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8개월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곤경에 처한 한국 보수세력과 우파에 “재앙(disaster)”이 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5일 서울발로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한 것을 두고 “미국 정부가 한국 좌파 정부를 도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한국 우파 정치세력의 정책은 북한에 대한 깊은 적대감과 한미군사동맹에 대한 확실한 지지를 토대로 삼고 있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서 칭찬하고, 미군 철수를 공공연히 거론한다. 

<워싱턴포스트>가 “한국 우파세력이 본격적인 정체성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는 배경이다. 자유한국당이 괴멸적 패배를 당한 ‘6.13 지방선거’ 결과나, 10%를 간신히 유지하는 지지율 동향도 분명한 징후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총선 전망도 암울하다. 6월 13일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강연재 씨는 “완전히 변하지 않으면 (한국 보수.우파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홍준표와 같은 더 늙은 우익들 사이에는 절망이 만연해 있다”고 알렸다. 최근 서울 잠실 인근 일식집에서 만난 홍 씨는 붉은색의 블레이저 코트와 셔츠를 입었다. 그의 뻔뻔한 말투는 한때 트럼프에 비견되기도 했으나, 이제 그는 트럼프와 거리를 두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트럼프는 외교를 장사와 비슷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고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 전 대표는 지난 11일 추석 전에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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