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 영문판 12일 자에 ‘핵 무력건설’이라는 표현이 재등장했다는 한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관계가 진척이 없는 상황을 두고 북한이 다시 핵 무력건설을 통한 ‘벼랑 끝 전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과연 그럴까. 11일 자 <노동신문> 한글판에 실린 사설과 이를 해석한 12일 자 <노동신문> 영문판을 들여다봤다.

한글판 사설은 ‘필승의 신념을 간직하고 우리 혁명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하자’는 제목으로 핵.경제 병진노선에 이은 새로운 전략노선인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독려하는 내용이다. 

이 중 주목받은 문장은 “생존을 위협하는 전대미문의 제재와 봉쇄 속에서도 병진로선의 위대한 승리를 위하여 순간의 멈춤도 없이 내달린 그 기세, 그 기백으로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자력부강의 새 국면을 열어나가야 한다.”

여기서 ‘병진노선’을 12일자 영문판은 ‘simultaneously pushing forward the economic construction and the building of nuclear force’이라고 풀어서 해석했다. 핵.경제 병진노선이라는 뜻이다. 이 부분만 보면 북한이 핵 무력건설을 다시 천명하려고 한다고 볼 수 있다.

4.27판문점선언과 6.12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병진노선’을 ‘simultaneously pushing forward the two fronts’라고 번역했기 때문. ‘병진노선’을 ‘simultaneously pushing forward the economic construction and the building of nuclear force’라고 풀어쓰지 않았다.

▲ 7월 12일 자 <노동신문> 영문판. 붉은 색 부분에 ‘simultaneously pushing forward the economic construction and the building of nuclear force’라는 표현이 있다. [캡처-노동신문]

하지만 신문이 ‘병진노선’을 번역하면서 ‘the building of nuclear force’를 넣었다고 해서 북한이 과연 다시 핵 무력건설에 나선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

해당 단어가 나온 사설은 말 그대로 당의 새로운 전략노선인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독려하는 내용이다. 이 새로운 전략노선은 지난 4월 20일 열린 당 중앙위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천명된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말한다.

당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2013년 3월 전원회의가 제시하였던 경제건설과 핵 무력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 밝힌 역사적 과업들이 빛나게 관철되었다는 것을 긍지높이 선언하”고 “우리 공화국이 세계적인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병진노선이 제시된 이후, 3차례 핵실험을 단행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하는 등 핵 무력건설이 완성됐기 때문에, 이제는 경제에 매진하겠다는 대외선언이었다. 

특히, ‘경제건설과 핵 무력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라는 결정서를 채택,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북부 핵실험장 폐기를 공언했다. 이는 북한이 현재까지 지키고 있는 상황. 북한이 공언한 것처럼 핵 무력건설이 이미 끝났는데, 다시 시작할 리 만무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만약, 북한이 다시 핵 무력건설을 천명하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개인적인 행보로 가능하지 않다. 김정은 시대 들어 당 시스템 정상화를 구축했기 때문에, 만약 ‘the building of nuclear force’라는 표현이 핵 무력건설 재시도를 의미한다면 당 전원회의 등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북한이 어떠한 회의를 열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문판에 나온 ‘the building of nuclear force’을 어떻게 봐야 할까. 단어가 아닌 행간을 읽어야 한다. 이 단어가 나온 문장은 다음과 같다.

“We should usher in a fresh phase of prosperity with our own efforts on all fronts of the socialist economic construction in the same spirit and mettle with which we advanced without even a moment's halt to win the great victory of the line of simultaneously pushing forward the economic construction and the building of nuclear force despite the unprecedented sanctions and blockade threatening our existence.”

“생존을 위협하는 전대미문의 제재와 봉쇄 속에서도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위하여 순간의 멈춤도 없이 내달린 그 기세, 그 기백으로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자력부강의 새 국면을 열어나가야 한다”는 것.

요약하면, ‘(핵.경제) 병진노선’을 완성한 기백과 정신으로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나서자라는 말이다. 

영어 표현으로 ‘핵 무력건설’이 등장한 데 대해,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일단 기본적으로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가 되었다. 남.북.미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며 “현재 정상회담 합의사항이 이행 중”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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