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국학연구소가 21일 서울시민청에서 창립 30주년 기념 연찬회를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국학연구소의 21세기적 국학연구 방향은 ‘바로세움의 국학’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학연구 과제는 두 가지로서 ‘과거사 청산’의 국학 추구, ‘통일과 상생’의 국학 추구이다.”

(사)국학연구소(이사장 김종성)가 21일 오후 2시 서울시민청 워크샵룸에서 개최한 창립 30주년 기념 연찬회에서 임찬경 연구원은 “뭔가 21세기란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해결책으로서의 국학의 방향을 내놓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찬경 연구원은 “1988년 3월 국학연구소는 일제의 식민지배와 그에 뒤이은 분단과 종속으로 만들어진 한국사회의 학문적 모순을 국학운동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설립되었다”며 “설립 당시의 그 방향이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직 유효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아직도 이 땅은 일제의 식민지배와 그에 뒤이은 분단과 종속으로 만들어진 한국사회의 학문적 모순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

실제로 20년 전인 1998년 국학연구소의 기관지 『국학연구』 제4집에 실린 ‘국학연구소의 방향과 과제’에는 “민족발전과 인류화합을 위한 실천적 논리 제시”를 방향으로 제출했고, 과제로는 “첫째, 특화된 연구를 통한 국학의 균형적 발전”, “둘째, 국학의 사회적 대중화 추구 중시”, “셋째, 정신과 육신의 수행가치나 체계를 아울러 중시하는 생활개혁적인 국학연구”를 내세웠다.

▲ 임찬경 국학연구소 연구원이 ‘국학연구소의 방향과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임찬경 연구원은 “1988년에 설정되었던 국학연구소 국학연구의 방향을 다시 21세기적 국학연구 방향으로 재인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계급모순과 민족모순은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1988년의 문제해결 방식으로서의 국학연구 방향을 21세기에 그대로 적용시키기에는 효율성의 문제가 있음이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촛불집회’를 희망의 근거로 제시하며 “21세기에 이 땅에 사는 다수가 원하는 사회적 희망, 사회적 방법론 같은 것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런 지향을 국학연구 방향과 과제에 담아낸다면 ‘바로세움’이라는 개념을 새로 설정해서 ‘바로세움의 국학’ 같은 것을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제시했다.

또한 “마치 촛불집회하듯, 비폭력과 지성적인 단결로 우리사회의 모순들을 해체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우리 사회 다수가 지니고 있는 바로 ‘바로세움’의 지향”이라며 “21세기의 국학은 이 ‘바로세움’의 지향과 결합하여, 우리사회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민족.민주.민중적 학문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개했다.

그는 21세기 ‘바로세움의 국학’의 두 가지 과제로 ‘과거사 청산’의 국학 추구, ‘통일과 상생’의 국학 추구를 제출했다.

먼저 “20세기에 만들어진 왜곡된 역사를 가지고 21세를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부끄러운 현실인 것 같다”며 “20세기의 모든 것들, 20세기의 문화, 역사를 청산하고 21세기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서둘러서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통일과 상생이다. 남북의 통일도 이야기해야 하지만 우리 내부에도 통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화이부동’(和而不同)을 호출했다. 서로 다른 것을 통일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한다며 신채호 선생의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을 예시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21세기에는 분단이라는 상황을 더 이상 가져가서는 안 된다”며 “21세기적 국학은 통일과 상생을 생활화 하는,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통일과 상생의 논리, 그것을 심어주는 국학이 돼야겠다”고 결론지었다.

김병기 대한독립운동총사편찬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논문발표는 김동환 국학연구소 연구원이 ‘우리 정체성의 길 - 국학연구소 30년의 자취’를, 신운용 안중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국학연구』 30년의 연구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 국학연구소 창립 30주년 기념 연찬회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 - 국학연구소]

앞서 이윤수 국학연구소 상임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1부 기념식에서 김종성 이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올해는 사단법인 국학연구소가 출범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라며 “잉태기와 태동기 그리고 정착기로 연결되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때로는 환호하고 때로는 낙망하면서도 초지일관 국학중흥을 위해 걸어왔던 지난날이 새삼 마음에 와 닿는다”고 회고했다.

김종성 이사장은 “국학의 명암은 우리 역사의 부침 그 자체”라며 “국학이란 우리의 삶 그 자체이면서, 우리의 정체성인 동시에 우리의 운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하고 “조촐한 연찬회를 마련한 것도 국학연구소 창립 30주년이라는 뜻 깊은 의미를 자축하고자 하는 동시에 이와 같은 국학의 진정한 의미를 새롭게 다지는 시간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라고 밝혔다.

김동환 연구원은 국학연구소가 30년간 걸어온 길을 ‘중창시대’, ‘단촌경당’, ‘배달정신’, ‘현묘지상’, ‘법인결의’로 명명해 상세히 되짚었다.

김동환 연구원은 “국학연구소의 태동을 이해함에, 대종교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며 “특히 1970년대 중반 홍제동 대종교총본사를 거점으로 활동한 대종교청년회의 인물들이 그 인적 기반의 중심”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성신, 최삼관, 김종성, 김동환 등이 바로 그들이다.

국학연구소의 시발은 인제세, 박성신, 김동환 등이 주축이 된 1986년 ‘우리찾기모임’ 결성과 『중창시대(重創時代)』 발간으로 본격화됐고, 그 배경에는 대종교청년회 소모임으로 출발한 고려대 단촌글방과 연세대의 경당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

이후 한국정통문화연구회(한정연)이 결성돼 부설로 국학연구소(초대 소장 정영훈)가 출범했고, 1988년 3월 『국학연구』를 창간, 지난해 제21집까지 발간했다. 1997년 한국대종사상연구회(대사연)이 설립돼 국학연구소는 대사연 부설기관으로 활동하며 『중창』을 발간했다. 2005년 3월 25일 마침내 (사)국학연구소(이사장 이영재)이 출범해 기관지 『알소리』(아래아 알)가 창간됐다.

▲ 김동환 국학연구소 연구원(왼쪽)과 신운용 안중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발표에 나섰다. [사진제공 - 국학연구소]

국학연구소는 11차례 주소지를 옮겨다녀야 할 정도로 열악한 인적, 재정적 여건에서도 학술활동과 출판, 현지답사 등을 통해 국학의 명맥을 이어왔고, 그 과정에서 귀중한 국학 자료 확보와 연구성과들을 축적해왔다.

또한 2014년부터 시작된 연례 중국지역 답사는 올해도 이어져 ‘발해연안, 위만조선, 고구려’ 유적지를 중심으로 8월 15일부터 4박 5일간 진행할 예정이다.

신운용 안중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학연구소의 학문적 성과가 고스란히 담긴 『국학연구』 21권, 130편 이상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국학연구소 존립 자체가 불가사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열악한 환경과 반민족주의자들이 득세하는 현재의 한국 학계에서 이 정도의 연구 성과물을 내었다는 사실은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한 역사투쟁의 결과물임을 말해준다”고 평가했다.

신운용 책임연구원은 “지난 30년간 국학의 개념에 충실한 기관은 국학연구소 밖에 없다”고 단언하고 “외세의 학문이 지배하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 우리의 역사와 전통에 입각하여 연구되고 축적되어진 학문 제부분의 주체적인 학문성향인 국학(민족주의/단군.대종교)의 연구와 실천이라는 지향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수정, 25일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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