 총영사들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외교관으로서 자질과 실력이 출중한 인사들이 부임해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총영사는 국익에 집중하기 위해 국정원 파견팀뿐 아니라 다양한 부서와 기관에서 파견된 영사들과 공관원들을 화합하고 조율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불협화음이나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며 공관장 본인 자신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총영사관의 국정원 정보팀들은 문 대통령과 서훈 원장의 개혁의지를 실천하는가?

필자가 이 글을 쓰는 도중인 7월 20일 오후에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전 직원들을 향해 생중계 연설을 하고 업무보고를 받기도 했다. 또한 그보다 앞선 6월 8일에는 서훈 국정원장이 국정원 창설 57주년 기념식을 개최하면서 청사내의 직원들을 향해 연설했다. 이 두 가지 행사를 보니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정원 개혁을 선포하고 이에 국정원장이 대통령의 뜻을 받들고 앞장서서 1년간 개혁을 단행한 결과에 대한 자축과 중간평가의 자리로 보였다. 또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는 물론 국정원의 개혁의지와 결단을 대내외적으로 공개해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병박-박근혜 정권에서 자행했던 작태들을 보면 아직도 재외공관 파견 국정원 정보 팀들은 새로 출범한 촛불정부의 개혁방향을 겉으로는 따르는 척하면서도 속으론 콧방귀를 끼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아직도 그들의 내면에는 반공·반북·반통일·친미·친일 사대주의 정신이 뼛속깊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니, 평생 그렇게 정신무장 교육을 받아왔던 것이다. 국정원 직원들은 같은 민족인 북을 주적으로 삼아왔고 통일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반통일 행각을 벌여왔으며 민족공조를 이루기보다는 남북 분열책동과 적대행위를 일삼아 왔다. 또한 해외파견 직원들은 동포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동포사찰’과 ‘종북몰이’를 주된 임무로 해온 ‘공안적폐 DNA’가 습관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잘 알려진 대로 문 대통령은 국정원 개혁에 대한 대선공약을 지키기 위해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19일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를 발족하고 산하에 ‘적폐청산·조직쇄신 태스크포스(TF)’를 꾸리도록 지시했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직접 나서서 ‘민간인 사찰’, ‘정치와 선거 개입’, ‘간첩조작’, ‘종북몰이’ 등 4대 공안범죄를 근절하겠다는 공약을 밝혔고 취임 후 이를 곧 바로 실천했던 만큼 각 재외공관에 파견된 국정원 영사들은 이제는 선택의 여지없이 대통령의 방향과 개혁의지에 철저히 따라야만 한다.

1. 서훈 국정원장의 국정원 창설 57주년 기념사

내가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모국을 방문해 첫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가 되어 서울에서 공안경찰들의 조사를 받던 기간이던 2018년 6월 8일 국정원의 최고 책임자인 서훈 원장은 국정원 창설 57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안보 지형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결정적 시기를 맞아 국정원 직원 모두가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해야 합니다. 국정원이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는 국민의 목소리에 지난 1년간 정치개입과 적폐를 철폐하는 데 최선을 다해왔고 그 결과 이제 국정원의 조직·인력·업무방식이 정보기관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면 재설계됐습니다. 개혁은 이제 시작일 뿐 완성일 수 없으며 직원 모두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개혁 완성의 소명을 다해 나가야 합니다. 과거와 같은 정치개입은 사라졌다고 확신하지만 근본적인 우리의 업무 DNA를 바꾸는 것이 국민의 엄중한 주문이며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안보만을 생각하는 순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하겠습니다.”

위와 같은 서훈 원장의 기념사는 구구절절 옳았고 그래야만 했다. 과거에는 민간인 사찰을 거침없이 해왔고 아무나 닥치는 대로 잡아들였는가하면 진흙탕 정치판에 휘말려 집권자의 정권유지와 하수인 역할에 머물렀던 폐쇄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와 변화 의지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돌아보면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년 전에 출범한 국정원개혁위와 적폐청산·조직쇄신 TF가 꾸려진 결과물에서 비롯되었다. 이제는 국민들과 함께 하고자 국정원 공식 페이스북을 개설하는가하면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직무범위도 ‘국내 보안정보’를 삭제하고 동시에 대공수사권을 포함한 모든 수사권을 다른 기관에 이관하거나 폐지하는 등의 기능·역할·직제 등을 바꾸는 국정원법 개정안(대외안보정보원법)을 국회에 상정까지 한 상황이다.

▲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정원을 방문해 청사내 설치된 “이름 없는 별” 추모판 앞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생중계 연설하는 장면. [사진제공: 2018.7.20. 한국일보]
▲ 취임 후 국정원을 첫 방문한 문 대통령이 업무보고를 받기 전 접견실에서 서훈 국정원장과 대화하는 장면.  [사진제공: 청와대 사이트]
▲ 국정원을 방문한 문 대통령이 접견실에서 청와대 수석급 이상과 국정원 차장급 이상 고위직들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 [사진제공: 청와대 사이트]

2. 문 대통령의 국정원 청사 첫 방문과 연설

7월 20일 오후에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정보원 청사내 로비를 찾아 순직한 요원들을 기리는 ‘이름 없는 별’ 추모판 제막식을 마치고 전 직원을 향한 생중계 연설을 했다. 이어서 원장과 고위 간부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청사 구내를 돌아보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부분적이지만 언론을 통해 공개된 연설문과 업무보고중의 발언 중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살펴보자. 문 대통령의 연설내용은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며 이 내용의 실행여부에 따라 정권의 성패가 갈리고 정권의 신뢰도가 크게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국정원이 지금 한반도의 운명과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꾸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국정원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시킨 주역이 됐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기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 되었습니다. 이제 국정원은 적폐의 본산으로 비판받던 기관에서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났습니다. 평화를 위한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을 가장 앞장서서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로부터도 실력을 인정받는 기관이 됐는데 이는 여러분이 만들어낸 놀라운 변화의 결과입니다. 국정원은 정부조직법상 유일한 대통령 직속기관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충성해야 할 대상은 대통령 개인이나 정권이 아니라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국가와 국민입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분명하게 약속을 합니다. 결코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습니다. 정권에 충성할 것을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확실하게 보장하겠습니다. 국정원을 정치로 오염시키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지금까지 정말 잘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저는 국정원이 자랑스럽고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지금까지 잘해 줬지만 갈 길이 멉니다. 국내 정치정보 업무와 정치관여 행위에서 일체 손을 떼고 대북정보와 해외정보에 역량을 집중하여 명실상부한 국가정보기관, 최고의 역량을 갖춘 순수한 정보기관으로서 위상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목표입니다. 조직과 문화를 혁신하는 개혁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지만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그런 아픔을 겪으면서도 국정원을 훌륭하게 개혁하고 있는 서훈 원장과 여러분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 국정원을 방문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중앙 현관에 설치된 ‘이름 없는 별’ 조형물을 제막한 것입니다.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할지언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 없는 충성과 헌신, 이것이 바로 국정원의 본령이며 이 본령을 지킬 수 있게 하고 지켜내는 것이 이 시대에 여러분과 내가 함께 해내야 할 과제입니다.

그 목표를 대통령의 선의에만 맡길 수는 없으며 정권이 바뀌어도 국정원의 위상이 달라지지 않도록 우리의 목표를 제도화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국정원법 개정안이 연내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여러분도 함께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결코 여러분의 권한을 줄이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의 개혁 노력이 보여줬듯이 여러분 자신도, 국민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세계적인 정보기관으로 발전시키는 길입니다. 지금까지 잘해온 것처럼 여러분 스스로 국정원의 개혁을 완성하는 주체가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을 믿습니다.”

이와 같은 대통령의 연설을 국정원 전 직원뿐 아니라 언론을 통해 국민들과 해외동포들에게까지 공개했다는 것은 그만큼 대내외적으로 실천하겠다는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와 결단으로 보여졌다.

이제 국정원 파견 영사들과 일반 재외공관원들은 동포들의 방대한 개인정보에 대해 무분별한 열람과 수집을 중단해야 한다. 본국 정부에서는 이들이 동포들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접근하거나 수집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불법열람과 수집이 동포들에 대한 불법 사찰행위와 분열행위는 물론 본국의 주요 인사들에 대한 우회사찰에도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용도에서 무작위로 악용될 소지가 크며 더 나아가 국내 정치와 주재국 정치에도 악용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이런 일들을 사전에 방지하고 근절하도록 본국 외교부와 국정원은 법적으로 제도화하도록 힘써야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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